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구성지 의장이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정에 대한 진상조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강정마을회가 7일 논평을 내고, 이는 강정 절대보전지역 해제의 부당성을 가리려는 행위이자, 해제 절차가 부당했었음을 실토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구성지 의장은 취임 100일을 앞두고 지난 5일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원희룡 지사가 추진하는 제주해군기지 진상규명 조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조례는 제주해군기지 진상규명을 위해 지역주민 중심으로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고 조사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상규명위원회가 대법원의 제주해군기지 공사에 대한 적법 판결을 뒤집는 조사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진상조사보고서를 토대로 제주지사가 해군기지건설에 대해 사과한다면 갈등의 해결이 아닌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 될 것이다. 이는 강정마을과 유사한 갈등을 빚는 지역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진상규명조례 제정과 관련해 도가 의회와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아 의회도 선뜻 협조하기 어려울 것이다. 많은 도의원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구성지 의장, 시작도 하기 전에 대안 없이 딴지걸기부터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9월 1일 강정마을회 대표들과 면담하면서 추진을 협의하기로 한 진상조사와 관련해 같은 달 2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지원 조례’제정과 공포를 오는 11월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30일 강정마을회는 ‘강정마을 명예 회복을 위한 진상조사 수용 여부의 건’을 의안으로 임시 마을총회를 열었으나, 진상조사의 효력과 한계를 놓고 강정주민들 사이에 생각이 갈리면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시간을 두고 더 논의하자며 회의를 마쳤다.
결국 구성지 의장은 8년간 지속되는, 그리고 언제 마무리될지, 끝나기는 끝날 것인지 기약할 수 없는, 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빚어진 갈등과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강정주민들이 반신반의하면서도 시도해 보려는 노력을, 시작도 하기 전에 대안 제시는 전혀 없이, “많은 도의원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근거 박약한 주장(내가 몇몇 도의원에게 확인한 바에 의하면)으로 훼방을 놓고 나선 셈이다.
강정마을회는 7일 논평을 통해 구성지 의장의 이런 ‘딴지걸기’을 볼 때, 진상조사를 실시하더라도 제주도내에서 있었던 사실조차 제대로 기술할 수 없는 진상조사가 될 우려가 있으며, 결국 그렇다면 진상조사를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절대보전지역 해제 ‘날치기’에 앞장섰던 새누리당 3선 의원들의 업이
강정마을회가 구성지 의장을 규탄하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것에서 보듯이, 많은 도의원들이 구 의장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실상은 2009년 절대보전지역 해제 날치기 통과에 앞장섰던 새누리당 3선 의원들, 즉 구 의장과 신관홍·하민철 의원 등 일부만이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보다 타당할 성싶다.
강정마을회는 “구성지 의장이 언급한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사례란 절대보전지역 해제에 대한 도의회 의결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시 구성지 의장은 도의회 부의장의 직위를 가지고 있었으며, 도의장 직권대행으로 절대보전지역 해제의 건을 재석인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거수로 표결을 하여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사상 최초의 날치기 의결 기록을 세웠고, 연이어 야당의원들이 재석의원수를 문제 삼으며 반발이 거세지자 다시 거수를 통해 표결을 하여 도의회 의결규정인 일사부재의 원칙까지 위반하였다”는 것이다.
2009년 12월 제주도의회에서 당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해군기지 건설에 필요한 사전절차인 강정 절대보전지역 해제 안건을 ‘날치기’로 통과시켰고, 이러한 일에 당시 부의장이었던 구성지 의원을 비롯해 신관홍·하민철 의원 등이 앞장섰다.
당시 민주당, 민주노동당, 무소속 의원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본회의장을 점검하는 등 결사반대했으나, 제1당이었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물리력을 동원한 ‘변칙 날치기’로 결국 통과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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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2월 당시 한나라당 소속 제주도의회 의원들은 강정 절대보전지역 해제 안건을 당시 부의장이었던 구성지 의원의 사회로 물리력을 동원한 파행 끝에 날치기 통과시켰다. 이 날치기에는현재 3선 의원이 된 신관홍·하민철 의원 등도 주도적으로 앞장섰다. |
이 안건은 당초 관련 상임위에서 부결시켰지만, 당시 한나라당 김용하 의장이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했고, 김 의장 대신 의장 직무대리를 맡은 구성지 부의장이 의사봉도 없이 손바닥으로 의사대를 두들기며 ‘변칙’ 개회를 선언하고 재표결까지 한 끝에 통과시켰다.
