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민중의소리 사진부 이승빈 기자입니다. 실로 오랜만에 기자들이 보내는 편지로 독자 여러분과 뵙게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턴가 저는 농촌 출장을 도맡아 하는 사진기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수습시절의 말미는 나락 수매에 앞서 투쟁을 결의하는 농민총회를 취재하는 1박2일 출장으로 장식했습니다. 광주·전남 농민들의 결의대회 취재하러 다시 전남에 내려갔을 때는 상여를 태우는 불길에 눈썹이 홀랑 날아갈 뻔 하기도 했죠. 이후 굵직한 농촌 현안이 있을 때마다 현장의 농심을 카메라에 담아 오는 임무가 주로 주어졌습니다.
지난주였습니다. 언론들이 타들어가는 농심을 조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민중의소리라고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6.15 남북공동선언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를 목전에 두고도 전격적으로 현지 취재를 결정한 것이죠. 여기에는 그동안 각종 정치·사회 현안을 챙기느라 정작 이 땅의 진정한 민중인 '농민'에 소홀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한몫 했습니다.
이번 출장은 사실 모든 것이 미지수였습니다. 보통은 지역 상황을 세세히 잘 아는 농민회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현장을 챙기곤 했습니다. 취재에 앞서 여러차례 농민회와 접촉했지만 가뭄이 심한 지역 정도를 파악할 수 있을 뿐 발 벗고 도와주겠다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농사일로 한창 분주한 기간인데다가 요즘 같은 가뭄에 농사일을 쉬고 도시에서 온 이방인을 도와준다는 건 상당한 부담이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현장에 가서 직접 부딪치면 수가 생기는 법. 시간을 아끼기 위해 탄 택시의 기사님은 지역 토박이로 농촌 사정에도 밝은 분이었고 현장이었던 충남 서산시 팔봉면 대황2리의 지리에 대해서도 잘 알고 계셨습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마을 회관에 정확히 내려주신 것은 물론 오랜 기간 비가 내리지 않고 있는 서산의 분위기도 깨알같이 들려 주셨습니다. 서산 마애 삼존불상을 보러 온 관광객을 태우고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근처의 계곡이 온통 말라 있었다는 대목에선 숨이 턱턱 막히더군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땅의 상태부터 살폈습니다. 워낙 비가 내리지 않아 단단하게 굳어버린 땅은 발로 탁탁 치고서야 겨우 속살을 드러냈습니다. 지하수 펌프가 요란하게 돌아가고 있는 논들은 비교적 자작하게 물이 차올라 상태가 양호했지만 마을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상황을 나빠졌습니다. 흔히 '거북이 등껍질' 같다고 말하는 마른 땅의 모습을 직접 보니 허탈함이 몰려오더군요.
가뭄 때문에 인심이 잔뜩 각박해졌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현지 농민들은 소탈하고 후덕하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들에게 경계심을 가지고 접근했던 건 저였더군요. 마치 도시에서 온 손자를 대하 계속되듯 '수고한다',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을 아끼지 않으며 열린 마음으로 저를 맞아주시는 농민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발길을 재촉하는 저에게 먹을거리를 챙겨주시던 그 마음 씀씀이, 저의 손을 꽉 잡아주던 투박한 손의 감촉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아직 농촌의 후한 인심은 마르지 않았지만 가뭄은 이젠 그마저도 말려버릴 기세입니다.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죠. 한국농어촌공사 직원들이 지하수를 파고 있지만 사람 속처럼 오묘하기만 한 땅 속은 쉽사리 물 한 방울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소방차가 물을 뿌려대곤 있지만 땅의 열기를 식히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 가닥 희망인 저수지는 이미 말라 버린지 오래입니다. 바닥까지 파내려가며 남은 물을 긁어모으고 있지만 사실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죠.
지금 농민들에게는 가뭄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응원이 필요합니다. 노동자들의 투쟁에도 연대가 필요하듯 도시 소비자들의 관심과 응원은 농민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혹시라도 독자 분들의 친척과 친구 중 농촌에 계신 분이 있다면 격려의 전화라도 한 통 걸어 보심이 어떨까 싶습니다.
