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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괴물의 탄생
린다 베일리 지음 | 김선희 옮김
봄의정원
2020년 07월 10일 출간
프랑켄슈타인을 쓴 작가 메리 셸리
작가 메리 셸리(1797~1851)는 열여덟 살에 위대한 작품 《프랑켄슈타인: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를 썼어요. 책을 처음 출간했을 때 사람들은 무시무시한 괴물 이야기를 여자가, 더구나 어린 메리가 썼다는 걸 믿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것을 흠잡아 깎아내리는 사람들도 많았지요. 하지만 위대한 괴물의 탄생을 누구도 방해할 수는 없었어요. 두 차례 거절을 당하고 출간된 메리의 《프랑켄슈타인》은 연극과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더욱 유명해졌고 반응은 폭발적이었어요.
메리가 작가로서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바로 상상력이었어요.
유명한 두 사상가 윌리엄 고드윈(1756~1836)과 메리 울스턴크래프트(1759~1797) 사이에서 태어난 메리는 태어난 지 열하루 만에 엄마를 잃었어요.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새엄마에 대한 불만 등으로 골칫거리가 되어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살지요. 어린 메리는 자신의 머릿속에 환상의 성을 만들고 현실에서 달아나 ‘상상’ 속을 날아다니며 그곳의 생명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어릴 적 들었던 시인 콜리지의 〈늙은 선원의 노래〉와 폐허가 된 ‘프랑켄슈타인성’으로 떠난 여행도 《프랑켄슈타인》을 탄생시키는 상상 자극제가 되었어요. 메리의 상상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프랑켄슈타인》은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또 다른 상상력을 자극하며 최초의 공상 과학 소설로 널리 사랑받고 있어요.
프랑켄슈타인만큼 놀라운 뒷이야기
1818년에 《프랑켄슈타인》이 나오고 13년이 지난 뒤 메리는 프랑켄슈타인과 괴물 이야기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들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프랑켄슈타인》만큼이나 충격적이고 환상적이었어요.
메리는 시인이자 남편인 퍼시 비시 셸리와 여동생 클레어와 여행을 하던 중에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과 그의 친구 존 폴리도리가 사는 제네바의 호숫가에 머물렀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밤, 엄청난 폭풍우가 몰려오고 집에 갇힌 다섯 사람은 저마다 무서운 이야기를 시작하고, 메리는 이야기를 떠올리지 못해 골머리를 앓지요. 며칠 동안 상상하고 상상하고 또 상상하다가 이야기는 뜻밖의 곳에서 떠올랐어요. 잠들기 직전에 환상인지, 악몽인지 모를 강력한 상상에 휘말렸는데 생생하고 끔찍한 이미지를 보았지요. 한 과학자가 죽은 인간의 몸을 조각조각 이어 만들자 ‘괴물’이 살아 움직이는 거예요. 이후 메리는 아홉 달 동안 괴물에게 매달려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고, 지금까지도 가장 위대하고 강력한 괴물이 탄생할 수 있었지요.
프랑켄슈타인을 읽는 듯한 그림
이 책은 작가 메리 셸리가 《프랑켄슈타인》을 어떻게 창작했는지에 대한 뒷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림으로 무서운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어요. 전체적인 색감과 인물의 표정, 개구리와 뱀, 유령, 폭풍우, 장식 등으로 어디선가 괴물이 불쑥 나타날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을 주지요. 실제 그림 속에서 몇 번은 《프랑켄슈타인》 속 괴물을 찾아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림 속 괴물은 반전의 얼굴을 하고 있어요. 멍한 얼굴로 메리 곁에 서 있기도 하고, 글을 쓰는 메리에게 손바닥을 내밀어 촛불을 비춰 주고, 메리가 읽는 책들을 베고 고양이를 안은 채 누워 있기도 해요. 공포스럽지도 으스스하지도 않아요. 메리의 꿈속에서 과학자의 바느질로 탄생하는 엄청난 그 순간에도요. 《프랑켄슈타인》 작품 속에서 괴물은 추악한 자신을 혐오하는 사람들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프랑켄슈타인에게 분노하고 사람들을 죽이는 등 무시무시한 모습을 드러내요. 한편으로는 인간의 자만과 욕심으로 태어나 엄청난 차별과 외로움 속에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채 살아야 했어요. 화가가 이름도 없이 ‘괴물’로 살아야 했던 괴물을 그림 속에서 가장 무섭지 않게, 오히려 아직 뭔가가 채워지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그린 이유이기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