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바로 바다에서 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생명의 기원 그리고 우주의 기원에 관해 몇 꼭지의 글을 올렸습니다. 이야기를 더욱 입체적으로 그리고 광범위하게 논의하기 위해 오늘은 『코스모스 Cosmos』(1980)의 저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읽은 한 권의 책 혹은 두 권의 책에 매료되어 쉽사리 저자의 의견을 그대로 따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위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그것들을 청취한 뒤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세이건 외에도 몇몇 과학자들의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따라서 한 꼭지의 글에 너무 집착하지 마시고 꼭지마다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여러 꼭지의 글을 읽고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여 자신의 생명의 기원 그리고 우주의 기원에 관한 입장을 정하시면 됩니다.
과학자들 중에는 세이건이나 호킹처럼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분도 있지만,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신에 대한 입장을 하나로 통일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그만큼 밝히지 못한 부분들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과학에 관한 글을 읽고 성급하게 유신론이니 무신론이니 왈가왈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려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각의 차이는 매우 크기도 하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저의 생각을 말하면, 유신론이니 무신론이니 하고 다투는 사람들은 똑같이 수준이 낮은 사람들입니다. 다툼 이전에 신에 대한 개념을 먼저 정립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툰다고 있던 신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없던 신이 생겨나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신을 머릿속에 두고 말하는 것인지 그것부터 분명하게 해야 합니다.
내일 해가 떠오르지 말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들어주는 신이 계시다고 믿는 사람은 과학적 입장에서 말하면 정신이 한참 나간 사람입니다. 과학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경전의 구절을 끄집어내어 들이대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제정신이 아닙니다. 우리는 오로지 논리적으로 말하고 논리적으로 이치의 당위성을 따져야 합니다. 이런 태도로 다음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인류는 영원 무한의 시공간에 파묻힌 하나의 점, 지구를 보금자리 삼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주제에 코스모스의 크기와 나이를 헤아리고자 한다는 건 인류의 이해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무모한 도전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인간사는, 우주의 입장과 관점에서 볼 때 중요하기는커녕 지극히 하찮고 자질구레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인류는 아직 젊고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으로 충만하며 용기 또한 대단한 특별한 생물의 종입니다. 우주 탐험, 그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가슴은 설렙니다. 『코스모스 Cosmos』(1980)의 저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은 진화는 인류로 하여금 삼라만상에 대해 의문을 품도록 유전자 속에 프로그램을 잘 짜놓았다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안다는 건 사람에게 기쁨이자 생존의 도구라고 말합니다. 인류의 존재는 코스모스라는 찬란한 아침 하늘에 떠다니는 한 점 티끌에 불과하지만, 인류의 미래는 우리가 코스모스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가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코스모스 Cosmos』의 저자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를 거대한 바다로 지구의 표면을 바닷가에 비유합니다. 그는 우주라는 바다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건 거의 대부분 우리가 이 바닷가에 서서 스스로 보고 배워서 알아낸 것이라고 말합니다. 직접 바닷물 속으로 들어간 건 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그건 겨우 발가락을 적시는 수준입니다. 바다는 우리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합니다. 생명이 바로 이 바다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가슴 저 깊숙한 곳으로부터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근원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소망을 간절하게 품는 것입니다.
빛은 1초에 약 30만 km, 즉 지구 7바퀴를 돕니다. 빛은 태양에서 지구까지 8분이면 옵니다. 빛은 1년에 10조km, 약 6조 마일을 갑니다. 천문학자들은 빛이 1년 동안 지나간 거리를 하나의 단위로 삼아 1광년이라고 부릅니다. 광년은 시간을 재는 단위가 아니라 거리를 재는 단위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과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합니다.
지구는 우주에서 결코 유일무이한 장소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곳은 더더욱 아닙니다. 행성, 별, 은하를 전형적인 곳이라 할 수 없는 까닭은 코스모스의 대부분이 저 광대하고 냉랭하며 끝없는 밤으로 채워진 텅 빈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코스모스의 어느 한구석을 무작위로 찍는다고 했을 때 그곳이 운 좋게 행성 바로 위나 근처일 확률은 10-33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참으로 고귀한 것입니다.
세이건은 은하와 은하 사이의 공간에서 본다면 바다 물결 위의 흰 거품처럼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희미하고 가냘픈 덩굴손 모양의 빛줄기가 암흑을 배경으로 떠있는 것이 보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것들이 은하입니다. 이들 중에는 홀로 떠다니는 고독한 녀석도 있지만, 대부분은 은하단이라는 집단을 이루며 한데 어우러져 거대한 코스모스의 암흑 속을 끝없이 떠다닙니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코스모스의 가장 거시적인 모습이며, 여기가 바로 성운들의 세계입니다. 지구에서 80억 광년 떨어진 곳, 우리가 우주의 중간쯤으로 알고 있는 머나먼 저곳이 성운들의 세상입니다.
