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도 팔자다
"걱정도 팔자다."
'하지 않아도 될 괜한 걱정을 하는 사람'을 나무라는 속담이다.
동아시아에서 사람의 운명을 점치던 명리학에서는 사람이 태어난
'연(年), 월(月), 일(日), 시(時)'를 묶어서 사주(四住)라고 불렀다.
네 가지 기둥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갑' 을, 병, 정 ···
임, 계'로 이어지는 천간(天干) 10가지와 '자, 축, 인, 묘 ···
술, 해'로 이어지는 지지(地支) 12가지를 차례대로 매칭하면 '갑자,
을축, 병인, 정묘 ··· 임술, 계해'와 같이 간과 지의 두 글자로 이루어진
60갑자의 순서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사주에 적용한 것이 팔자(八字)다.
문자 그대로 여덟 글자다. 명리학에서는 이 여덟 글자가
갖는 음양과 오행의 기운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보았다.
이런 '팔자'를 분석하여 부귀, 권력, 수명등과
같은 개인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보았다.
이런 '팔자'를 분석하여 부귀, 권력,
수명 등과 같은 개인의 운명을 점쳤던 것이다.
쓸 데 없는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던지는 "걱정도 팔자다."라는 말은,
"너는 걱정할 운명을 타고 태어났나 보다."라는 냉소적 기미도 띠지만,
옆에서 보기에 딱하여 "제발 걱정 좀 그만 하라."는 선의의 조언이기도 하다.
우리 불자들이 수행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깨달음에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겪는 괴로움 역시 불교수행을 통해 완화시키거나 제거할 수 있다.
걱정이 팔자처럼 보이는 사람 역시 불교수행을 통해 걱정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다. 불교수행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걱정을
완화시키는 데에는 위빠사나 수행이 효과적이다.
마하시(Mahasi), 쉐우민(Shwe Oo Min), 고엔카(Goenka), 파욱(PaAuk)
등이 창안한 다양한 위빠사냐 수행이 있지만 그 공통점은
'촉각'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점이다.
마하시의 경우는 호흡을 할 때 일어나는 아랫배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것으로
수행을 시작하게 하고, 마하시의 수제자였던 쉐우민은 호흡을 할 때
가슴의 움직임에 주목하면서 호흡 전체를 알아차리게 하고,
코엔카는 코끝이나 인중 부근의 들숨과 날숨이 접촉하는 부위의 감각을
관찰하면서 집중의 힘을 길러서 마음의 안정을 이루게 하며,
파욱의 경우《대념처경》의 아나빠나 사띠에 근거하여 호흡을 지도하는데
윗입술이나 콧구멍 주변을 접촉하는 가장 분명한 장소에서 숨을 지켜보게 한다.
이런 수행을 통해 촉각을 주시할 때 잡다한 걱정들이 잦아든다.
우리는 '안이비설신의'의 여섯 가지 지각기관으로 '색성향미촉법'의
여섯 가지 지각대상을 인지하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우리가 과거를 회상하거나 미래를 상상할 때에는
여섯 지각 가운데 시각과 청각의 두 가지가 동원된다.
꿈이나 영화에서도 이런 두가지 지각만 제공하는데
우리는 그 스토리에 빠져든다.
'걱정' 역시 과거나 미래의 일들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머릿속에
떠올림으로써 발생한다. 따라서 걱정을 사라지게 하려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시각과 청각 영상에서 완전히 주의를 거두어서,
지금 이 순간의 일들에만 집중하면 된다.
이를 성취하는 수행이 바로 매 순간 촉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위빠사나 수행이다. 촉각에는 과거나 미래가 없고, 모든 촉각은
항상 지금 이 순간의 일들이기 때문이다.
나의 몸에서 일어나는 촉각에 주의를 기울일 때 과거나 미래로
치달리던 우리의 마음이 쉬게 된다. 위빠사나 수행의 세속적 효능이다.
걱정도 팔자인 사람을 당장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수행이다.
속담 속에 담은 불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