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잘못”이란 ‘잘하다’에 ‘못하다’가 붙은 말입니다. 이 순서를 따르면 질책보다는 칭찬이 앞서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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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4/연중 제9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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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복음 12장 13-17절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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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선의 첫걸음
하느님만 바라보고 살겠노라 다짐하지만 무너지기 다반사입니다. 상표 스티커가 그대로 붙여진 채 분리배출함에 들어가 있는 플라스틱 앞에서 화를 내기도 하고, 있어야 할 자리에서 사라진 물품을 찾아 헤매며 형제를 원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질책하던 모습을 자신에게서 발견할 때 화들짝 놀라 치켜든 손가락을 접기도 합니다. 거듭 실패하면서도 이렇게 모난 부분들을 둥글둥글 단련해나가면 우리 영혼이 참 평화에 머무는 시간은 점차 길어집니다. 분열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깨뜨립니다. 얼마 전 일치를 위협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수사님은 이번 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하실 거예요?” 모든 형제들의 이목이 침묵 가운데 원로 수사님의 입에 모아졌고, 피아 식별을 시작으로 각자의 전투태세를 갖추는 탓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이윽고 원로 수사님께서 부드럽게 답변하셨습니다. “비밀투표는 언제나 정답이지!” 사분오열이 되어 세상 한복판에 살아가면서도 세속적이거나 치우침이 없으려면 공동선에 마음을 두어야 합니다. 공동선은 어느 한편을 패배자로 만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리라는 말씀으로 편 가르는 세상을 이기신 예수님의 사랑은 모략꾼으로부터도 진정 감탄을 자아냅니다. 공동선을 향할 때 성령께서도 자신을 드러내 보이십니다(1코린 12,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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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인 야고보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생활성서 2024년 6월호 '소금항아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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