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이 바로 관계(關係)의 문제이다. 대부분의 고민과 스트레스는 관계 속에서 나온다. 사소한 의견의 차이가 심한 말다툼이 되기도 하고, 나를 이해해주는 사이라고 생각한 상대가 다른 의견을 내면 섭섭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해보려고 노력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관계적 생물인 우리가 관계 속에서 평안한 삶의 지혜를 얻을 수가 있을까. 그 해답의 한 편린이 논어 속에 나온다. 논어 안연편에 보면 공자와 그의 제자 중 한명인 재아(宰我)의 대화가 나온다. "스승님 3년 상은 요즘처럼 바쁜 시대에 너무나 깁니다." 뜬금없는 질문에 공자는 잠시 어안이 벙벙했으리라. 스승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 것을 보며 재아는 자신의 의견을 몰아붙인다. "3년 상을 하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 예가 무너지고, 음악이 무너집니다. 그러니 1년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정신을 차린 공자는 차분하게 재아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재아에게 물었다. "부모님의 상중(喪中)에 좋은 음식을 먹고 비단옷을 입는데도 너의 마음이 편안하겠느냐?" 재아가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네! 편안~합니다." 공자는 담담한 어조로 대답한다. "그렇구나. 니가 편안하다면야 그렇게 하려무나. 원래 상중에는 맛있는 것을 먹어도 맛을 모르고, 좋은 음악을 들어도 즐겁지 않으며, 편안한 거처에도 편안한 기분이 들지가 않아 그렇게 하는 것이니라. 그래도 너는 편안하다고 하니 니가 편안다면 그렇게 해라" 재아는 얼굴에 웃음을 띠고 "네! 스승님"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공자는 재아가 나가자 말했다.
"사람이 태어나면 3살까지는 부모의 한없는 사랑으로 돌봐지다가 품을 벗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3년 상을 하는데 재아는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것인가?" 우리는 논어의 이 구절에서 `3년 상을 하는 이유`에 집중한다. 또한 의례적인 3년 상이라는 의미도 기실 부모의 사랑을 기억하는 후손의 진심이 있는 것임을 알고 감탄한다. 그리고 우리가 무심코 행하는 관습 속에는 반드시 그 만한 가치성이 내포돼 있음을 알고는 놀라워한다. 하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면 공자가 재아의 질문에 대하는 태도가 매우 중요하게 드러난다. 재아는 공문십철이라 하여, 공자의 뛰어난 10명의 제자중 하나로 손꼽힌다. 공자의 험난한 인생의 여로를 함께한 뛰어난 제자 중 하나였던 재아. 그러한 재아의 말에 공자의 마음은 무너져 내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공자는 제아에게 "너의 마음이 편안하다면 그렇게 해라"고 한다. 한 사람이 가진 주관적인 가치판단에 있어 상대가 그것을 부정하거나 고치려든다면 일단 그 사람은 방어기재를 발동하며 핑계를 대기 시작한다. 관계가 상하의 수직적인 관계라면 일단 거짓으로 수긍하는 척뿐 상대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니 진실로 서로가 마음을 통하여 관계를 회복하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이럴 때 우리는 공자가 재아에게 했던 말을 통해 상황을 풀어보는 것이 어떨까 "너의 생각은 그렇구나. 그럼 그게 맞겠지." 그리고 다시 나의 의견을 말한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생각해. 누구의 생각이 맞고, 틀리다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닐 거야. 단지 나는 이런 이유로 이렇게 생각해. 그래도 너의 생각이 그렇다면 그렇게 해"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아보자. 니가 그렇다면 그렇게 해라고 인정해보자. 설령 나의 생각과 가치관과는 다르더라도 상대방의 생각도 함께 인정하는 자세부터 가지자. 그리고 그 짧은 순간에 성립되는 관계에 방점을 찍고 한숨 돌리고 가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