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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야크존 원문보기 글쓴이: 야크지기
히말라야의 미소 라다크(Ladakh) |
라다크는 해발 3505M의 히말라야 설산에 건설된 전설의 불교왕국입니다. 이곳은 한 때 실크로드를 타고 히말라야를 넘은 대상들이 쉬어가던 곳으로 당시에는 국제적인 무역 도시였습니다. 라다크의 이같은 역사적 전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해발 7천미터의 히말라야 고개를 넘는 자동차 길이 있습니다.
유리알 처럼 맑고 청명한 하늘과 곳곳에 우뚝 선 곰빠(사원), 그리고 파아란 하늘아래 서 있는 하얀 초르텐(흙으로 만든 불탑)들은 이곳이
불심으로 가득찬 불국토임을 깨닫게 합니다. 라다크는 지금도 여전히 살아있는 불교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본 페이지에서는 지상의 마지막
샹그릴라(낙원)로 불리는 라다크(라다크) 취재기를 게재합니다. 본 내용은 불교텔레비전에 재직하고 있을 지난 97년에 제작 방송했던 '해외특집 르뽀 히말라야의
미소 라다크' 의 방송원고를 기초로 만든 것입니다. (출처
: 서재영의 불교기초교리강좌)
1. 라다크, 전설의 불교왕국
(1)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산맥. 인도와 중국을 갈라놓는 거대한 울타리로 버티고 선 이 히말라야 산맥은 일년 내내 만년설로 뒤덮여 있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은 봉오리들로 형성된 이 산맥은 수많은 스님들의 구법의 서원이 서려 있어 불자들에겐 더욱 성스러운 곳입니다.
달마대사는 바로 이 총령을 넘어 중국에 선법을 전했으며 법현스님을 비롯해 현장과 신라의 혜초 스님 등 수 많은 구법 승들이 생명을 걸고 이 산맥을 넘어 불법을 전했습니다. 험하고 가파른 히말라야의 준령들을 넘어가는 산길. 예로부터 염소길이라고 불리는 이 길은 동서양의 문물과 상품이 운반되던 실크로드의 일부분입니다.
히말라야 산맥을 넘는 몇 개의 길 중에 하나인 이 길은 중국의 국경과 연결돼 있습니다. 이 같은 험난한 길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이 전래됐다는 사실에 새삼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만년설로 뒤덮인 카르둥라의 정상. 이곳에 올라서면 하늘을 찌를 듯한 수많은 히말라야의 연봉들이 마치 연꽃잎 같은 형상을 하고 우리의 눈 높이로 내려섭니다.
(2) 카르둥라, 해발 7천 미터의 자동차 길
카르둥라의 높이는 해발 약 7천 미터. 자동차가 갈 수 있는 곳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입니다. 이곳에는 낮은 기압과 희박한 산소로 숨이 가쁘고 손발이 저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바람에 나부끼는 타르촉은 이곳도 어김없이 부처님의 가피가 서려 있는 불국토임을 깨닫게 됩니다.
여행객들에게는 자동차를 타고 가만히 앉아서 넘기도 힘든 곳이지만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위치한 군 초소가 있고 그곳에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카르둥라를 넘어서면 머리에 하얀 눈을 이고 서 있는 설산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만년설로 뒤덮인 카라코람 산맥과 대 히말라야 산맥 사이에는
넓은 계곡이 있고 그 사이에 한 점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습니다.
(3) 라다크 역사 개관
히말라야 설산의 도시 레. 해발 3505m의 고지에 건설된 이 도시는 전설적인 라다크왕국의 수도입니다. 인도의 잠무 카시미르주에 속한 라다크는 남한 만한 면적을 가진 고산지대로 약 15만의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이 도시는 한 때 설산을 넘은 대상들이 쉬어 가던 곳으로 동서양의 문물이 교차하는 실크로드의 요충지였던 곳입니다.
현장스님과 혜초 스님도 인도로 들어가던 길에 들렸던 이곳은 그 지리적 위치로 인해 불교의 중요한 전파 경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국제적 도시로 번성을 누렸던 이곳은 실크로드의 쇠퇴와 함께 점차 쇠락해갔습니다. 특히 근대에 이르러 인도와 중국 그리고 파키스탄의 국경과 접하게 되면서 오랫동안 외부와 차단되어 잊혀진 땅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974년 외부에 개방되면서 이곳은 독특한 불교 문화와 히말라야라는 위대한 자연경관으로 인해 국제적인 관광지로 각광받게 됐습니다. 특히 물질만능의 풍조 속에 살아가는 서구인들에게 라다크는 엄혹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높은 정신문화와 만족할 줄 아는 삶을 살아가는 지상의 마지막 샹그릴라로 사랑받게 되었습니다.
