기업법무 시리즈 7 - 박병윤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신주인수계약과 주주평등원칙
(월간현대경영 2022년 01월호)
4차 산업혁명 시대, 날로 복잡해지는 기업법무의 올바른 방향 제시를 위해 기업법무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기업법무 시리즈를 맡은 법무법인 율촌의 변호사 세 분의 건필을 기대합니다.
스타트업 회사 등이 새로 주식을 발행하여 벤처캐피탈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경우 신주인수계약에는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투자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조항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이러한 약정이 상법상의 주주평등원칙을 위반하여 무효라는 판결을 선고했다(서울고등법원 2021.10.28 선고 2020나2049059 판결).
우리 상법은 모든 주주가 보유한 의결권의 수에 비례하여 평등한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주주평등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신주인수계약 조항이 해당 투자자에게 비교적 적은 지분만 가지고도 다른 투자자들과 달리 회사경영에 깊숙이 관여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하므로 주주평등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최근 투자업계에서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사한 약정이 너무나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의 투자대상 중 상당수가 스타트업 등 위험성이 높은 회사들이다. 펀드의 입장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신주인수계약에 투자금 회수를 위한 안전장치로서 이사·감사 선임권, 경영사항에 대한 동의, 이를 위반한 경우의 위약금 조항 등을 요구하는 것이다.
만약 이번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다면, 앞으로 그러한 약정의 활용은 곤란하게 될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부동산과 같이 담보로 제공할 재산이 없고 아직 이익 창출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회사들이다. 약정에 따른 경영감시 수단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펀드들은 투자위험이 높은 스타트업 회사 등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되지 않을까? 그것은 회사의 성장에 장애가 되고 궁극적으로는 전체 주주들의 손실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평등의 원칙은 본래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을 허용한다. 벤처캐피탈 등이 가지는 권리가 회사와 전체 주주에게 이익이 된다면 그 역시 합리적 차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주주평등원칙은 대주주가 소주주 희생 하에 자기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를 막는 원리이다. 반면 펀드와 체결한 신주인수약정에 따른 권리는 그러한 경우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 점에서 주주평등원칙에 대한 신축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한편 이번 판결은 상법에 이사 선임권 등을 부여하는 주식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해당 약정이 무효인 논거로 들고 있다. 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주식의 종류가 매우 한정적인 우리 법제에서는 유사한 논란이 언제든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상법에 회사의 상황과 조건, 이해관계자의 여러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주식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박영윤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경제학부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삼일회계법인, 안진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전문분야: 증권, 회사법, 회계 관련 분쟁
저서: 유럽증권법
유병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법과대학
사법연수원 39기
전문분야: 노동, 건설
저서: 국가계약법
임황순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서양사학과 사법연수원 36기
미국공인회계사
전문분야: 형사, 내부조사, 회계관련 분쟁
수원지검, 청주지검, 제주지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