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새싹
출처 세계일보 :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520514221?OutUrl=naver
김정수
새의 부리는
나무뿌리에서 생겨난다
겨우내 말을 아껴
날개를 품는다
구름의 흙이 일순 온순해지면
잔뿌리 같은 새들이
일제히
싹을 물고
가지 끝으로 날아간다
물오른 하늘에서
새 떼가 돋아난다
삭막한 계절을 견딘 나무에 새로운 싹이 돋아난다. 그 모습을 긴 시간 자세히 들여다본 시인의 눈에는 “새싹”이 제법 달리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나무뿌리”에서 “새의 부리”가 생겨났다니. “뿌리”와 “부리”, 발음이 유사한 두 단어의 활용도 그렇지만 나무에서 초록이 움트는 과정을 새가 태어나 날개를 펴는 것으로 본 발상도 재미있다. “새들이 일제히 싹을 물고” 활활 날아가 앉은 가지 끝이 선연하다. 그야말로 새(鳥)의 싹인 셈.
봄을 지나 이제 막 여름에 접어든 지금 이 계절에 새는 어디까지 날아갔을까. 물오른 하늘에 돋아났던 그 새는. 창을 열면 새는, 새들은 아직 어디로도 가지 않은 채 하늘 가장자리에 머물러 있다. 커다란 날개를 쉼 없이 푸드덕거리며.
초록의 날개는 한동안 더 커질 것이다. 그리고 때가 되면 새는 그 커다란 날개를 저어 왔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계절의 끝, 오래 아낀 말을 마침내 건네고서.
박소란 시인
빛명상
간만에 보는 풍경
간밤에 내린 비로
장독대 뚜껑 위에 빗물이 고였다.
한두 마리 참새가 내려와 앉는다.
물 한 모금 먹고는 하늘 쳐다본다.
생명의 물에 대한 감사의 예禮다.
눈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목욕을 시작한다, 다 입은 채로.
참새도 하늘에 감사할 줄 안다.
어린 시절 청마루에 앉아
장독대 위에 고인 물에
날갯짓하며 더위를 식히던
그 때의 모습을 본다.
장독대가 사라져도
그들의 기억은 남아있나 보다.
간만에 보는 풍경이라
독자들과 나눈다.
출처 : 빛(VIIT)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2021년 1월 18일 초판 1쇄 P. 28-29
비가 옵니다
비 내리는 빛VIIT터 장독대
비가
옵니다.
아픈 마음 고달픈 마음 모여
하늘로 올라가는 기도랑 청원일랑
어우러져 애잔한 눈물비 내리는데
코로나19로 전국 곳곳
아프고 고달픈 마음들
말끔히 씻어 내리고
그분의 손길과
그분의 마음이 닿아
건강과 행복을 되찾고
간절한 바람 이뤄가는
희망과 용기의 비로
승화되기를
두 손
모읍니다.
출처 : 빛VIIT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2021년 1월 18일 초판 1쇄 P. 58-59
귀한 빛 의 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장독대위의 고인비물이 정겹습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