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강 허태기
보리피리를 불면 문둥이가 온다고 했다
문둥이는 어린아이의 간을 빼어먹는다고 했다
그래야 문둥병을 고칠 수 있다고
손가락이 문드러지고 귀가 문드러져
진물을 흘리면서도
문둥이는 보리피리를 분다고 했다
그래서 보리가 피는 날이면 문둥이가 두려웠다
문둥이가 지나가면
아이들은 돌팔매질을 하고 침을 뱉었다
문둥이는 더러운 헝겁으로 감싼 얼굴을 숙인채
말없이 길을 걸었다
문둥이가 빨리 도망가기를 바라면서
아이들은 욕설을 퍼부었다
아이들은 문둥이는 사람이 아니고
아이들을 잡아먹는 식인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문둥이를 보면
두려움과 경멸이 앞선 것이다
아이들은 몰랐다 문둥이가 선하디 선한 사람임을
아이들은 몰랐다 문둥이가 우리를 대신하여
고통받는 한 핏줄임을
누구나 문둥이가 될 수도 있는 시대에
문둥이는 아무런 죄도 없이 그렇게 핍박 받았던 것이다
우리의 무지로 나라를 빼앗겨
문둥이 보다 더한 핍박을 받았어도
가마득히 잊은 채,
문둥이를 돌팔매질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는 것이다
어른들의 편견이 아이들의 상처를 만든 것이다
선입견이 어린아이들을 사랑이 아닌
증오의 돌팔매로 키운 것이다
문둥이가 없어진 지금
그 아이들은 이제 무슨 생각을 할까
또 다른 문둥이를 만나 돌팔매질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