사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가뭄 이후입니다. 이미 가뭄으로 큰 타격을 입은 농촌은 이제 장마와 태풍이라는 고비를 넘어서야 합니다. 안 그래도 작황이 뚝 떨어진 마당에 자칫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아예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더불어 4대강 공사의 여파가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어떻게 촉발될지 모르는 마당에 인근 농가들의 불안감은 날로 확산되고 있죠.
올해 전반적인 작황은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따라서 도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도 상승할 것입니다. 주목할 것은 정부의 대처입니다. 적극적인 수매와 보조금 지급으로 농민들의 생산비를 보전하는 동시에 물가 조정에 나선다면 바랄 바가 없겠죠. 하지만 정부가 농민들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형국이 되서는 곤란합니다. 물가를 잡기 위해 농민들에게 싼 가격에 작물을 팔 것을 강요하는 것이죠. 안 그래도 부채에 시달리는 농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생산비 보전도 안 되는 가격에 작물을 팔 것이고 정부는 그나마 물가를 잡을 수 있었다고 떠벌일 것입니다. 투쟁에 나서는 농민들에게 도시 소비자는 생각도 않는 이기주의의 전형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수순들이 대선 정국으로 인해 제대로 조명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현재 가뭄 보도들 또한 대선을 앞둔 각 당의 행보와 대선 주자들의 출마선언이 다소 뜸한 시기와 맞물려 쏟아져 나오고 있죠. 그마저도 각 지역의 가뭄 피해 상황을 스케치했을 뿐 4대강 지역에 대한 제세한 분석 기사 들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취재를 다녀온 저 또한 반성이 되는 지점입니다. 앞으로 농촌의 현실에 있어 충실히 보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첫댓글우리의 위대한 지도자 이 명박 대통령님께서 전국의 강을 파헤치시며 하신 말씀의 기억이 아직도 뚜렸합니다. 홍수 예방과 가뭄 방지를 위한 것이라 하시었지요. 문제는 아마도 그 약속이 비 많이 내릴땐 가뭄 예방이고, 비가 아니올땐 홍수 예방인듯 하여 아리송 합니다만...
절망적인 이 상황을 과연 어떻게 돌파를 해야하는 것인지...정말 무심한 하늘이겠습니다. 나랏님이나 위정자들의 핑계는 뻔하지 않을까요? 천지간의 조화는 나랏님도 별 수 없다 고...대책없는 밀어붙이기 식으로 땅을 건드린 그들은 먹고 살 일이 무슨 문제이겠습니까? 곳간에 넘쳐나는 것이 먹을 것이요 가진 것이 돈과 권력 뿐인데 말이죠.
첫댓글 우리의 위대한 지도자 이 명박 대통령님께서 전국의 강을 파헤치시며 하신 말씀의 기억이 아직도 뚜렸합니다.
홍수 예방과 가뭄 방지를 위한 것이라 하시었지요.
문제는 아마도 그 약속이 비 많이 내릴땐 가뭄 예방이고, 비가 아니올땐 홍수 예방인듯 하여 아리송 합니다만...
절망적인 이 상황을 과연 어떻게 돌파를 해야하는 것인지...정말 무심한 하늘이겠습니다.
나랏님이나 위정자들의 핑계는 뻔하지 않을까요?
천지간의 조화는 나랏님도 별 수 없다 고...대책없는 밀어붙이기 식으로 땅을 건드린 그들은 먹고 살 일이 무슨 문제이겠습니까?
곳간에 넘쳐나는 것이 먹을 것이요 가진 것이 돈과 권력 뿐인데 말이죠.
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유엔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200년 빈도의 기상이변에 대비해 추진된 수자원 인프라 개선사업(4대강 살리기 사업)은
홍수와 가뭄 모두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며 "아울러 강변을 따라 국토를 종주하는
1800km의 자전거길이 새로 열려 국민소통과 녹색생활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바램 대로만 되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