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은 26일 김관진 국방부장관 주재로 제79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30mm 차륜형 대공포를 2018년까지 개발해 전력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비호'에 이은 시대착오적 무기가 또 하나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이 개발을 의결한 30mm 차륜형대공포는 현재 주력 저고도 방공무기로 운용되고 있는 20mm 발칸포를 대체하는 무기체계로 방사청은 "AN-2와 무인항공기 등 북한이 보유한 저고도 침투 전력을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방사청은 또 "기존의 발칸포는 고정형이지만, 30mm 차륜형 대공포는 이동형이고, 주ㆍ야간 자동추적 기능도 가지고 있는 장비"라면서 "국지적 개념의 대공방어전력으로써 저속으로 들어오는 항공기나 전투기를 비롯한 무인기 등의 표적을 최종 종말단계에서 방어한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6월중 입찰공고를 거쳐 9월 체계개발 업체를 선정하고, 올해부터 5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2018년까지 체계개발을 실시하고, 2019년부터 실전배치할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1조 5천억원에 달한다. 군은 이를 통해 PAC-2/3와 천궁(M-SAM)을 통해 지역방공을, 천마와 비호(비호복합), 신궁, 차륜형 대공포 등으로 국지방공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방공지휘통제경보체계(C2A : Command Control & Alert)를 통해 이들 체계를 탐지장비와 연계하여 네트워크화된 방공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두 가지 중대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군이 개발하고자 하는 차륜형 대공포는 NCW(Network Centric Warfare) 전투를 전제로 개발되는 차량이다. 자체 레이더가 없기 때문에 표적 획득을 국지방공레이더에 의존하는데, 이들 레이더와 링크가 끊어지면 실시간 표적 획득이 불가능하다. 모든 차륜형 대공포에 국지방공레이더를 붙여줄 수도 없다.
이 장비는 기본적으로 기동부대와 함께 움직이는 '이동형' 장비이다. 즉, 수시로 기동해야 하기 때문에 국지방공레이더와 24시간 내내 연동되어 있을 수 없다. 기동장비의 특성상 국지방공레이더와 차륜형 대공포의 데이터 링크는 FM 무전기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산악 지역이 많은 한반도 전장 특성상 차폐정이 있을 경우 전파 송수신이 상당히 제약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저고도 항공기는 계곡이나 협곡을 통해 침투한다. 즉, 굽이굽이 이어지는 계곡과 협곡마다 국지방공레이더와 대공포를 배치하지 않으면 저고도 방공망의 사각이 생긴다는 것이다. 둘째, 30mm 기관포의 유효 사거리는 3km 안팎에 불과하다. 군 당국은 이 유효 사거리가 기존의 20mm 발칸포보다 1km 늘어난 것이니 개선된 것이라 주장하지만,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최근 개발 및 배치되고 있는 저고도 방공무기는 대부분 미사일이다. 압도적인 제공권 장악을 전제로 작전하여 방공 무기에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았던 미 육군과 해병대가 Avenger 체계를 대체하기 위해 SLAMRAAM(Surfaced-Launched Advanced Medium Range Air-to-Air Missile)을 개발했고, 러시아 역시 주력 저고도 방공무기로 Pantsir-S1/S2를 개발해 300대 가량을 실전배치할 예정이다. 일본도 97식 자주대공포 이후 대공포를 개발하지 않고 03식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과 11식 지대공 미사일로 저고도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 체계는 03식을 제외하면 모두 사거리 10km 이상의 지대공 미사일 체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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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저고도 방공무기 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헬기, 전투기, 무인항공기, 순항미사일 등에 대응하기 위한 야전방공체계로는 미사일을 이용한 방공무기가, C-RAM(Counter Rocket, Artillery, and Mortar) 용도로는 3P(Prefragmented Programmable Proximity-fuzed)탄이나 AHEAD(Advanced Hit Efficiency And Destruction)탄 등을 적용한 기관포가 각광을 받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사일과 기관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공무기가 등장하고 있기도 하다.
저고도 방공무기가 이렇게 분화되어 개발되고 있는 이유는 공격헬기가 탑재하는 대전차 미사일이 대형화ㆍF&F(Fire & Forget)화가 일반화되면서 사거리가 종래의 유선유도식 미사일에 비해 2배 이상으로 증가했고, 속도도 높아지면서 여기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 10km 이상의 사거리를 가진 방공무기가 기동부대와 동행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방공무기의 교전거리가 길어질수록 교전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에 보다 요격 성공률도 증가한다. 방사청이 '자체 레이더 없는 30mm 대공포'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순전히 북한의 AN-2나 헬기 등 구시대적 위협에 대응하여 20mm 대공포를 약간 성능이 개선된 30mm 대공포로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즉, 미래 위협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오로지 현존 위협만을 고려하고 있다는 근시안적 사업 추진 행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붕괴하고 우리나라가 한미동맹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통일한국은 80만 지상군과 수백대의 헬기, 무인항공기, 다련장로켓으로 무장한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게 된다. 그 중국은 종래의 국가전략이었던 도광양회(韜光養晦 : 그림자 속에서 힘을 키운다)를 버리고 주동작위(主動作爲 : 할 일을 주도적으로 한다)로 바꿨다. 중국 전투기가 수시로 일본 방공식별구역을 들락거리고, 중국 해감선이 베트남 영해 안에서 베트남 선박을 공격하며, 필리핀 영해 안에서 필리핀 수송선을 공격하기도 한다. 중화사상에 취해 안하무인의 침략적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저들의 위협에 우리만 직면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저고도 방공무기는 수 조원의 돈이 들어가는 기계화사단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장비 가운데 하나이다. 이러한 장비를 미래 전장환경을 고려치 않고 현존위협만을 상정해 작전요구성능을 제기하고 시대 착오적인 무기를 만들어 여기에 1조 5천억원의 국민 혈세를 쏟아 부으려 하고 있다. 부디 육군은 미래도 대비한 무기체계 도입을 하였으면 한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