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섭 칼럼_CEO 힐링포엠 (18)
말하는 방식에도 표정이 있다
The way of speaking
(월간현대경영 2023년 1월호)
사람에게는 두 가지 표정이 있다. 하나는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facial expression)이고 또 하나는 말하는 방식에 나타나는 표정이다. 어떤 사람이 말하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그 사람이 심리상태(state of mind)를 마치 손으로 잡은 듯이 느낄 수가 있다. 대개의 경우 이야기하는 방식에 그 사람의 감정이나 의견이 표현되기 마련이다. 물론 말이 내용도 중요하지만 말하는 속도, 음정, 억양 혹은 리듬 등이 말이 의미를 변화시키거나 증폭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우리는 은연 중에 그런 것들을 빌어 말 이외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며, 말을 듣는 입장이 되었을 때는 상대의 말과 그 의미를 읽어내고자 한다. 주의 깊게 들어본다면 말의 껍질 속에 숨어있는 본심(true intention)을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의 속도는 속마음을 읽는 중요한 열쇠(The speed of speech)
말하는 방식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말하는 속도이다. 말하는 속도가 빠른 것은 능변, 늦은 것은 눌변이라고 부른다. 이런 특징은 그 사람 고유의 기질이나 성격에서 비롯되지만, 심리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문제는 어떤 사람이 여느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말을 할 때 상대이 심리를 어떻게 읽느냐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대에 대해 불만이나 적대감을 느끼고 있으면 말하는 속도가 떨어지고 눌변이 되기 쉽다. 반면 마음 속에 무언가 꺼림칙한 구석이 있을 때나 거짓말로 얼버무리려 할 때는 무섭게 빠른 속도로 말하게 되는 일이 많다. 왜냐하면 사람은 걱정이나 불안 또는 공포 등이 속마음에 자리잡고 있게 되면 말하는 속도부터 빨라지기 때문이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말을 빠른 속도로 함으로써 자기 마음 속에 숨어있는 불안이나 공포를 얼버무리려 하는 것이다. 대신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생각해볼 여유가 전혀 없으므로 공허한 말 만을 늘어놓게 되어 눈치가 빠른 상대에게는 곧 이런 심리적 동요를 들키게 되는 일이 많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The Loudest voice)
음정이 높은 현상은 유아기의 한 특징으로 나타나는데, 유아기의 어린이가 자기 고집을 있는 대로 다 부릴 때 음정이 아주 높아진다. 어른의 경우도 음정이 매우 높아지는 일이 있다. 이것은 그 사람의 심리가 유아기의 수준으로 돌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자기 멋대로 고집부리고 싶은 것을 참지 못하게 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음정이 높다는 것은 이처럼 정신이 미숙함을 증명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억양이 센 말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처럼 의도적인 경우 말고도 억양이 센 말을 자주 쓰는 사람은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려는 욕구가 억양이 강한 말투로 표출되는 것이다.
‘비밀은 퍼지라’는 기대심리(The loudest voice)
말 자체의 리듬이 중요하다. “자네에게만 하는 이야기지만……”하고 목소리를 죽여 이야기하는 경우엔 다른 사람의 소문이나 결점을 은밀하게 이야기하려는 것이지만 내심으로는 이야기가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기대심리가 있다고 하겠다.
경청은 본심을 얻는 방법(Listening is the way)
상대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있을 때는 앉아 있어도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면서 시선은 똑바로 정면을 향하게 된다. 그러나 지루해지면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린다거나 손가락을 꼼지작거린다거나 또는 말하는 상대 쪽으로 몸을 비스듬히 돌린다거나 하여 자신의 그런 기분을 전달하고자 한다. 즉 자기암시에 걸려있다는 표시이다. 강의 도중 이야기의 한 대목이 끝날 때마다 반드시 고개를 한두 번씩 끄덕이는 여학생은 강의의 골자를 다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듣는 방식, 말하는 방식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한다. Your words become your world. 당신의 말이 당신의 세상이 될 것이다.
원종섭 박사
“치유의 인문학’ 강사/ 제주대 교수/ 영미시 전공 교육학박사/ Wenatchee Valley College, Washington/ NAPT 미국시치료학회 이사/ KPT 한국시치료연구소 시치료 전문가/
‘치유의 인문학’, Healing Poen 대표, 문화예술평론가 한국예술비평가협회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