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어뵈네
팔만사천 법문의 참뜻은
마음을 떠나 있지 않으니
집안 일을 알아야지
속아서 다른 곳에서 찾지 말게
번뇌 그대로가 깨달음이고
연꽃이 진흙에서 피어난다네
누가 와서 뭐하는 짓이냐고 물으면
그와는 말 섞을 필요도 없네
새벽엔 죽을 먹어 빈배를 채우고
낮엔 밥 한술 떠먹는다
오늘도 이럭저럭 자유로이 지내고
내일도 자유로이 그럭저럭 지내네
마음으론 분명히 모든 걸 다 알지만
겉으론 바보처럼 어리석어뵈네
八萬四千法門 至理不離方寸
識取自家城廓 莫瞞尋他鄕郡
煩惱卽是菩提 淨花生於泥糞
人來問我若爲 不能共伊談論
寅朝用粥充飢 齋時更食一頓
今日任運騰騰 明日騰騰任運
心中了了總知 且作佯癡縛鈍
의등등화상(騰騰和尙)의 요원가(了元歌)다.
중국 낙양 숭복사의 인검(仁儉,7-8세기)스님이다.
궁궐에 들어가 측천무후에게 아무말도 않다가
요원가를 지어보였더니 널리 알렸다는 전설적인
선사(禪師)란다.
고기가 변하여 용이 되어서
하늘에 오르고 내리는 것이 자유롭듯
삶 자체가 수행이요 깨달음이라는 말이다.
그런 삶을 등등임운임운등등(騰騰任運任運騰騰)이라 한다.
나름의 깨달음을 얻어 참선 스승의 인가를 받고
법호를 등등이라 받았으니 그만큼 자유로운 삶을
살았다는 뜻이다.
요원가(了元歌)는 으뜸노래,으뜸을 마친 노래
등의 뜻으로 깨달음의 시라는 뜻.
우리나라 스님들도 많이 활용하는 게송이다.
잘 보시게나 곳곳이 정토, 사람마다 미타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