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호흡기 질환 특히 효과적, 비빔밥·꽃차 색다른 ‘즐거움’
요즘 길가나 들판에는 보랏빛 또는 흰색의 작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바로 제비꽃이다.
약 850종에 이르는 제비꽃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것은 40여종이다. 우리가 흔하게 보는 보랏빛 제비꽃은 키가 약 10㎝ 정도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잎은 버들잎모양이며 뿌리에서 돋아난다.
강남 갔던 제비가 이 꽃이 필 무렵이면 돌아온다 하여 제비꽃이라 하였고, 이 꽃이 필 무렵이면 오랑캐들이 쳐 들어온다 하여 오랑캐꽃이라고도 한다. 또한 한방에서는 못처럼 생긴 줄기에서 보랏빛의 꽃을 피운다 하여 자화지정(紫花地丁)이라고 부른다.
꽃과 뿌리에는 상당량의 사포닌과 소량의 알칼로이드가 들어 있으며 꽃과 잎에는 정유 성분과 플라보노이드, 비타민C, 살리실산 등이 들어 있다. 제비꽃 중에서도 사향제비꽃은 다량의 정유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제비꽃의 쓰임새는 참으로 다양하다. 우선 꽃은 요즘 같은 봄철에는 비빔밥에 넣어서 먹는다. 꽃을 말려 차로도 마시는데 고운 보랏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눈을 즐겁게 해준다.
제비꽃은 피를 맑게 하고 독을 없애는 청혈해독효과가 있다. 또 패혈성 염증, 림프절 결핵, 피부염은 물론 각종 암을 다스리는 데 쓰이는 약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특히 안구건조증이 심하거나 원인 모를 안압상승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제비꽃·민들레·판람근·구름국화를 함께 달여 먹으면 호흡기 질환에도 좋다. 약초로 쓸 때는 뿌리를 포함한 잎, 줄기, 열매 전체를 잘 말려서 쓴다. 흰 제비꽃도 보랏빛 꽃과 비슷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 제비꽃류 중 삼색제비꽃으로 불리는 팬지는 여러해살이가 아닌 두해살이 풀이다. 잎은 심장 모양이거나 긴 타원형이며 한개 꽃의 꽃잎이 보라·노랑·흰색의 세가지 색을 띤다. 보랏빛과 흰색의 제비꽃과 달리 루틴과 안토니안 배당체가 들어 있으며 약간의 사포닌도 함유하고 있다.
보랏빛·흰색·삼색제비꽃의 꽃만을 예쁘게 말려 두었다가 가슴이 먹먹한 오후, 뜨거운 꽃차로 즐겨보자. 약효는 둘째고 “세상에 이런 호사도 있었구나!” 절로 감탄하게 될 것이다.
<지리산 약초학교 대표이사 허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