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입히다_지붕정원
정원을 마당에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정원은 어디에든 만들 수 있다. 그곳이 지붕 위라도. 알록달록 화초를 심어 지붕을 화사하게 꾸밀 수도 있고 파릇파릇 풀 종류를 심어 시원해 보이게 만들 수도 있다. 먼 나라 이야기 아니냐고?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지붕 위에 풀과 꽃을 심어 정원을 꾸민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까지 말한다. 이름도 생소한 지붕정원, 구경 한번 가보자. 글 이상희 기자 사진 임승수(사진가)
<철마다 색을 갈아입는 남해 풀꽃 지붕> 경남 남해군 삼동면에 있는 원예 예술촌에 가면 지붕이 울긋불긋 꽃과 풀로 뒤덮인 집을 발견할 수 있다. 풀꽃지붕이라는 이름을 가진, 박종혜 씨의 집이다. 박씨가 지붕에 정원을 꾸민 것은 마당이 없어서였다. 남해군에서 조성한 원예 예술촌에 입주하기로 결정하고 어떤 집과 정원을 들일지 고민하던 그가 맞닥뜨린 가장 큰 난관은 터가 너무 좁다는 것이었다.
낡15평짜리 집을 들이면 남는 공간이 없겠더라고요. 정원을 꾸미기는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많이 했죠. 그러다가 집 전체를 화기花器, 꽃 그릇으로 삼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시멘트 바닥 위에 흙을 올리고 지붕 위에 꽃을 올려보자는 거였죠.” 20년 넘게 손바닥정원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시멘트 바닥 위에 정원을 꾸미는 일을 해본 경험이 있었던 그는 자신만만했다. 방수와 배수 같은 기술적인 문제만 해결하면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웬걸요. 처음엔 지붕에 잔디를 깔았는데 지붕 경사 때문에 비만 오면 흙은 다 쓸려 내려오죠. 사방에서 날아왔는지 잔디보다 잡초가 더 무성해 예쁘기는커녕 어수선하기만 하죠. 한쪽에 심어놓은 꽃은 다 쓰러져버리죠. 마음이 갑갑하더라고요. 안 되겠다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았다. 지붕정원이라는 개념조차 낯설던 시절이었다. 책 한 권은커녕 몇 장짜리 자료도 찾아내기 힘들었다. 밤을 새가며 인터넷을 뒤진 끝에야 겨우 옥상정원용 자재와 구조물 설치 방법을 알아냈다.
“뿌리가 얽히고설켜서 뽑아지지도 않는 잔디를 꾸역꾸역 다 들어내고 흙도 다 치워내 지붕을 비우고는 다시 작업을 시작했어요. 흙이 쏟아지지 않도록 나무 각재로 지붕 가장자리에 틀을 만들고 중간 중간에도 각재를 댄 뒤 배수를 좋게 하는 옥상정원용 블록을 깔고 그 안에 화산 석을 채웠죠. 화산 석은 물을 잘 머금고 있기 때문에 지붕의 흙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주거든요. 다음은 부직포로 지붕 전체를 덮은 뒤에 경량토를 깔고 마지막으로 풀과 꽃을 심었어요. 흙이 쓸려 내려가 배수관을 막지 않도록 배수관 주변에 자갈을 깔아주는 것도 잊지 않았죠.”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흙은 더 이상 쓸려 내려오지 않았고 봄이 되면 꽃이 만개했다. 너무 잘 자라서 지붕을 잠식할 정도였다.
“지금은 한 가지 꽃이 너무 많이 퍼져서 다른 꽃이 자라는 것을 방해하지 않도록 뽑아주는 것이 일이에요. 아무래도 경사가 있는 지붕이다 보니 꽃이 자꾸 아래쪽으로 쓰러 지 길래 계단식으로 돌단을 쌓아주기는 했죠. 지붕에서 잘 자라는 놈들을 찾아내는 즐거움도 커요.” 사람들이 정원을 보러 오는 원예 예술 촌에 있다 보니 가능하면 사철 내내 꽃이 피어 있도록 다양한 꽃을 심고 있지만 일반 가정에서 지붕정원을 꾸미고 싶다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것이 박씨의 조언이다. 좋아하는 풀꽃 종류를 골라서 한 가지만으로 꾸며도 충분히 예쁜 지붕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다만 건조한 날씨에 잘 견디고 뿌리가 깊게 자라지 않는 풀꽃을 골라내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요령이란다. 구절초처럼 해마다 새로 심지 않아도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이면 알아서 꽃을 피우는 여러해살이 꽃을 심어두면 관리하기도 편하다고. 그러니 사람들이 이 좋은 지붕정원을 꾸며서 즐기면 좋겠다고.
지붕정원을 위한 가이드 기본 바닥 구조 방수, 방근 작업 이후 배수층을 부설하고 부직포로 분리층을 확보한 다음 인공경량토양을 포설해식 하는 것이 기본이다. 배수구에는 배수를 원활히 하기 위해 배수 점검구를 설치하거나 벽체부에 배수통기망 등을 설치해 홍수 등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지붕정원용 방수 요령 방수와 방근층 확보는 지붕정원 설치 시 가장 중요한 일이다. 미장방수업 면허가 있고, 옥상 녹화용 방수 실적이 많은 업체를 선정하고 시공 후에 배수구를 막고 담수 테스트(물을 채워 누수여부를 점검하는 일)를 시행하면 더 확실하다. 특히 방수 후 시설물 시공 등 후속 공정에서 방수층을 훼손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좋은 자료라 퍼 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