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에 별로 관심이 없다. 가족들의 관심 덕분에 방탄소년단(BTS)도 알게 됐고, 얼마 전 발표한 신곡을 발표 당일에 들어 보기도 했다. 요즘은 크로플이 인기라고 한다. 산책을 하다 보면 카페 앞에 크로플을 판매한다는 광고와 사진을 보면서 궁금해하곤 했다. 들어가서 사볼까 하다가도 코로나19 시국이라 그냥 지나치곤 했다. 큰 아이가 가족들에게 크로플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와플 기계를 사달라고 하길래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검색해 와플 기계를 구입했다. 와플 기계가 배송되고 며칠이 지났는데도 크로플을 만들지 않길래 물어봤더니 이번에는 크루아상 생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또다시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검색해서 크루아상 생지를 구입했고, 그다음 날 드디어 크로플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여러 가지 다양한 과일을 곁들여서 먹으니 색다른 맛이었다. 지금도 가끔 만들어 먹곤 한다.
와플 기계를 사고 크루아상 생지를 구매하고 나니 스마트폰에 와플 기계와 크루아상 생지 광고가 계속 노출됐다. 검색을 몇 번 했더니 인공지능(AI)이 내가 필요한 것을 파악하고 광고를 추천해준 것이다. 몇 달 전에는 집에 조명을 교체하기 위해 검색하고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했더니 관련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추천되기도 했다.
세상 참 좋아졌다. 내가 필요한 것을 작은 스마트폰이 파악해서 추천을 해주다니 얼마나 편리한가.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 등 SNS를 통해서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된다. 한 번 검색하면 연관된 동영상이 추천되고 자동으로 재생되다 보니 덕분에 필요한 정보를 편리하게 찾아볼 수 있다. AI를 통해서 사용 패턴을 분석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추천을 해주니 기술의 발전은 정말 놀랍다. 어쩌면 AI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 수도 있을 듯하다.
속초 가는 길을 좋아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보면서 드라이브를 하고 속초에 도착해서 바다를 보면 마음이 탁 트이고 머리가 한결 가벼워지곤 한다. 예전에는 미시령고개를 넘어가곤 했다. 미시령터널이 개통되고 시간이 많이 단축됐다. 설악산의 운치를 보며 드라이브하기에 좋은 코스였고, 가는 길에 맛보는 황태구이는 일품이었다.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나서는 속초 가는 길이 한층 더 가까워졌다. 굽이굽이 정감 어린 산과 하늘 그리고 물이 어우러져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전혀 느낄 수 없다. 약 11㎞에 달하는 인제양양터널을 지나면서 토목기술의 발전에 감탄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운전자의 지루함을 줄여주려는 세심한 배려에 감사한 마음과 함께 터널 안에서 시야가 좁아지고 답답하다 보니 한편으론 빨리 통과하고 싶어진다.
우리는 문명의 편리함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 쇼핑하고 정보를 찾는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뜨는 광고는 스크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오히려 불편함을 유발하기도 하고 내 생각을 제한하기도 한다. 자동추천기능으로 내가 관심 있는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관점은 오히려 접하기 어려워졌다. AI는 우리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서 유사한 콘텐츠에 우리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킨다. 그러다 보니 AI에 의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콘텐츠나 새로운 관점에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오류는 터널에 갇힌 것처럼 좁은 시야를 갖게 한다.
AI로 인한 편리함은 반대급부로 오히려 좁은 시야를 갖게 하고 우리의 생각이 그 안에 갇히게 할 수 있다. 자동재생기능, 자동추천기능, 자동완성기능을 끄고 불편하더라도 하나하나 찾아보고 입력해보면 어떨까. 가끔은 의도적으로 전혀 다른 관점을 찾아보고 새로운 단어를 입력해보고 터널 비전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세상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나 자신의 시야를 넓히고 생각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
[윤석화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