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르는 물처럼~~~
인생의 근본이 되고 있는 '나'란 과연 무엇인가?
죄를 짓고 삼악도(三惡道)에 떨어져서 한없는 고생을 하기도 하고 복을 지어서 천상(天上)에도 나고 사람 세상에 나와서도 국왕 대신이나 큰 부자로 복을 많이 받기도 하지만 그 근본 주체는 다 마음이란 '내' 가 하는 일입니다.
그러면 '나'는 무엇인가?
그 핵심을 집어 내보라는 것입니다.
우주 전체가 내가 아닐게고 오장육부인가?
귓구멍인가?
머리인가, 다리인가, 팔인가?
그 핵심이 있을 것이니 이것이 먼저 확인되어야 합니다.
옛날에는 심장이 뭘 생각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대뇌가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대뇌의 어느 세포인가?
대뇌만 하더라도 세포가 여러 수백만 개인데 그 가운데 어떤 세포가 '나' 라 할 수 있을까.
그것 다 종합한 것이 '나' 라 하면 너무 막연한 말입니다.
그것은 여러가지 물건을 모아 놓은 세포의 집단이지 어째 그게 나 일 수 있는가.
'나'라는 소리는 그 핵심을 말합니다.
여기 35억 인구가 있지만 그건 다 내가 아니고 마누라도 부모 형제도 내가 아닙니다.
내가 무엇인지 모르고 오늘은 이 사람 따라가고 내일은 저 사람 따라가고 엎어졌다 자빠졌다 사는 겁니다.
한평생 살아봐도 누구를 위해 살았는지, 나를 위해 살았는지, 남을 위해 살았는지 까닭도 모르고 한평생 살아가는 겁니다.
그러니 모두 바보가 되어 한강에 가자 하면 한강에 가고
창경원에 가고 이리 가라 하면 이리 가고 저리 가라 하면 저리가고 모두가 이런 식입니다.
장사하는 사람도 다 그런 식이고, 정치하는 사람은 더합니다.
흘러가는 물과 한 가지입니다.
물이 흐르는 것은 정처없이 그저 흐르다가 바위에 부딪치면 툭 치고 흙탕물이 되기도 했다가 또 거기서 뺑뺑 돌다 막 뒤집힙니다.
한강 물이 어떻게 흐르느냐 하면 여러 억만년 흐르긴 흘러도 어떤 모양으로 흐르는 일정한 형태가 없습니다.
저쪽 모래에 부딪쳐 모래를 뒤집고 흐르고 그러니 한강 물이 일정한 모양이 없습니다.
우리 인간도 한평생 사는 신세가 어찌 될는지, 오늘은 오늘 생각하고 내일은 내일 생각하고 그러니 서양 철인들이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하는데, 이 말은 알려고 하면 머리가 아프니까 그렇게 단정해 버린 말에 불과합니다.
곧 '나는 없다'는 소리와 한 가지입니다.
허무한 인생이고 물거품 같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도 나는 시집을 잘 갔느니 장가를 잘 갔느니 합니다.
°
°
나중에 죽을 때는 '지금 죽을 줄 알았으면 마음이나 좋게 쓰고 죽을 걸', 그렇게 후회해도 소용없습니다.
그러니까 일생을 산다는 것이 무엇 때문에 사는 건지 그 까닭을 모릅니다.
꼭 흘러가는 물처럼 아무 까닭없이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며 삽니다.
#청담순호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