험난한 산길을 벗어나 취재진이 레(LEH) 시내로 들어서자마자 만나게 되는 것은 거대한 마니보륜을 돌리며 기도하는 불심깊은 사람들입니다.
라다크에는 이같이 거대한 마니보륜이 도시 곳곳에 세워져 있고 그곳에는 어김없이 경건한 표정으로 기도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리보륜각의 천정에는 풍경만한 요령이 매달려 있는데 보륜이 한바퀴 돌 때마다 소리가 납니다. 이곳을 지나가는 모든 중생들도 이 소리를 듣고
불법에 귀의하라는 뜻을 담고 있는 법음입니다.
라다크를 티벳트 문화권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이 깃발은 타르촉이라 불리는 것입니다.
타르촉에는 각가지 색의 천 위에 다라니와 경전 변상도 등을 그린 작은 깃발입니다. 지붕 위와 마을 입구, 또는 언덕위를 비롯해 높은 곳이면
어디에나 걸려 있는 이 타르촉은 부처님의 말씀이 바람을 타고 멀리 멀리 전파되기를 비는 기원을 담고 있습니다. 기원전 2세기 경 아쇼카왕
때 전래된 불교는 설산의 도시 라다크를 이처럼 독특한 불교국가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4) 라다크의 수도 레(LEH)
오랜 옛날 티베트의 일부였던 라다크는 10세기부터 9백여 년간은 독립된 왕국이었습니다. 그러나 19세기에 이르러 힌두 도그라스의 침입과 함께
라다크는 오늘날까지 인도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행정적 지배에 불과할 뿐 라다크의 삶과 문화는 불교적 세계관과 문화를 지키고
있습니다.
레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 웅장한 건물은 16세기에 건립된 왕궁입니다. 흙으로 축조된 이 9층짜리 왕궁은 라다크를 상징하는 대표적 건물로써 오랜 세월의 풍화를 이기고 라다크인의 삶과 같이 우뚝 서 있습니다. 불교를 통치이념으로 하는 라다크의 법왕들은 곳곳에 수많은 불탑과 사원을 건립하고 이 불모의 땅을 불심으로 일구었습니다.
라다크를 상징하는 것 중에 하나인 초르텐. 이것은 티베트 양식의 불탑으로 흙과 돌로 만든 것입니다. 사각의 기단 위에 원추 모양의 탑신을 올린 이 탑은 대게 8가지의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근본 8탑을 모방한 것으로 성도와 열반을 비롯해 부처님의 일생을 나타냅니다.
2. 라다크 사원의 구조
(1)스피툭 곰빠
취재팀은 라다크의 대표적인 사원 가운데 하나인 스피툭 곰빠로 향했습니다. 레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스피툭 곰빠. 이곳은 라다크불교의
대표적 종파 갤룩파의 중심적인 사원입니다. 오늘 이곳에는 특별한 환영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서울 구룡사의 정우스님 일행이 라다크의 심장병 재단을 지원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기
때문입니다.
레에서 약 7km 떨어진 스피툭 곰빠는 설산이 마주 보이는 높은 바위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사원은 티베트의 유명한 역경승
로사와 린첸 산포스님과 관련된 창건 설화가 있습니다. 어느 날 산포스님이 이곳을 다녀가면서 이곳에 아주 모범적인 승가 공동체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그 후 이 사원은 '모범적'이라는 뜻을 가진 '스피툭'이라고 불리게 됐고 오늘날 같은 대 가람을 이루었습니다.
(2) 라다크 사원의 구조
사원의 한 가운데는 타르첸이 높이 솟아 있습니다. 타르첸은 경구와 변상도를 인쇄한 천을 높이 매단 것으로 우리 나라의 당간지주와 같은
것입니다.
마당 한 가운데에 있는 타르첸을 중심으로 네모난 회랑이 둘러쳐져 있는 것이 라다크 사원의 일반적인 구조입니다. 회랑의 벽에는 단순한 벽화가
그려져 있지만 한 가운에는 작은 닷집이 있고 그곳에는 석가모니 삼존불 벽화가 있습니다.
