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것에 열광하는 시간 / 김송포

[임영희]

붉은 것에 열광하는 시간

김송포

붉은 것에 열망하고 있는가 붉은 광장에 핏대를 올리는가 붉은 문에 괴성을 지르는가 미쳐야 하는 것들, 불살라야 하는 것들, 하늘로 태워야 하는 것들, 피비린내의 냄새에 혐오하는 것들, 토마토를 밟으며 짓이기는 일, 포도를 발로 누르며 리듬을 타는 일, 모든 것들이 핏빛과 관련된 것들이라니

살갗 귀퉁이 하나 갈라져도 피를 보는 순간

찌릿한 괴성을 지르지만 그것은 본능이야

핏빛 아우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더듬어본다

피와 물이 공존하며 살아가야 한다는데

내 몸의 일부를 보는 것처럼

붉은 악마인지 순수인지 체크해 봐야 할 시간

붉은 것을 입어보면 뜨거움을 안다

열애의 시간이 다가옴을 안다

오늘 밤 붉은 팬티를 입고 광대의 줄을 타 볼 일이다

―《시와문화》 (2023 /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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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포

전북 전주 출생. 2013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집게』 『부탁해요 곡절 씨』  『우리의 소통은 로큰 롤』. 포항소재문학상, 푸른시학상, 2013년 『시문학』 우수작품상 수상. 제1회 상상인 시집창작지원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