은하는 기체와 티끌과 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십억 개에 이르는 별들이 무더기로 모여 은하를 이룹니다. 별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태양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은하 안에는 별들이 있고, 세계가 있으며, 각종 생명이 번성한 자연계가 있고, 지능을 소유한 고등 생물의 집단이 있으며, 우주여행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고도의 문명사회들도 있을 것입니다.
세이건은 우주에 은하가 대략 1천억 개 있고, 각각의 은하에는 저마다 평균 1천억 개의 별이 있고 말합니다. 호킹은 은하의 수를 수천 억 개, 각 은하에 수천 억 개의 별이 있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1천억 개가 맞느냐 수천 억 개가 맞느냐 하고 의문을 제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아주 아주 많이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각 은하에는 적어도 별의 수만큼의 행성들이 있습니다. 이토록 어마어마한 별들 중에서 생명이 사는 행성을 아주 평범한 별인 우리의 태양만이 거느릴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현재까지 우리가 생명이 서식한다고 알고 있는 행성은 지구밖에 없습니다. 지구는 암석과 금속으로 이루어진 조그만 바위덩어리에 불과합니다. 간신히 태양 빛을 반사하고 있기에 조금만 멀리 떨어져도 그 존재를 알아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코스모스 항해는 지구의 천문학자들이 국부 은하군Local Group galaxies이라고 부르는 곳에 곧 다다릅니다. 국부 은하군은 지름이 몇 백만 광년 정도 되고 10-20개의 은하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에 유별나지 않은 아주 소박한 은하단이 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M31이라는 은하가 있는데, 지구에서는 가을의 초저녁 동쪽 하늘에 보이는 별자리인 안드로메다자리Andromeda에서 관측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관측이 되는 이 명칭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케페우스 왕의 딸 안드로메다 공주에서 유래합니다.
M31은 별과 티끌과 기체가 모여서 거대한 바람개비 모양을 하고 있는 나선 은하로서 작은 위성 은하를 둘 거느리고 있습니다. 이 두 개의 왜소한 타원 은하를 붙들고 있는 힘이 중력입니다. 우리가 우주 밖으로 날아가지 못하도록 우리를 붙들어주는 힘도 중력입니다. 우주 어디에서나 똑같은 자연법칙이 성립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M31 너머로 그와 비슷한 모양의 나선 은하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나선 팔을 천천히, 2억5천 만 년마다 한 번씩 돌리는 바로 우리 은하수 은하입니다. 나선 팔과 나선 팔 사이에는 스스로 빛을 내는 별들의 집단이 있습니다. 세이건은 그 집단들 중에는 태양 1만 개 또는 지구 1조 개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큰 것들도 있다고 말합니다. 천체들 중에는 크기는 작은 마을만 하지만 그 밀도는 납의 100조 배나 되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태양처럼 홀몸인 별도 있지만 동방성과 함께하는 별이 더 많습니다. 별들은 주로 두 별이 서로 상대방 주위를 도는 하나의 쌍성계binary system를 이룹니다. 그리고 겨우 별 셋으로 이루어진 항성계에서 시작해, 여남은 별들이 엉성하게 모여 있는 성단, 수백만 개의 구성원을 뽐내는 거대한 구상 성단까지 천차만별의 항성계들이 은하에 있습니다. 쌍성계들 중에는 두 구성 별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워, 상대방 ‘별의 물질’을 서로 주고받는 근접 쌍성계들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쌍성계에서는 두 별이 태양과 목성 정도의 거리를 두고 서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초신성supernova같이 홀로 내는 빛이 은하 전체가 내는 빛과 맞먹을 만큼 밝은 천체가 있는가 하면 블랙홀과 같이 겨우 몇 km만 떨어져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별이 있습니다. 초신성이란 항성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는 별이 폭발하면서 생기는 엄청난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방출하여 그 밝기가 평소의 수억 배에 이르렀다가 서서히 낮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별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말합니다.
별들은 다양한데 밝기만 보더라도 일정한 빛을 내는 별이 있는가 하면 불규칙하게 가물거리는 별이 있고 틀림없는 주기로 깜빡이는 별도 있습니다. 우아하고 장중하게 자전하는 별이 있는 반면, 팽이같이 지나치게 빨리 돌다가 제 형체마저 찌부러뜨린 별도 있습니다. 대개의 별들은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내지만, 어떤 별은 하도 뜨거워서 엑스선이나 전파를 내기도 합니다. 푸른색의 별은 뜨거운 젊은 별이고, 노란색의 별은 평범한 중년기의 별입니다. 붉은 별은 나이가 들어 죽어가는 별이며 작고 하얀 별이나 검음 별은 아예 죽음의 문턱에 이른 별입니다. 세이건은 이렇게 다양한 성격의 별들이 우리 은하 안에 4천억 개 정도 있다고 말합니다. 이 별들이 복잡하면서도 질서정연하고 우아한 법칙에 따라 움직입니다. 이 많은 별들 중에서 지구인들이 가까이 알고 지내는 별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태양 하나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