전망이 좋은 곳에 위치한 스피툭 곰빠는 회랑에서 바깥 경치를 바라 볼 수 있도록 회랑 곳곳에는 창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3) 두스꽝(대웅전)의 구조
대부분의 사원들은 삼층 구조를 이루고 있고 그 1층에는 두스꽝이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대웅전에 해당하는 두스꽝은 라다크 불교 사원의
대표적인 전각입니다. 두스꽝은 2층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2층 창에서 빛이 들어와 내부를 밝혀 줍니다. 두스꽝 내부의 전면 중앙에는 높은 연화대좌 위에 석가모니
부처님이 모셔져 있습니다. 이 부처님은 오른 손으로 땅을 가리키는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으며 왼손에는 작은 항아리를 들고 있습니다.
불전에는 버터 기름으로 된 등 불과 함께 만다라가 놓여져 있습니다. 이것은 팅이라는 것으로 천수물을 담는 불기입니다. 라다크에서는 우리 나라와는 달리 천수물을 여러 개 놓는데 보통 7개 또는 49개 등 일반적으로 7의 배수로 천수물을 올립니다.
법당의 내부 구조는 2층이 하나로 뚫어 있으며 전실과 내실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내실에는 석가모니불과 문수보살을 비롯해 여러 보살상이 봉안돼 있습니다. 라다크의 불상들은 추운 기후 때문인지 모두 비단으로 된 가사를 입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전각에서 가장 눈에 띠는 것은 티베트 불교의 고승 쫑카파의 모습입니다. 스피툭 곰빠는 라다크에서 갤룩파의 가장 중요한 사찰 가운데 한 곳입니다. 그래서 갤룩파의 설립자인 쫑카파는 소상과 벽화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법당 안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쫑카파는 1357년 티베트 동부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여러 스승 밑에서 반야부 경전, 아비달마 교학, 중관학 등 불교의 모든 학문 분야를
통달했습니다. 그 뒤 그는 청정한 가풍과 수행을 중시하는 불교개혁을 단행했고 그것이 바로 티베트 불교의 갤룩파가 됐습니다. 쫑카파의 이같은
공헌으로 그는 '갤와 니스빠' 즉 제2의 부처님으로 불리며 티베트의 위대한 성인으로 추앙 받고 있습니다.
두스꽝의 왼쪽 벽에는 팔만대장경에 해당하는 수많은 장경들이 보관돼 있습니다. 이들 경전들은 노랑, 빨강, 파란색의 천에 싸여져 있으며
이것은 삼장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라다크의 두스꽝 안에는 불.법.승 삼보가 한 전각 안에 봉안돼 있습니다.
(4) 라다크 사원의 환영의식
라다크의 전통 예불의식. 멀리서 귀빈이 왔음을 부처님께 알리는 고불 의식을 올리고 있습니다. 라다크의 불교의식에서는 나팔과 북 그리고
실냔이라고 불리는 바라와 요령 등을 함께 사용하는 장엄한 의식절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님들은 역대 린포체의 이름을 하나 하나 독송하며 그들의
높은 법력을 기립니다.
갤룩파를 상징하는 노란 모자. 그래서 갤룩파를 황모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스님들은 갤룩파의 상징인 노란 모자를 쓰는 것으로써 의식 절차를
모두 마칩니다. 방문객도 샤모라는 이 모자를 씀으로써 비로 소 갤룩파의 최고 귀빈으로 대우받게 됩니다.
3. 농촌과 가정불단
(1) 라다크의 농촌 풍경
높은 설산과 눈부시게 푸른 라다크의 하늘은 이곳이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곳임을 실감케 합니다. 그러나 라다크의 기후는 매우 척박합니다.
겨울에는 영하 40도의 혹한이 8개월이나 계속되며 여름은 단 4개월에 불과합니다. 토양은 매우 건조해서 물을 주지 않고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모래땅입니다.
라다크 경제의 중추는 바로 농업. 단 4개월의 짧은 여름 동안이지만 라다크인들은 이 기간동안 보리와 밀을 파종하고 8개월간의 긴 겨울을 준비를 합니다. 짧은 여름과 메마른 땅이지만 라다크 사람들은 히말라야의 눈 녹은 물에 의지해서 푸른 농토를 일구고 아름다운 전원의 풍경을 일구고 있습니다.
라다크에는 모든 마을과 농토 사이에는 이처럼 잘 정비된 수로를 볼 수 있습니다. 눈 녹은 물을 끌어들인 이같은 수로에 의지해서 그들은 농사를 짓고 생활에 필요한 물을 얻습니다.
