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국악이란 장르의 음악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TV, 라디오, 인터넷 등의 대중매체에서는 젊은 사람들의 취향에 맞춘 빠르고 자극적인 음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자연과, 선율의 농담과, 선비의 마음을 노래하는 전통 음악은 이러한 빠른, 자극적인 상업 음악에 밀려서 젊은이들의 인기를 놓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가 전통 음악을 들으려면 자신이 찾아서 듣지 않으면 안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서 전통음악에 대해서 거의 무지했던 나에게는 이번 음악회가 전통 음악을 감상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한국의 전통 음악 외에 몽골,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의 전통 음악을 접할 수 있어서 더욱 기뻤다.
이번 공연을 들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아시아의 전통 음악은 서로 조화가 잘 되는구나, 서로 비슷한 점이 많구나.'하는 점이었다. 이러한 유사점들이 '아시아 우리들의 향기'라는 공연의 제목과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가장 처음에 들었던 강은일씨의 해금 독주곡 '분노'는 첫부분에 같은 선율이 반복되어서 마치 테크노 음악과 같은 묘한 몰입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약간 지루한 감이 있기도 했지만, 절정 부분에서는 은근히 분노를 삭히면서 조금씩 표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뒤이어서 연주한 '서커스'는 분노와는 다르게 명쾌한 분위기의 신나는 곡이어서 무거웠던 마음이 좀 풀렸다.
이어서 아시아 음악인들이 소개되고 모든 연주자들이 고향의 봄을 편곡해서 연주하는 부분이 있었다. 아시아의 연주자들이 우리나라 가락을 연주한다니 뿌듯하기도 했고 이런 연주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정말 드물 것 같은데 이렇게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으로는 각 국의 대표 연주자들이 자국의 전통 음악을 들려주는 순서였다. 모든 음악인들의 연주가 좋았지만, 이 중에서 미얀마, 필리핀의 연주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미얀마의 라잉 윈 멍씨가 연주한 '사운'이라는 하프소리는 정말 아름답고 잔잔하고 부드러웠다. 맑고 높은 음의 소리가 부드럽게 조화되어서 듣는 내내 마음 속의 평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연주했던 노래의 주제답게 하프소리가 마치 새들의 노래 소리처럼 맑고 경쾌했다.
필리핀의 '반둘리야, 옥타비아'를 연주한 루터 엘 터널씨의 곡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스페인의 정열이 묻어나는 강렬하고 빠른 선율들, 앉아 있는 것이 견디기 힘들만큼 흥겨웠고, 글로 형용하기 힘들만큼 감동적이었고, 많은 청중들이 그의 정열적인 연주에 큰 박수로 화답했다.
베트남의 연주 중에 '단보'라는 악기는 참 신기한 악기였다. 마치 관악기의 소리를 내는데 자세히 보니 현악기였다. 그것도 한 줄짜리 현악기라니! 놀람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한 줄짜리 현악기로 이렇게 오묘한 소리를 만들어 내는지 정말 궁금했다.
우리나라의 그룹 The 林(그림)의 공연도 인상적이었다. 태평소, 소금, 가야금, 거문고, 꽹가리 등의 국악기와 키보드, 드럼, 베이스, 어쿠스틱 기타 등의 서양악기가 어우러진 퓨전 그룹이었는데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진, 어느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지지 않고 고루 균형이 맞춰진 공연이었다. 연주내내 경쾌한 곡이어서 신나는 곡을 좋아하는 나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태평소와 소금의 연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으로 이번 공연의 하일라이트인 '아시아 우리들의 향기'는 이 공연의 의미를 가장 잘 나타내는 순서였다. 연주했던 아시아의 연주자들이 모두 연주했던 이 곡은 아시아의 발전과 화합을 담아 하나된 아시아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한 곡이었다. 서로 다른 나라의 국악기로 연주하였지만, 마치 '아시아'라는 나라의 '우리들'의 악기같은 동질감과 이같은 공통성에서 오는 큰 감동을 주었다.
국악을 찾아서 들어야 하는 현실에서 이번 공연은 우리나라 국악 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나라의 국악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공연이었다. 나아가 이러한 아시아 국악기들이 같이 협연하는 공연은 좀처럼 보기 힘든, 굉장히 귀한 공연이었다라고 생각하고, 이런 공연을 소개해주신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첫댓글 아시아음악과 우리음악을 함께 감상할 수 있었던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그날 같이 만나서 보게되어 반가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