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은 작년에 마당극을 보러 처음 가본 후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사실 문화생활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비용이 비용인지라 보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수업을 잘 선택해서 좋은 교수님을 만난 덕분에 이런 공연을 볼 수 있게 되서 영광으로 생각한다.
처음엔 솔직히 아시아 음악이라고 해서 따분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고, 생소한 음악인지라 여느 클래식 음악회처럼 지루함을 주지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건 다 나의 기우였다. 자리가 2층이라 무대가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아 답답했지만 어느새 내 몸이 무대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공연순서는
1부 – 강은일 氏의 해금연주와 각국의 악기소개
2부 - 아시아 민족 음악인들의 각 나라별 연주 및 합주
3부 - 그룹 ‘The林’(그림) 연주와 국립국악관현악단, 강은일, 그룹 ‘The林’(그림) 협연
으로 이렇게 진행되었다.
솔직히 우리음악 해금이라 기대했지만, 약간 무슨 음악인지 선뜻 이해가 잘 안됐다.
아마도 해금이 낯설어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해설에서도 자녀분이 자신에게 음악에 너무 독을 품는다고 했다던데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해금소리가 강렬했고 쌔고 강한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구슬프고 잔잔하고 청아한 음색이 좋은지라 첫 시작은 그렇게 귀에 들어오진 않았다. 죄송스럽지만,,
그 다음 아시아 연주자들이 등장하였고, 각 나라별로 맛배기를 보여주었다.
젤 왼쪽에 몽골의 음악이었다. 개인적으로 중국무협영화를 좋아하는데 거기에 보면 대금,가야금,무슨 기타 같은 악기로 이루어진 음악들이 나오는데 몽골 음악을 들으면서 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바로 이웃한 나라라서 영향을 서로 닮아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멜로디가 아름다운 여칭과, 여성스러운 샹즈, 특히 마두금은 서양의 어떤 현악기보다도 뛰어났다. 정말 그 악기의 소리만 귓가에 맴돌았던 것 같다. 다른 연주자들도 마두금의 독주가 있을 때는 잠시 시선을 뺏기는 듯 보였다.
그 다음 말레이시아의 세루나이르 부는 분은 왠지 비중이 작아보여 안타까웠다.
연주 내내 쉬는 부분이 많았고, 뭔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미얀마의 사운은 서양에서 전해진 하프인지 자국에서 생긴 악기인지 모르겠지만, 그 소리만큼은 일품이었다. 부드럽고 맑고 심신이 안정되는 매력적인 소리였다. 이런 악기는 집에서 명상을 하면서 틈틈이 연주를 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도 생겼다.
다음은 필리핀의 반둘리야, 옥타비나이다. 정말 오늘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2인조 호흡을 맞추는 부분에서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멕시코의 음악 같기도 하고 빠르고 정열적인 템포는 스페인 풍을 닮은 것 같기도 했다. 그 스피드와 멜로디는 나 뿐만이 아닌 모든 청중을 자기만의 음악세계에 가둬둔 것 같았다. 정말 연주가 끝났을 때는 아쉬웠고 절로 박수갈채와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그 다음 베트남의 순서다. 단챙, 단탐타블로는 우리의 가야금과 비슷하게 생겼다. 같은 아시아 권이라 그런지 대충 악기들이 비슷했다. 거기서 약간의 변형이 있었던 듯하다.
특히 귀에 들어오는 소리는 바로 단보의 선율이었다. 맨 처음엔 선이 안 보여서 어딜 연주하는지 몰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 줄로 된 악기라는 것을 알았는데 어떻게 한 줄로 된 악기에서 그런 매력적인 음이 나오지는 궁금하고 신기하고 기분이 묘했다.
이제 3부에서 그룹 그림의 순서였다. 장엄하고 웅장했다. 뭔가 압도하는 분위기 속에 드럼 같은 걸 치는 분은 정말 역동적이었고 열정적이었다.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중간중간 태평소소리는 웅장한 폭포수안을 뚫고 들어가는 힘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풍물패의 태평소소리가 참 좋다. 리듬과 박자에 더해지는 유일한 멜로디가 아닌가~. ‘이런 그룹도 있구나’ 하고 감탄을 했고 ‘앨범은 안 나왔나?’ 라는 의문도 생겼다.
마지막으로 모두 모여 협연을 했는데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아시아의 모든 악기가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음색을 뽐내는 듯 우열을 가리며 서로 협동하고 이끌어주었다. 정말 단돈 만원주고 보기엔 너무 대단한 공연이었다. 다시 한번 이런 기회를 마련해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첫댓글 굉장히 주의깊고 관심있게 공연을 보았군요 . 공연을 제대로 본것같아 흐믓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