라다크 사람들은 매우 친밀한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8개월간의 긴 겨울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게 만들고 그것은 다양한 공동체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라다크에서 가축은 매우 중요한 생존 수단입니다. 이들은 우유와 고기 그리고 따뜻한 털을 제공합니다. 심지어 이들의 배설물조차 없어서는 안될 연료가 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재생하고 재활용하는 라다크에서는 동물들의 배설물은 겨울을 나는 중요한 에너지원이 됩니다. 보통 한 가정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1톤 가량의 소똥을 말려야 합니다.
일반적인 라다크의 가옥은 대부분 2층 구조로 돼 있습니다. 그리고 전망이 가장 좋은 옥상에는 가정불단이 마련돼 있습니다.
(2) 가정 불단
모든 라다크의 가정에는 이처럼 옥상에 가정불단이 있고 이곳은 집안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가정불단은 마치 큰 사원의
두스꽝처럼 기도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습니다.
라다크인들의 하루는 법당에서 시작됩니다. 장사를 하고 있는 츠링 왕두씨는 매일 새벽 5시 반이면 법당에 와서 기도를 합니다. 왕두씨는 맨 먼저 42개의 팅에 맑은 천수물을 정성 드려 올립니다. 버터로 만든 초에 불을 켜고 노간주나무로 만든 숙파라는 향불을 피워 법당 안을 정화시킵니다. 왕두씨의 자리는 법당의 가장 구석자리. 그는 이곳에 앉아 경전을 봉독합니다. 이처럼 라다크의 모든 불자들은 하루에 3시간씩 아침저녁으로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Q : "무엇을 위해 기도를 하십니까?"
A : "무엇을 바라거나 자신을 위해서 기도하지 않습니다. 모든 중생들의
깨달음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라다크에서의 신앙은 사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아니라 바로 일상 생활 그 한 가운데에 있습니다.
(3) 로사와 불탑지
이곳은 레 근교에 있는 초르텐 지역입니다. 이곳에 있는 초르텐들은 라다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많은 초르텐과는 다른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높은 기단 위에 탑을 쌓아 올린 이 불탑들은 기단석에 어떤 문양이나 그림이 전혀 그려져 있지 않습니다. 기단과 탑신에 거저 흰색의 회칠을 해
뒀을 뿐입니다.
이 독특한 초르텐들은 티베트 불교의 위대한 역경승 로사와 린첸 산포스님이 건립한 것들입니다. 인도에서 공부를 마치고 티베트로 들어가던 산포스님은 라다크에 수많은 불탑과 사원을 창건했던 것입니다.
(툽스탄 팔단 스님 인터뷰)
"이 곳을 초르텐 지역이라고 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이곳에는 많은 초르텐들이 있습니다. 이들 초르텐
가운데 어떤 것은 로사와 시대에 건립된 것입니다. 로사와 린첸산포는 티베트 불교에서 매우 유명한 역경승입니다. 그가 건립한 불탑을 만다라
불탑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다른 불탑과는 양식이 다릅니다. 이들 불탑들은 매우 높은 기단 위에 하나의 탑을 올려놓고 있는데 이것을 로사와 양식
불탑이라고 합니다."
(4) 화장터 롬캉
로사와 불탑 옆에는 1m남짓 높이의 네모난 흙탑이 있습니다. 롬캉이라고 부르는 이 탑은 바로 화장에 쓰이는 것입니다. 라다크에서는 시신을 동그랗게 염해서 화장하는 것이 전통적인 장례법입니다.
(초갤 스님 인터뷰)
"이것은 우리 라다크말로 하면 롬캉이라고 합니다. 그 뜻은 사자(시신)의 집이라는 뜻입니다. 최근에 만들어지는
롬캉들은 긴 모양의 것도 있습니다. 이것은 시신을 누운 자세로 염하는 새로운 장례 풍토 때문입니다."
4.실크로드의 중심 셰지역
(1) 셰성과 마애석불
틱세 곰빠로 가기 위해 인더스 강변을 따라가다 보면 라다크 최초의 왕궁 셰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은 라다크의 첫 번째 왕이 세운 성으로 실크로드를 통한 무역이 성행했을 때 각국의 산물이 모이는 집산지였던 곳입니다. 바로 이 셰성 바라보이는 인더스 강변의 바윗돌에는 마애석불이 있습니다. 인더스 강을 바라보며 서 있는 이 마애석불에는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다섯 분의 부처님이 조각돼 있습니다.
라다크는 10세기경에 라첸 팔기곤이 첫 번째 왕이 되면서 본격적인 발전기를 맞이합니다. 그는 통치 영역을 넓히고 바로 이 지역에 새 왕궁을 지었습니다. 그와 함께 이곳은 히말라야를 넘은 세계 각국 상인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실크로드의 요충지로 발전하게 됐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온 대상들은 바로 이 부처님 앞에서 험난한 여행의 안전을 기원했을 것입니다.
