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근대공간_ 정안이용소
📍어제 내린 비 영향이 더해져서인지 문을 연 순간 지하의 습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배정받은 족히 반세기는 되어 보이는 이발 의자에 앉자 서로 아무런 대화도 없었는데 늘 오던 단골마냥 이미 의식이 시작되었다. 간간이 씹히는 무뎌진 클리퍼와 재바른 가위질 소리 속에서 나이 든 이발사의 손 떨림이 느껴진다. 불안한 마음에 천천히 시야를 확장시켜 거울에 반사된 주위를 빼꼼히 살펴보다 이내 이발사의 손길로 머리는 제자리로 결박되고만다. 포기는 빠를수록 좋다. 눈을 감고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나오는 방미 중인 대통령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다.
🎈'정안이용소'는 이 곳(대구 중구 공평사거리/MIT에서 1분 거리)에서 40년, 대구 중구에서 56년 역사를 지닌 이발소이며, 이발사는 다섯 살부터 이발 기술을 배워온 80년 경력의 이발사 정남도(85세)씨이다. 곳곳에 곰팡이가 핀 꽃무늬 벽지와 습한 냄새, 세월을 알수없는 파란 대야, 모든 것이 골동품이 되어버린 곳이지만 본래의 가치에 충실한 이발소임과 동시에 삶의 장소이자 언젠가는 사라질 진짜 근대공간이다.
이처럼 시간이 적층 됨에 따라 레이어가 풍부하고 촘촘해져 가는 도시에 언젠가는 사라지게 될 공간속에 내재된 이야기들을 남길 보존 혹은 기억의 방식은 무엇일까? 또한 도시 속 공간의 형성과 변화에 대한 탐구 그리고 사라질 시간과 공간, 인물을 기록화하면서도 나이를 초월한 세대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브랜딩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통 사회에서 근대 사회로 이행하면서 이발소는 정보를 교환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던 공간에서 현대화에 밀려 단순하게 이발 기술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는 무미건조한 장소가 되어가고 있는듯 하다. 이런저런 생각이 피어오르려던 찰나, 어느새 이발은 머리감기와 간단한 드라이 그리고 가격 지불, 건강을 기원하는 인사로 의식이 마무리되었다. 도시의 한중심부에 56년의 이발 역사와 여유가 이렇듯 흘러간다.
대구 중구 공평로 71 지하/매주 화요일 정기휴무
컷트 5,000원
*MIT에서는 우리 주변의 건축과 실내공간, 디자인을 중심으로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서로의 지식과 경험, 담론을 이야기할 수 있는 피드였으면 합니다. 그 네번째 이야기는📍정안이용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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