이렇게 절대보전지역 해제안이 통과되자 당시 강정마을회를 비롯한 해군기지 건설 반대 단체들은 도의회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특히 해군기지 절대 반대를 외치던 구성지 의원이 앞장서서 안건 가결을 시킨 것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격렬히 항의했다.
당초 해군은 서귀포시 안덕면의 화순항을 해군기지 입지로 지목해 추진했지만, 지역주민들이 반대에 부딪쳐 새로운 입지를 물색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구성지 의장이 자신의 지역구인 안덕면 주민들을 대변해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다가 결국 강정에 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놓고서는 표리부동하게 날치기의 선두에 선 것을 말하는 것이다.
강동균 전 강정마을회장은 그때 그 ‘날치기’를 회상하며 “구성지 의장이 나를 보면 부끄러운지 피해. 그 사람만 아니라 도의회 자체를 믿을 수가 없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진상조사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대표적인 한 사람이 됐을 것이다.
강정마을회, 심판 받아야 할 정치인이 도의회 의장으로 있는 한 강정마을 갈등은 해소될 수 없어
2012년 7월 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정주민 438명이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국방·군사시설사업 실시계획승인 처분무효확인 등 소송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강정마을회는 7일 논평을 통해 “대법원은 절대보전지역 해제상의 실체적 하자를 규명하지 아니하고, 소를 제기한 강정주민들에게 원고부적격의 이유로 각하판결을 하였을 따름”이라며, “절대보전지역 해제과정에서의 실체적 하자를 진상보고서에 기술한다고 해도, 대법원의 판결서는 원고적격에 대한 부분만 다룬 내용이므로 그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진상조사를 마치 대법원의 판결에 불복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발언을 한 진의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구성지 의장이 “진상규명위원회가 대법원의 제주해군기지 공사에 대한 적법 판결을 뒤집는 조사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진상조사보고서를 토대로 제주지사가 해군기지건설에 대해 사과한다면 갈등의 해결이 아닌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 될 것이다”라고 발언한 것을 반박했다.
강정마을회는 이어 “진상조사는 진실규명을 통해 발생했던 사실들을 역사로 남도록 기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제주도정의 진상조사는 도조례를 통해 추진하는 것이니만큼 관련 책임자 처벌이 어렵고,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멈추거나 백지화가 불가능하다. 나아가 중앙정부 부처나 해군이 입지선정과정에서 직접 개입했던 증거들은 원천적으로 조사하는 것이 불가능한 면이 있다”고 한계를 말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강정마을회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이 국가사업인데 도정이 직접 개입하여 절차적 또는 법률적으로 발생한 하자들에 대하여 진상을 규명하고, 부당함에 저항해온 강정주민들 그리고 우리와 함께해온 민중들의 역사를 기술하는 것은 강정마을에서 자라는 미래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라고 여기며, 주민들이 동의만 해준다면 전력을 다해 최선을 다할 의지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강정마을회는 “그러나 구성지 의장의 발언 태도를 미루어보면 조례 제정이나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조차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어 보이고, 조사과정에서도 자신이 연루되지 않도록 각종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며, “따라서 도내에서 있었던 사실조차 제대로 기술할 수 없는 진상조사가 될 것이라면 강정마을회는 진상조사를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고 입장을 말했다.
강정마을회는 이어 “우리는 구성지 의장이 인터뷰 발언을 통해 절대보전지역 해제 절차가 부당했었음을 실토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며, “자신의 안위만을 위하며 아무런 대안도 없이 비판만을 내세우는 정치인은 제주도의 미래에 아무런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고 본다”고 규탄했다.
그리고 “구성지 의장은 제주환경보호의 최후의 보루이자 마지노선으로 제정된 절대보전지역제도를 제주특별법으로 꽃 피운지 만 3년도 안되어 사문화시킨 역사의 죄인으로서 심판을 받아야 할 당사자”라며, “이런 정치인이 도의회 의장으로 있는 한 강정마을의 갈등은 해소될 수 없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해가 거듭될수록 깊어질 것”이라고 거듭 구 의장을 향해 날선 공격을 퍼부었다.