바로 이 시기를 기점으로 불교도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며 수많은 불탑과 사원들이 건립됩니다. 그 대표적인 사원이 바로 11세기에 창건된 알치
곰빠입니다. 레에서 약 7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알치곰빠는 라다크의 사원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사원입니다.
(2) 틱세
곰빠
셰 성에서 조금만 더 가다 보면 높은 언덕 위에 우뚝 솟은 틱세 곰빠의 위용을 발견하게 됩니다. 틱세 곰빠는 쫑카파와 얽힌 창건 설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번은 쫑카파가 이곳을 지나가면서 '나의 가르침이 강의 오른쪽 언덕 위에서 번성하리라'라는 예언을 했습니다. 이같은 쫑카파의
예언을 전해들은 사람들이 바로 이곳에 틱세곰빠를 창건했습니다. 15세기에 창건된 틱세 곰빠는 고색 찬연한 라다크불교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원 가운데 한 곳입니다.
(3) 두스꽝 내부
틱세 곰빠의 두스꽝. 2층과 3층에서 보랏빛 자취를 남기며 들어오는 빛은 5백년의 해 묵은 그림자를 털어 내고 한 줄기 광명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법당 곳곳에 놓여 있는 온 빛바랜 모습들 속에는 수 없는 세월 만큽이나 짙은 향기가 서려 있습니다.
법당 한 가운데 모셔진 아미타불. 은은한 미소와 자비로운 눈매는 한 줄기 서광이 있어 마치 살아 있는 듯 신비감을 더합니다. 3층에서 들어온 빛은 그대로 아미타불을 비추고 있어 부처님은 눈부신 광채 바로 그것입니다.
왼쪽 벽면에는 두카 보살이 모셔져 있습니다. 참으로 신비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이 보살은 천 개의 손과 머리 그리고 발을 가진 보살로 천수천안 관세음 보살과는 또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아미타불의 왼쪽 벽에는 오랜 세월을 지탱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 온 수 많은 경전들이 있습니다. 빛바랜 경전들의 모습은 부처님의 체온을 느낄 듯 합니다.
맞은편 벽에는 5백년 이상 법당을 장엄해 온 벽화와 만다라가 있습니다. 빛이 없는 곳에서 오히려 사물들은 저마다의 빛깔들을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전실의 신비로운 분위기는 그대로 내실로 이어집니다. 내실에는 원만한 상호를 갖춘 석가모니 부처님이 봉안돼 있습니다. 이 부처님은 비록 표면 처리가 거칠기는 하지만 그 상호는 인자하고 친근하기 이를 대 없는 원만한 상호를 갖추고 있습니다.
석가모니불 옆에는 여덟 개의 팔을 가진 관세음 보살상이 봉안돼 있고 그 앞에는 만다라 형태를 한 공양물이 있습니다.
전각의 입구 벽면에는 얍윰의 화려하고 오묘한 벽화가 있습니다. 남녀 샤크티가 결합해 있는 이 얍윰은 밀교의 신비한 교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즉 지혜를 상징하는 여성과 방편을 상징하는 남성이 합일된 모습을 통해 지혜와 방편의 통일을 설법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틱세 곰빠를 수호하는 신장들이 모셔진 곳입니다. 이곳에는 단청도 돼 있지 않으며 어둡고 컴컴한 분위기가 오히려 신장들의 위용을 더욱
당당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신장들은 모두 비단 천으로 얼굴을 가려 놓았습니다. 이들 신장상은 1년에 단 한번 있는 축제일에만 얼굴을 공개합니다. 신장들의 체구는
참으로 우람하고 무섭게 조형돼 있습니다.
(4) 틱세 곰빠의 미륵전
이곳 틱세 곰빠에는 라다크에서 가장 큰 미륵불이 봉안돼 있습니다. 미륵전에 들어서면 거대한 부처님의 얼굴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약 20여m 정도 크기의 이 부처님은 3층의 전각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참배하는 곳은 바로 3층이기 때문에 전각 안에 들어서자마자 부처님의 얼굴과 마주보게 됩니다. 자비로운 상호를 갖춘 이 부처님은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기념해 최근에 조성된 것입니다.
