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는 건
세상에 담담해지고 상처에 무뎌지는 것인 줄 알았다.
우리의 나이테 사이에 충격 흡수 장치 같은 것이 있어서
모든 것이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어느 상황에서나 의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올 봄, 국제회의가 유난히 많은 시즌이라
막내 딸도 보살필 겸 귀여운 손주들 보고 싶다고
두어 달 계획으로 아내가 훌떡 해외로 나갔다.
남들은 노 마크 찬스라 하고
조용히 쉴 기회를 얻어서 좋겠다고 말하지만
새벽에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가끔 이른 새벽에 울리는 전화벨을 기다린다.
일주일쯤 지나니 불편함과 허전함이라기 보다 공허함이 밀려 온다
그 날부터 결코 의연하지 않았다.
아내한테 미안한 생각이 여러 가지 떠 오르나
뭐가 제일 미안한가?
살면서 매사에
괜찮다고 말할 때
진짜 괜찮은 줄 알았던 것이 가장 미안하고 후회된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세상에 담담해지고 상처에 무뎌지는 것이 아니다.
그저 힘들어도 괜찮다고 말하고
그저 외로워도 괜찮다고 말하고
그저 슬퍼도 괜찮다고 말해야 하는 것일 뿐.
항상 괜찮다고 말해야 해서 더욱 그렇고
그렇게 살아 온 세월이 길어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산다는 건
나이를 먹는다는 건
거짓말쟁이 캔디가 되어가는 훈련의 연속인가…..
첫댓글 힘들어도 괜찮다고 ㅡ외로워도 괜찮다고ㅡ슬퍼도 괜찮다고------ 말해야 하는 것일 뿐.
괜찮다고 말할 때 진짜 괜찮은 줄만 알았는데
나이 먹으면서 우리가 다 그렇게 말해야 하는 것일뿐인 줄을
다시금 되돌아 봅니다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