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아리랑 & 밀양아리랑>
1. 정선아리랑
아리랑 이야기 2편에서도 밝혔던 바 3대 지역아리랑은 ‘진도아리랑, 정선아리랑, 밀양아리랑’을 꼽는다. 사람에 따라서는
‘경기아리랑’을 더하여 4대 지역아리랑을 말하기도 하는데 경기아리랑은 서울 경기지역에서 불려지던 아리랑이며 다른 모든
아리랑의 모태로 보고, ‘나운규의 아리랑’영화 이후 이미 우리 국민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전통아리랑으로 변신을 했으니
논할 필요가 없겠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정선아리랑’은 모든 아리랑 중 예술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본다.
삶의 고단함, 한, 애잔함 등 노래를 한참 따라 부르다 보면 나도 울고 싶어진다!
다만 그 기교와 가락, 가사의 복잡함으로 따라 부르기엔 너무 어려워 진도아리랑 같은 대중성은 떨어져 상대적으로 덜 불려진다.
나는 아리랑 뿐이 아니고 내가 아는 우리나라 모든 민요를 통틀어 ‘정선아리랑’을 우리나라 민요 중 으뜸으로 친다! 나도
정선아리랑을 배워서 멋들어지게 남의 눈자위가 찡하도록 애절하게 불러보고 싶은데 너무 어려워 엄두가 나지 않아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우리나라 민요는 대부분 메기고 받는 부분이 있어서 한 사람이 메기는 부분을 노래하면 나머지 모두는 받는 부분(후렴)을 다
같이 부르는데 보통은 노래 시작 전과 한 소절 끝난 후마다 받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정선아리랑은 이런 형식에 자유로워
부르는 사람마다 다르다. 첫머리에 넣거나 빼기도 하고, 한 소절 끝나고 나서도 넣거나 뺀다.
내가 ‘정선아리랑’을 올리기 위해 유투브에서 찾아보다가 기절할 뻔 했다.
똑같은 ‘정선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노래가 부르는 사람마다 아니, 사람마다 다른 것은 다른 민요에서도 약간 정도
그런 경우가 있으니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런데 똑같은 노래를 똑같은 소리꾼(명창, 가수)이 부르는 데도 가사는 말할 것도 없이
그 길이와 아예 가락 자체가 매우 다양한 것에 놀랐다!
나는 여태껏 '정선아리랑'과 '정선아라리'는 같은 노래를 부르는 이름인 줄 알았다. 지금도 확실하게 아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차례 자료를 찾아다니다 보니 다른 점을 발견하였다. '정선아라리'에는 명창들이 부른 것이 드물고 주로 정선 지역 구석구석에
사는 민초들이 다양한 사설로 다소 투박하게 부른다는 것이고, '정선아리랑'은 주로 명창들이 절절한 기교를 넣어 예술성이
높은 창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선아리랑'을 '서울제'로,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로 시작되는 '정선아라리'를 '지방제'로
일컫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정선아리랑'과 '정선아라리'가 엄격히 구분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아리랑’의 명칭 유래와 민요가 생겨난 것에 대하여는 아직 정설이 없이 여러 가지 설만 무성하다.
그러나 일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는 조선말기 대원군이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경복궁을 중건하는 과정에서
전국에서 모여든 목수, 인부들이 고단한 일을 노래로 달랠 때 각 지역에서 불려지던 아리랑이 모여서 부르다가 체계가 잡혀 다시
지방으로 내려갔다는 그럴 듯한 설이 있다.
한편 고려가 이성계에게 멸망당할 때 이성계에게 굴복하지 않은 고려의 세력들이 개성 근처 깊은 산속으로 옮겨가 살면서
밖으로 나오지 않던 곳을 ‘두문동’이라 했는데, 일부가 강원도 정선지역으로 옮겨왔다는 설도 있다.
아래에 첨부한 ‘정선아라리’ 첫머리 가사에 보면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가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라고 있는데 여기에 나오는 ‘만수산’은 개성 근처에 있는 산이다. 정몽주의 시조 ‘단심가’를 나오게 한 이방원의 시조에 ‘이런들
어떠 하리 저런들 어떠 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 하리’에도 나온다!
만수산에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들어 눈이 올지, 비가 올지, 억수장마가 질지를 걱정하는 것은 조선 신흥세력이 개성으로 몰려와
위태로워진 고려의 처지를 염려하여 나온 가사는 아닐까? 정선 근처에는 만수산이 없다.
보통 민요는 먼 옛날부터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다고는 하나 내 생각은 다르다.
보통의 백성들 사이에 저절로 만들어 졌다면 노래가 세마치장단, 굿거리장단, 중모리장단, 자진모리장단 등의 형식에 맞춰 만들어
지기가 거의 불가능하며 곡과 가사의 구성, 즉 그 기승전결이 멋지게 맞아 떨어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다.
