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DMZ 평화 누리길’을 걸으며..
눈이 내린다.수북한 눈 위로,하얀 눈이 더 내린다.사방에서 휘날리며 쏟아지는 백설이 아름답다.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발바닥을 타고 오는 촉감이 부드럽다.양탄자 위를 걷듯 경쾌해 진다.
사박 사박 걷는 소리가 옅은 경음악을 듣고 있는 듯하다.눈이 오면 뛰쳐나가, 마냥 뛰고 놀았던 어린 시절 기분이 난다.
나무에도 , 들판에도, 산위에도 온통 백색으로 뒤덮이고,청순하고 아름다운 한 폭의 풍경화 속에 빠져 들어가는 묘한 느낌.걷고, 도 걷고 ..
모처럼 눈의 세계로 빠져 들어 간다 .
열차 운행이 정지된 백마고지역, 전쟁의 상흔을 드러내고 있는 상징이다.
철원의 곡창 지대를 확보하기 위해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 지역.김일성이 철원을 잃은 후 , 1주일을 통탄해 했다고 한다. 이곳의 쌀 생산량이면 1/4 인구가 배를 채울 수 있는 곡창지대였다.지난 12월 16일 1호선 지하철이 경기도 연천까지 연장되었다.
철원 평야를 조망할 수 있는 고대산 (해발 810미터)을 등산하기 위하여 연천에서 내려 택시를 기다렸으나, 눈이 쌓인 거리에 택시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침 연천-백마고지역을 왕복하는 셔틀 버스 서비스가 있어서,고대산 대신 백마고지역으로 와서, 고대산 등산 보다 DMZ 평화누리길 (경기도 마지막코스)을 걷는 것으로 하였다.
(눈이 쌓여 등산이 위험하다고 간주함)
걷다 보니, 차탄천 구 경원선 철도 교량이 끊어진 채 남아 있다.1914년 이후 서울 –원산을 달리던 경원선의 흔적이다.교량 다리는 철근 콘크리트로 단단한 현무암으로 구축되어 있다,
고대산 북쪽 자리에 위치한, 땅속에서 솟아 오르는 종유석 모양의 역고드름이 있는 페터널에도 도달한다 .남북 분단이 주는 슬픔을 간직한 듯한 이곳도 관광명소로 등장하고 있다.
길이 100미터,폭 10미터 터널 바닥에는 역고드름 수백개가 솟아 올라 있고,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다양하며, 12월 중순부터 자라기 시작하여 3월까지만 볼 수 있는 역고드름, 참 신기하다 .
백마고지역부터 연천군의 최 북단, 경원선의 일부였던 신탄리 역까지 온다. 고대산의 풍부한 임산 자원을 목재와 숯으로 가공하여 생계를 유지했던 청정 지역. 1945년 해방과 동시에 38선 이북에 위치하여 공산 치하에 들어 갔다가, 1954년 수복지구에 편입되어 민간 입주가 된 연천군의 북단지역이다. 아직도 살아서 있는 경원선의 마지막 모습을 느낄수 있다.
눈이 휘날리는 청정 지역에서의 숲과 산과, 마을과 도로를 3시간 정도 마음껏 걸을 수 있는 기회는 수십년 만에 처음 갖는 것이었다.
.‘DMZ 평화의 길’ 의 일부에 불과했지만,
전쟁의 상흔을 보고, , 민족 분단의 현장을 느끼고 , 청정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순백의 세계에서 그간 마음 속에 쌓인 먼지도 다 날려 보내고, 눈과 같은 순수함으로 새 2024년을 맞는다.
(2023.12.30.)
-페이스북에서 옮겨옴-
첫댓글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