미륵전 바로 옆에는 돌마랑캉이라는 독특한 전각이 있는데 여기에는 21분의 따라보살이 봉안돼 있습니다. 따라보살은 사람들의 번영과 행운을
주는 보살입니다. 보통의 곰빠에는 한 분의 따라보살이 모셔져 있지만 최근에 증축된 이곳에는 21분의 따라보살이 봉안됐습니다. 이는 서구의
물질문명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라다크인들의 바램도 한층 높아졌음을 반증해 줍니다.
5. 인더스 강과 헤미스 사원
(1) 인더스 강
진한 황색 빛을 띠고 흘러가는 이 강은 바로 인더스 강의 상류입니다. 히말라야의 눈 녹은 물이 모여 이 같은 거대한 강을 이루고 이 강은
라다크를 가로질러 인도로 흘러갑니다. 어름처럼 차가운 물이지만 짧은 여름동안의 이 강은 잠시 개구쟁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합니다. 레에서 이 강을
따라 약 48km정도 가다가 보면 라다크의 최대 사원 헤미스 곰빠가 나옵니다.
(2) 마니석벽
헤미스 곰빠로 들어서는 길가에는 거대한 마니석벽이 있습니다. 마니닝모라고 불리는 이 돌담은 진언이나 경구를 새긴 돌로 만든 것입니다. 역대
법왕들이 죽은 부모를 추모하기 위해 세운 마니 닝모는 라다크의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황량한 들판에 세워진 수많은 마니닝모. 그 마니석
하나하나에는 이름 모를 수많은 라다크인들의 지극한 불심이 쓰며 있습니다.
(3)헤미스 곰빠
헤미스 곰빠는 바위산이 마치 병풍처럼 둘러쳐진 곳에 있습니다. 취재팀이 이곳을 찾았을 때 헤미스 사원에서는 사찰 중수 불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사찰에서 이루어지는 이같은 불사는 대게 신도들의 자발적인 봉사로 진행됩니다. 신도들은 사찰 중수 불사에 참여하는 것을 큰 공덕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라다크에서는 사원을 곰빠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티베트 말로 '조용한 곳'이란 뜻입니다. 대부분의 곰빠에서는 약간의 입장료를 받고 이렇게 모금된 돈은 사찰 중수 불사에 쓰여집니다.
약 5백명의 스님들이 주석하는 헤미스 곰빠는 라다크에서 가장 유명한 사원입니다. 이 사원은 16세기의 남걀왕조 때 건립된 사원입니다. 신체가
건장하고 무예에 뛰어났던 남걀왕은 신심이 지극했습니다. 그는 학덕이 높은 스님 닥상 린포체를 초청해서 나라의 스승으로 삼고 헤미스 사원을 지어
올렸습니다.
(3) 헤미스 곰빠의 두스꽝
한 사미승이 북과 바라를 번갈아 치며 독경을 하고 있습니다. 라다크의 사원에서는 어린 사미승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라다크의 모든 가정에는 한 두 사람의 출가자 있기 마련입니다. 그것은 제한된 농토와 생산량에 맞추어 인구를 억제하기 위해 출가가 장려되기 때문입니다. 사원과 세속의 이같은 유기적 결합은 적어도 라다크에서는 불교가 종교적 신앙 그 이상의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 전각에는 밀교의 위대한 스승 빠드마 삼바바의 소상이 봉안돼 있습니다. 빠드마 삼바바는 닝마파를 설립한 티베트 불교의 성자입니다. 2층의 전각을 가득 메운 거대한 빠드마 삼바바의 오른 손은 지혜를 상징하는 금강저를 들고 있고 왼손은 선정인을 하고 있습니다.
라다크의 사원들은 겨울의 추위를 막기 위해 사방이 벽으로 막혀 있습니다. 밖에서 보면 3층이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2층과 3층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전각의 내부는 매우 어둡고 컴컴합니다. 그러나 천정에서 들어오는 한 줄기 햇빛이 내부를 밝혀 줍니다.
전각의 내부는 등받이가 없는 긴 나무의자를 일렬로 놓고 그 위에 카페트를 깔아 놓았습니다. 나무의자 앞에는 법구와 책을 놓을 수 있는 작은 책상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법구는 바로 도르제라는 금강저와 틸부라는 요령입니다. 금강저는 지혜를 상징하며 요령은 방편을 상징합니다. 이 둘이 결합된 요령은 지혜와 자비가 통일된 부처님의 미묘경지를 나태 내는 것입니다.
