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손톱
내 몸속에 젖비린내가 자라던 시절 그녀의
손톱이 손톱으로만 보였다
그 손톱은 나의 허기의 울음을 잠재우는
쟁기였다
그 손톱은 들판의 밭고랑에 거름이되어
감자꽃을 피웠다
우물도 팠다
그 손톱은 풍요의 자루가 터저버린 곳을
수선해주었다
때로는 빈 그릇을 긁는 것을 보았다
그 까닭에 이팝나무꽃 같은 고봉밥이
내 입속으로 들어왔다
노모의 손톱에 봉숭아꽃 하나 살지 않았다
하지만
내 손톱엔 십만 원짜리의
인공 벚꽃 네일이 날마다 만개해 있다
나무 의자
그녀가 ′ㄴ‵자로 서 있다는 것은
다섯손가락의 꽃비녀이기 때문이다
나의 생이 작두날 위를 걸을 때
가끔 그녀를 찾는다
짓뭉게도 얼굴 한번 붉히지 않는다
빈 손으로 찾아가도
나의 얼음장 같은 손을 꼭 감싸준다
어둠이 내 이마를 횡단할 때면
어깨를 들썩이며 나를 위로 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허물어진
나의 담장을 일으켜 주었다
궁핍의 절벽으로
헛발을 내디딜 것을 염려하여
허공에 천개의 주마등을 걸어주었다
화부산에 봄이 몇 번 왔다갔다
그녀의 두 다리가
나무젖가락처럼 더 가늘어저
문밖에서 꽃상여가 서성거리고 있다
그녀를 닮아 지천명을 건너는 여자,
먼 발치에서 정방폭포처럼 오열한다
허자경
2020년 「시현실」 로 등단했다. 가톨릭관동대학교 현대시창작과정을 수료했으며, 강원문학교육연구회 부회장, 강원도문인협회 사무차장, 강원현대시문학회 회원, 강릉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강릉여자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시집으로 『엉겅퀴의 여자』, 『오늘 너의 이마에 내 지문을 입혔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