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산에 가지 못한 것을 안 바보는 나의 말에 군소리없이 다녀오라 한다.
당곡저수지 위에 차를 세우고 시간 여유를 확인하고 용흥사쪽으로 걷는다.
절 입구에 어른 셋이 내려오시며 날 본다.
대강에서 오셨느냐 밑도 없는 질문을 하니 매곡에서 오셨댄다.
병풍산으로 갈까 하다가 포기하고 코재로 오른다.
완만한 오르막에 땀이 난다.
뒤돌아본 죽암 간척지 쪽은 흐리다.
40여분 올랐을까 돌탑 두개가 문처럼 반겨주는 코재다.
정상으로 가는 길이 내리막이다가 가지 많은 벚나무를 지나 잠깐 오르막이다.
구비진 능선에서 정상의 암릉은 이제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파랑색이 새로 칠해진 철사다리를 올라 통행금지 구간을 오른다.
바람은 견딜 만하다.
봉두산이 날개를 펴고 어둡고 그 뒤로 산들은 져가는 해가 비춰져 푸른색이 다르다.
북쪽의 산하들도 능선만 몇 보인다.
술이 없으니 조금 허전하다.
가까운 여기에서 잠자고 싶은데 계속 미루고 있다.
설날 아침 일출을 여기서 보면 좋겠는데.
선바위 앞으로 내려오니 하얀 쇠난간이 새로 서 있다.
암릉을 내려와 끝 전망대도 새로 철난간을 둘렀다.
물이 나오는 암굴로 들어서니 고드름이 큰 기둥을 이루고 있다.
미끌림이 무서워 발자국이 보이는데도 샘에 가는 건 포기한다.
내리막엔 모두 나무토막 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걸음은 더 편해지겠다. 그게 좋은 건지는 모르지만.
커진 달이 저수지 안에도 흔들리며 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