이곳은 헤미스 사원에서 가장 오래된 전각으로 아름다운 벽화들이 가득차 있습니다. 16세기에 그려진 이 벽화들은 은은한 채색과 부드러운
선묘가 특징으로 라다크 불교미술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법당의 구조 때문인지 벽화들은 색이 바래지 않고 은은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전각의 오른쪽에는 헤미스 사원의 초대 주지스님 닥상 린포체의 소상이 있습니다. 천정에는 죽은 양의 박제가 매달려 있습니다. 이것은 불교가
전래되기 이전에 이들이 믿었던 본교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라다크 불교의 샤만적 요소를 보여주는 이같은 단면은 타르첸의 꼭대기에 매단 야크의
털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6. 전통 문화 전시회
(1) 전통문화축제
취재팀이 라다크에 머무는 동안 라다크의 전통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통문화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춥고 긴 겨울과 척박한 자연환경을 이기고 살아왔던 라다크인들. 오랜 세월 동안 외부와 단절돼 있었지만 이들은 이같은 문화를 통해 서로를 확인하고 밝고 건강한 삶을 꾸려 왔습니다.
이들의 문화는 인도의 그것과는 또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멜로디는 청중들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으며 해학적인 가사의 내용은 청중들과의 교감을 증폭시킵니다. 한쪽에서 춤과 노래가 벌어지는 동안 다른 한 쪽에서는 라다크의 삶과 문화를 보여주는 각종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라다크 여인들의 모자 페라크를 만드는 모습입니다. 터키석을 메달아 장식한 페라크는 라다크 여인들의 중요한 장신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인들은
페라크를 대대로 전수하며 가문의 역사와 명예를 나타내는 표징으로 삼기도 합니다.
나무 열매에서 기름을 짜고 있습니다. 라다크에서는 의식주의 대부분이 자연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먹고 쓸만큽만 채취하기 때문에
항상 자연이 감당할 정도의 것입니다.
양털은 영하 40도의 겨울을 이겨내는데 중요한 자원이 됩니다. 라다크인들은 양털로 장갑, 양말 등 그들이 입는 옷감을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순모 원단은 방한성이 뛰어나 한겨울의 추위를 이기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
양털과 가죽으로 만든 신발입니다. 바브라고 불리는 이 신발은 가볍고 보온성이 뛰어나며 모양도 예쁩니다. 다양한 라다크의 전통음식들입니다. 주로 밀가루와 양고기 등으로 만든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것은 모모라는 것으로 우리의 만두와 유사한 것입니다. 즉석에서 파는 음식들은 관광객들에게 이곳의 음식 맛을 골고루 보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많은 음식들이 전시되고 있지만 라다크의 주식은 밀가루로 구운 바로 이같은 빵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인도로부터 쌀을 들여와서 주식으로 삼기도 합니다.
이제 라다크에는 매년 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유럽인들이 주류를 이루는 관광객들은 히말라야 산과 라다크의 독특한 문화에
매료됩니다. 이같은 상황은 마치 라다크가 실크로드의 황금기를 되찾은둣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가져오는 서구 문물은 라다크의 문화를
파괴하고 천년 이상을 지탱해 온 경제체제와 공동체의 붕괴를 가속화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2. 종립학교 람돈스쿨
취재팀은 라다크의 전통과 문화가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한 학교를 찾았습니다. 람돈스쿨. 이곳은 불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두
개의 사립학교 가운데 하납니다. 취재팀이 이곳을 찾았을 때 마침 열흘간의 짧은 여름방학 중이었습니다. 방학을 맞아 교사와 운영위원회 회원들이
보수 공사를 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전통적으로 라다크사회에서 노동은 매우 여유 있고 느슨하게 진행됩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남녀노소가 함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일과 놀이는 엄격히 구분되어 있지 않으며 모든 일에는 그에 맞는 노래가 있습니다. 산소가 희박한 자연 환경이 낳은 문화일 것입니다.
(노래하는 사람 SOT) "천천히 일하세. 천천히 일하세 다같이 와서 천천히 일하세"
1974년 라다크의 개방과 함께 문을 연 람돈스쿨. 현재 9백명 가까운 학생들과 40여명의 교사가 있습니다. 이 학교의 교육 내용은 영어,
힌디어, 과학 등의 현대교육 중심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히말라야의 오지라는 점을 감안 할 때 이곳의 교육 수준은 높은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학교가 표방하는 가장 중요한 교육 내용은 바로 라다크의 전통과 불교문화를 지키는 것입니다. 인도 정부에서 운영하는 공립학교에서는 라다크의 전통과 문화가 무시되기 때문에 불교계에서 문화와 전통을 지켜 가고 있습니다.
(교장 에셰 톤둡 인터뷰)
"저희 학교에서는 현대교육과 함께 라다크 지방의 고유한 언어, 종교, 문화, 전통 등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
학교의 주된 설립목적은 우리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과 종교를 현대적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교육하기 위해 섭니다."