물론 이것도 내 개인적 생각이지만 옛날에 어떤 천재들이 노래를 만들어 불려지던 것이 널리 퍼지게 되었는데 옛날에는 저작권
이니 뭐니 그런 개념이 전혀 없었으니 굳이 만든 사람이 자신을 밝힐 필요가 없었고 그래서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래에 정선아리랑 가사 몇 개를 소개한다. 노래를 들으면서 가사를 여기 저기서 구하여 올려보았는데 가수의 이름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노래를 부를 때마다 서로 바꾸어 부르기도 하고 보태거나 생략하기도 하므로 별 의미 없다.
마지막의 정선아라리 중 중간 부분의 ‘엮음아라리’를 들어보면 현대 대중음악의 ‘랩’과 비슷한 형태의 빠르고 긴 사설이 이미
우리나라에서 수백 년 전부터 있어 왔던 것이 재미있다!
내가 좋아하는 김옥심 명창의 간들어진 떨림으로 풀어내는 한의 소리는 들어보면 들어볼 수록 그 울림이 남는다!
* 정선아리랑(김옥심)
태산준령 험한 고개 칡넝쿨 얼크러진 가시덤불 헤치고 시냇물 구비치는 골짜기 휘돌아서
불원천리 허덕지덕 허위단신 그대를 찾아 왔건만 보고도 본체만체 돈담무심(頓淡無心)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만 주소
세파에 시달린 몸 만사에 뜻이 없어 홀연히 다 떨치고 청려(靑藜)를 의지하여 지향 없이 가노라니
풍광은 예와 달라 만물이 소연(蕭然)한데 해 저무는 저녁노을 무심히 바라보며 옛일을 추억하고
시름없이 있노라니 눈앞에 왼갖 것이 모다 시름뿐이라
알뜰살뜰 그리던 님 차마 진정 못 잊겠고 아무쪼록 잠을 들어 꿈에나 보잤더니 달밝은 세잔한 등
잠 이루기 어려울 제 독대등촉 벗을 삼어 전전불매 잠 못 이루니 쓰라린 이 심정을 어따 호소 헐까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만 주소
* 정선아리랑(이은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만 주소
강원도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람(八藍) 구암자(九庵子) 유점사(楡岾寺) 법당 뒤에 칠성단 돋우 모고
팔자에 없는 아들 딸 낳 달라고 석 달 열흘 노구메 백일정성을 말고 타관객리에 외로이 난 사람 네가 괄시를 마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만 주소
세파에 시달린 몸 만사에 뜻이 없어 홀연히 다 떨치고 청려(靑藜)를 의지하여 지향 없이 가노라니
풍광은 예와 달라 만물이 소연(蕭然)한데 해 저무는 저녁노을 무심히 바라보며 옛일을 추억하고
시름없이 있노라니 눈앞에 왼갖 것이 모다 시름뿐이라
네 칠자(七字)나 내 팔자(八字)나 고대광실 높은 집에 화문(花紋) 등요 보료 깔고 원앙금침 잣벼개
활활 벗고 잠자기는 오초(吳楚)에도 영 글렀더니 오다가다 석침단금(石枕單衾)에 노중상봉(路中相逢) 헐까.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만 주소
* 정선아라리(황선남의 긴아라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명사십리가 아니라면은 해당화는 왜 피며
모춘삼월이 아니라면은 두견새는 왜 울어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사시장철 님 그리워서 나는 못 살겠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 정선아리랑(김옥심) 노래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RSbYtTe6sE8
* 정선아리랑(이은주) 노래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vl9I6uJaxyo
* 정선아라리 모음(김길자 외3) 노래 링크 : '긴아라리→엮음아라리→자진아라리'로 구성
https://www.youtube.com/watch?v=FNL8AyJMQsg
* 정선아라리-엮음 아라리(김용우)
https://www.youtube.com/watch?v=infvIaShYy4
2. 밀양아리랑
3대 지역아리랑 중 흥겹고 힘차기로만 따지면 ‘밀양아리랑’을 당할 곡이 없다.
일설에는 과거 일제시대 항일투쟁 때 독립군인가 광복군인가에서 군가로도 사용되었었다 한다.
그런데 다른 두 지역 아리랑과 달리 가락이나 사설(가사)의 다양성이 떨어져서인지 덜 대중화 되었다.
가사를 아래에 소개해 본다.
-밀양아리랑-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넘어 간다
정든 임이 오시는데 인사를 못해 행주치마 입에 물고 입만 방긋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넘어 간다
* 밀양아리랑(양슬기) 노래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j7pycIrAQO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