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고약한 사이 -조성국.

[하늘아래]

[시가 있는 아침] 고약한 사이 -조성국.

고약한 사이

ㅡ조성국(1963~ )

욕부터 튀어 나온다 

앙잘앙잘 옛일 돌이켜보면 

일계급 특진이 걸린 

현상수배전단 

점퍼 안주머니 깊숙이 구겨 넣고 

밤마다 잠복하던 

말단형사 꼴통 새끼! 

이따금 술 취해 와서 

빨갱이자식 내놓으라고 

가살스럽게 눈알 부라릴 적마다 

봉선화 우북한 뒤란 

장독대에 한껏 웅크렸다는 

엄니를 생각하면 

우수수 만정이 다 떨어지는 

개 같은 놈의 새끼!   

상스럽다 하신다 어머니는 

아가, 깨복쟁이 불알친구들끼리 그러면 못 쓴다며 

되게 나무라신다     

♣ 야만의 시절이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감시하고, 사람이 사람을 분류하던 때가 있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개 같은 놈의 새끼’라고 직설적으로 욕을 내뱉는 일은 차라리 싱거운 익살 같다. 어머니는 넓어서 그마저 만류하시지만 아직도 문제는 완전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처절하게 반성할 줄 아는 가해자가 없다는 거! 그동안 우리는 속죄하지 않고도 거들먹거리며 살아온, 여전히 야만적인 이들을 너무 많이 목격하였다.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