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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스크랩 (...) 마지막 만남 & 내 생의 휴식년
도도네숲 추천 0 조회 65 09.06.09 21:55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

 

 승환을 만나러 가는 서울구치소 길.

 

월요일 아침이어서 무척 조용하고 한가했다. 버스를 내려 천천히 인도를

따라 걷는데 무척 빠르게 스쳐가는 두 여자가 있었다.

용산에서 본 얼굴들이다.  아마 예약 시간 때문에 뛰어가는 것이리라. 나는

12회차 면회다.

 

대기실 앞에선 나는 알지 못하지만 나에게 반갑게 손을 내밀어

주신 남자를 만났다. 그는 자신의 일행에게 나를 목도리맨이라고 소개를

했고, 그 일행들은 12호실에서 어떤 여성 위원장과 만났다.

 

구치소를 나오며 한 생각. 서울구치소 면회동창회를 꾸려야할 것같은

생각이 들었다. 분명 구치소가 시대의 풍향계일 텐데

그 앞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는 건 이 시대가 어디에 있는지 잘 보여주는

것이리라.

.

.

 . 

길 가운데 화분이 반발심을 불러일으킨 건 조야한 환경으로 감옥의

현실을 가리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면회를 신청하고 큰 홀을 지나면 이런 복도를 만난다. 서성이는

영혼들의 복도이리라.

 

 

 

면회실에 나타난 승환의 표정.

 

 

107번 투명한 승환의 미소와 만나면 우리도 이런 꽃같은 마음이 된다. 

만나본 사람들만 안다. 하지만 무서운 사람들은 빼고.

 

"재판장이 재판하기 싫은 느낌이었어. 검사도 텔레비전에서 보던 것처럼 똑똑

부러지는 검사가 아니고, 일부러 어리버리하게 보여 이

재판에서 도망갈려고 하는 것 같아." 

 

승환이 내 보고를 듣고 활짝 웃었다. 선배 대균이 내가 늘 어리버리해서

잡힌다고 했는데 승환이 나처럼 어리버리하게 웃었다.

 

"내 느낌인데 이번달 말이면 나올 거야. 알았지."

 

"앗싸!"

 

승환이 손바닥으로 탁 대리석 바닥을 치면서 말했다.

 

"과자하고 껌도 넣어주세요."

 

과자는 잊어버리지도 않는다. 그냥 혼자하는 생각인데 과자없는 세상

에서 살고 싶다. -.-

.

.

.

.

 

껌이 없어 영치금만 넣어주고 나오는데 또 눈물이 뚝 떨어졌다. 

 

그리고 승환을 만나고 나서 오후엔 데레사(도도의 어미니)를 만났다. 석 달

만에 만나는 것이어서 반갑게 인사를 하고(호들갑스럽게)

화랑저수지를 가로질러 외삼촌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승진이와 승현이의

소식을 물었더니 데레사가 한숨부터 내쉬며 요즘엔 승현과

싸우는게 일이라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저녁에 들어온 데레사,,,  "어이, 아들. 잘 있었어?  어디 전화온데 없어?"

하고 물었다. 어제부터 피어난 소국을 보고 싱글벙글 행복한 승현이 데레사를 쳐다

보지도 않고 "전화 안왔습니다." 하고 딱 잘라 말했다. 

 

말투가 경어체로 바꿨는데 어떤 프로그램의 말투가 그의 마음에 들었으리라. 마치

아이가 어른들의 말을 따라하는 것처럼 재미있다.

 

그런데 데레사가 외출한 사이에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대녀가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기일이 오늘이니 전해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성당에서 일을 하는

데레사에게 이런 전화는 데레사에게 무척 중요한 전화다.

 

하지만 승현에겐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전화여서 데레사에겐 전화벨도 울리지

않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승현에게 중요한 전화는 누가 호떡을 사주기로 한다거나 동물원 혹은

미술관을 데려가 주겠다고 하는 것들이어서 그 외의 전화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화가난 데레사, "팥빙수 사준다는 약속은 1년이 지나도 안잊어버리면서  

 왜 내 전화는 맨날 잊어버리는 거야 응?"

 

승현은 심각한 표정으로 정말 그게 중요한 전화였을까 하고 생각에 잠긴다.

하지만 승현의 표정은 데레사를 따라지어준 것일 뿐이고

데레사가 선물로 사온 아이스크림을 언제 먹을 수 있을까 기다리고 있다.

.

.

.

 

데레사는 늘 승현의 현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승현은 늘 자신의 세계

안에서 산다. 승현이와 승환의 세계는 이렇게 만난다.

 

아마도 데레사가 승환을 만난다면 아마 이런 불평을 하리라.

 

"왜 감옥에서도 아이스크림 타령이냐고."

.

.

.

 

ps : 도도는 6월 13일 토요일날 한국을 떠납니다. 원래는 금년 1월 달에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여러가지 일에 밀려

지금까지 나가질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도도는 승환을 아시는 모든 분에게

그를 맡기고 갑니다. 그의 투명한 미소를 보고 싶은 사람들은 

서울구치소로 그를 찾아주시기 바래여. 혼자서 무척 심심해하고 있답니다.

 

가다보면 이런 말도 만나요.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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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6.10 11:07

    첫댓글 잘 마음나누고 가시길, 가면 까페에 더 자주 들어오게 됩니다.

  • 작성자 09.06.11 00:22

    당스,, 소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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