“겸허함과 진솔함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더 이상 강정마을에 상처를 주지 말고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도의장직과 도의원직을 내려놓고 야인으로 돌아가기를 권한다”는 게 강정마을 주민들의 마음이다.
제주 모른 채 뜬금없이 지사에 출마한 원희룡의 어설픈 시도, 하지만 아직 길은 있다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은 원희룡 지사와 진상조사를 논의하는 배경에 대해 강정주민들은 먼저 해군기지 건설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그 요구가 정 안 받아들여질 경우 진상조사단을 꾸려 먼저 진상조사를 한 후에 그 결과에 따른 조치를 요구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진상조사를 실시하면서 나온 결과가 강정이 해군기지 입지로 부적합하다라든지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부정적인 결론이 도출됐을 경우, 과연 원희룡 지사가 책임지고 정부에 공사 중단 및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럴 경우 자칫 정부와 해군에게 면죄부만 주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농후하기 때문에 7일 논평을 통해 밝힌 한계를 비롯해 여러 문제를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게 여러 강정주민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지난달 30일에 연 강정마을 임시총회에서 진상조사에 찬성하는 주민은 찬성하는 이유로 강정마을만의 자체조사는 반쪽짜리인 반면, 제주도정 및 제주도의회와 함께 진행하는 진상조사는 그 의미가 다르고, 가장 중요한 것은 강정주민의 명예회복이며, 이를 위해 의미 있는 진상조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을 말했다.
하지만 의장 취임 후 여태껏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지난하게 이어지는 강정마을을 비롯한 제주사회의 갈등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소 닭 보듯이 일언반구 없던 구성지 의장은 ‘제주도의회와 함께 진행하는 진상조사는 그 의미가 다르고’라는 기대를 단번에 저버리며 대안 제시 없이 시비부터 걸고 나섰다.
절대보전지역 ‘날치기 해제라는 원죄’를 저지른 구 의장을 비롯해 날치기에 앞장섰던 새누리당 소속 3선 의원들은 구 의장의 발언에서 미루어 보듯 똑같이 진상조사에 상당한 ‘딴지’를 걸 가능성이 농후하다.
제주지사 선거에 출마했을 때부터 진상조사를 통한 강정마을 갈등 해결을 내세웠던 원희룡 지사는 해군을 비롯한 정부의 반대나 훼방이나 무시에 앞서 제주도 내부에서 이러한 ‘딴지걸기’가 먼저 돌출될 것을 예상이나 했을까?
제주 출신이지만 오랜 동안 제주를 떠나 살며, 강정마을회에서 비난했다시피 국회로 찾아간 강정주민들을 문전박대했고, 어느날 불쑥 새누리당의 선거전략에 의해 제주지사에 출마하게된 원 지사는 제주시장 임명과 관련해 거듭되는 인사파동을 일으키는 것에서 보듯 제주도와 제주 사람들을 모르고, 그래서 더욱더 복잡하게 얼키고설킨 강정마을 갈등의 기원과 이후 전개과정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그렇기에 해결책도 무척 안이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전개되는 양상을 보면, 8년째 지속되는 강정마을 사람들의 고통을 풀 실마리가 언제 잡힐지 전혀 짐작조차 해볼 수 없다.
그렇다하더라도 원 지사에게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 성싶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싸움에 줄곧 주도적으로 나선 강정마을의 한 인사는 강정주민들이 8년째 저항하면서 정부과 군 그리고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에 대해 겹겹이 쌓인 불신의 벽을 조금이라도 허물 수 있는 진정성을 원 지사가 보여주기만 한다면, 정부와 군이 빠진 진상조사의 한계가 뻔히 보일망정, 강정주민 대부분이 기꺼이 찬성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렇게 되면 2009년에 저지른 업보 때문에 ‘딴지’를 걸려는 제주도의회 일부 의원들의 헛된 시도는 아침햇살에 눈 녹듯 스러질 한 방울 이슬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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