독특한 불교문화와 전통을 간직한 라다크. 그러나 이제 라다크도 예외 없이 서구의 물질문명에 노출 돼 있습니다. 전통 사회를 이끌어 왔던 불교는
이와 같은 새로운 상황에도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7. 모범적인 불교 공동체 라다크
(1) 불교협회
이곳은 레 시내에 있는 조강곰빠입니다. 이곳은 라다크 사람들의 불심이 신앙의 차원에만 머물지 않고 삶 그 자체임을 확인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 사찰에는 일반 불자들의 조직인 라다크불교협회가 있습니다. 라다크 불교협회는 매달 대규모 법회를 개최하고 포교활동을 합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전통적인 불교축제를 관장하고 불교의 권익 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분쟁을 조정하는 것입니다. 본래 낙천적인 성격을 가진 라다크 사람들은 다투는 일이 거의 없지만 분쟁이 생기게 되면 불교협회에 와서 중재를 요청합니다.
(불교협회장 쩨링 나부 람빠씨 인터뷰)
"마을에서 일상적인 분쟁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경찰이나 법정에 가는 대신 불교협회를 찾습니다. 보통 그들이 조정을 요청해 오면 저희들은 대화로써 분쟁을 조정해서 양측이 만족할 만한 합의를 도출해 냅니다. 그리고 이 합의는 양측 모두에게 이행의 의무가 있습니다. "
이처럼 라다크에서 불교는 사회의 경제적 책임을 분담하고 사법적인 기능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라다크 사회는 불교를 통해서 마침내 마니보륜 처럼
돌아 갈 수 있는 것입니다.
(2) 에필로그
라다크인들의 삶이 살아 숨쉬는 시장터. 취재팀은 시장 통에서 잡화를 팔고 있는 한 노인을 만났습니다. 노인은 장사를 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오건 말건 상관치 않습니다. 그는 쉼없이 염주를 돌리며 기도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그의 눈빛은 경건하며 표정은 수행자와 다름이 없습니다.
(노인 인터뷰)
Q : "무엇을 기원하며 기도하십니까?"
A : "거저 늙어 죽기 전에 기도하는 거죠. 이렇게 살아 있을 때
열심히 기도할 따름이지 복을 빌거나 무엇을 바래서가 아닙니다."
라다크 불교에서 기도는 기복의 행위가 아니라 스스로의 무명을 밝히는 수행 그 자체였습니다. 취재팀은 시장 한 모퉁이에서 마니를 돌리며 기도하는 또다른 노인을 만났습니다. 이 노인은 오른손에는 마니를 돌리고 왼손으로는 염주를 돌리며 쉼없이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30년 동안 마니를 돌렸다는 노인은 조개 껍질로 만든 목걸이를 보여줬습니다. 마니에는 조개 껍질로 만든 둥근 고리가 있는데 보통 3,
4년에 하나가 닳는다고 합니다. 노인이 차고 있는 목걸이는 바로 마니에서 닳아진 고리를 모아 만든 것입니다. 16개의 조개 껍질로 만든 목걸이가
그의 30년 수행 이력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복을 빈다거나 개인적인 이익을 기원하며 기도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 혼자 잘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지도 않습니다. 모든 중생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그들의 깨달음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라다크는 분명 풍요로운 곳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들은 가난에 찌들리거나 삶에 지쳐 있지 않습니다. 이들의 늘 여유 있고 낙천적인 마음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라다크에서 가장 심한 욕은 '화 잘 내는 사람'이란 것입니다. 라다크인들의 이같은 낙천성은 자연을 지배하고 누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가 된 삶이 가져다 준 것입니다. 신행과 생활이 분리돼 있지도 않습니다. 그들이 장사하고 잠자고 일하는 그 곳이 바로 부처님의 가피로 충만된 도량이고 기도터인 것입니다.
어쩌면 라다크는 그 사회 전체가 하나의 출가 집단일지도 모릅니다. 스님들은 출가 자이지만 세속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일상적인 공간 속에 있습니다. 반면 불자들의 삶은 지극히 경건하고 수행과 기도의 연속입니다.
승가는 끊임없이 세속을 향해 있고 세속은 끊임없이 승가를 닮아 가는 땅.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해맑은 미소를 머금고 살아가는 라다크는 살아
숨쉬는 부처님의 땅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산너머 저쪽 설산의 라다크! 그곳은 바로 우리가 꿈꾸는 청정한 불국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