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1편’은 시시하게 끝났다.
많은 샛별이 기대를 모았지만 시즌이 중반으로 접어들며 하나둘씩 자취를감추고 있다.시즌 초반부터 뜨거웠던 SK 이승호와 한화 조규수의 지난해 레이스와는 다른 양상이다.
올 시즌 프로무대에 입성한 신인은 모두 75명.억대의 입단 계약금을 받은신인들이 대거 등장했다.루키 최고액인 삼성 이정호(5억3000만원)를 비롯해시드니올림픽 국가대표 출신의 SK 정대현(3억5000만원),LG 이동현,롯데 신명철(3억2000만원),삼성 박한이(3억원) 등 아마추어 경력으로나 몸값으로나 어느해보다 부족할 것이 없었다.
굵직굵직한 신인들의 시원한 한판승부가 예고됐다.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는 격’.억대 신인 대부분이 프로 무대에제대로 서 보지도 못하고 2군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
■ LG 이동현-끝없는 시험
좌충우돌하는 LG호만큼이나 이동현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신인 중 유일하게 오키나와 전지훈련에 참가할 정도로 일찌감치 실전용으로 기대를 모았다.스프링캠프 이후 맡은 보직은 선발.그러나 시범경기가 끝날 무렵 뒷문으로이동했다.마무리 장문석의 구위가 신통치 않음에 따라 내려진 임시방편이었다.그러나 막상 정규시즌에는 단 한 차례도 마무리로 등판하지 못했다.“위기 상황에 익숙지 않다”는 것이 벤치의 주장.결국 김성근 코치의 마운드 대수술에 따라 이동현은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또다시 시작했다.4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등판해 3.2이닝 동안 3실점하며 방어율만 높였다.7경기에서 2패하며 방어율 12.33.(이하 성적은 15일 현재)
■ SK 정대현-추억 속의 시드니
시드니와 국내의 물은 달랐다.시드니올림픽에서 정대현의 호투를 뒷받침한것은 외국타자들에게 생소한 언더핸드스로의 투구폼.그러나 국내 타자들에겐조금도 신기하지 않았다.시범경기부터 흔들렸다.제구력은 보통이었지만 예상대로 볼의 속도가 문제였다.최고구속이 시속 133㎞를 넘지 못했고 결국 14일 2군으로 갈 보따리를 쌌다.6경기에 등판해 승패 없이 방어율 6.75.
■ 삼성 이정호-감감 무소식
중간계투로 시작했다.스프링캠프에서 보여준 시속 150㎞의 빠른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는 선발감이었지만 들쭉날쭉한 제구력이 걸림돌.7게임에 등판해1세이브 방어율 1.04로 신인 중 가장 좋은 출발을 했다.그러나 지난달 27일갑작스럽게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그 후로 감감 무소식이다.“컨트롤 불안을교정하기 위해 내려보냈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말.
■ 해태 김주철-새로운 탄생
선발 마운드에서 가장 오래 버텼지만 결국 2군에서 재무장에 들어갔다.컨트롤이 불안해 스트라이크존을 걸치는 좌우 코너워크가 제대로 안됐고 타자와의 머리 싸움에서 밀렸다.김성한 감독은 등판 기회를 늘려 경기를 풀어가는요령을 습득시키고자 4일 2군행을 지시했다.장기적인 안목으로 어깨에 무리가 가는 현재의 피칭폼도 수정할 계획이다.6게임(선발 4게임)에 등판해 1승2패 방어율 6.60.
■ 박한이 신명철-생존 게임
야수들은 투수들보다 생존율이 높다.박한이는 톱타자가 없는 삼성의 1번을그런대로 잘 지키고 있지만 선두타자로서 분위기를 띄우는 데는 미흡하다는것이 주위의 평가.100타수 25안타로 타율 0.250,2홈런 6도루 출루율 0.400.
롯데 신명철은 보름도 채 되지 않아 2군으로 내려갔다.유격수 김민재와 2루수 박정태가 버티고 있어 설 자리가 없었고 무엇보다 방망이가 안 맞았다.7일 1군으로 다시 올라와 대타와 대주자로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며 16일까지2할에 턱걸이를 하고 있다.
■ 신인왕은 없다?
올 시즌과 같은 신인 기근은 지난 1988년과 1999년에도 있었다.88년 MBC 투수 이용철은 7승11패의 성적으로 역대 투수 신인왕 중 유일하게 10승을 넘지못했다.99년은 더 심각했다.4명의 신인왕 후보자 중 해태 정성훈만이 타격25위에 올랐을 뿐 두산 홍성흔,현대 박장희,LG 김상태 등 세명이 모두 규정타석에 미달했다.결국 파이팅을 앞세운 홍성흔이 95년 삼성 이동수(0.288)에이은 역대 최저타율(0.258)로 신인왕을 안았다.
그러나 아직은 전체 경기의 4분의 1 정도밖에 소화하지 못했다.프로에 서서히 적응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실망하기엔 이르다.기대를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