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버스
오후 5시쯤,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버스를 탔다.
날도 후텁지근하고 차도 막혀
사람들과 스치는 것조차 귀찮았다.
버스 맨 뒷좌석에서 한 아주머니가
아기 둘을 안고 끙끙대고 있었다.
한 아기가 큰소리로 울고 있었는데
울음을 그치지 않자 차츰 지친 승객들이
아주머니를 향해 한마디씩 했다.
아주머니가 딱했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버스가 멈추었다.
정류장도 아닌데 웬일인가 싶어
내다보니 선물가게 앞이었다.
기사 아저씨가 차 문을 열고
가게 점원을 소리쳐 불렀다.
"아가씨! 저기 앞에 있는 막대사탕 하나 주세요.”
어이가 없었다.
사람들 얼굴에도 불쾌한 표정이 역력했다.
안에서는 아기 울음이 귓전을 때리고
기사 아저씨는 차 세워서 사탕이나 사다니…
아저씨는 다시 운전대를 잡고
시동을 걸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어이, 거기 서 있는 학생! 잠깐만 이리 와 봐요.”
누군가 싶어 두리번거리니
나를 부르시는 모양이었다.
내 불만스러운 표정에 화가 나셨나?
쭈뼛쭈뼛 다가서니
아저씨는 씨익 웃으며 내게 사탕을 내미셨다.
“저기 뒤에 우는 애기한테 사탕 좀 주고 올래요?”
순간 아저씨에게 미안하고 가슴이 찡해 왔다.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아기에게 달려가 사탕을 쥐어 주었다.
사탕을 입에 문 아기는 이내 울음을 그쳤고
아주머니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버스에 탄 사람들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사탕 하나로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신
기사 아저씨가 정말 멋있었다.
2004년6월22일 아침 두꺼비(파비우스)
출처/좋은생각/글쓴이/하용훈
음악/헨델/하프협주곡 OP4-6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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