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 관련 - 법원·주민·건설사 함께 참여 - 일대 건물 내·외부 균열 확인 - 주민들 지반침하 불안 호소
부산 해운대구 중동 AID아파트 재건축 공사 때문에 발생한 인근 20여 동의 빌라와 단독주택의 붕괴 위험(본지 지난 5월 16일 자 8면 보도) 문제가 결국 법정까지 갔다. 이 아파트 재건축 공사장에 사는 인근 주민들이 D건설을 상대로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제기한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소송과 관련해 현장검증이 이뤄졌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1부(김종혁 부장판사)는 2일 오후 원고 및 피고 대리인 등 관계자 10여 명과 함께 해운대구 중동 AID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주변 주택가, B빌라, H빌라, 동해사 등 균열이 생긴 부분에 대한 현장검증을 했다. 이날 현장검증은 지난달 주민들과 D건설 양측이 재판부에 현장검증을 요구해 진행됐다. 주민들은 아파트 재건축 공사 때문에 집안 곳곳에 균열이 진행되고 있다며 D건설 측에 사면 보강공사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D건설은 사면 보강공사보다는 주택 지반 보강 공사부터 먼저 진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주민과 아파트 시공사 간의 입장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어 앞으로 예정된 7층 높이의 테라스동 기초 공사가 제때 진행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D건설 관계자는 "이미 터 파기 공사는 모두 끝났기 때문에 공사로 인한 주민 피해는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공사가 시작된 뒤로 지반침하 균열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동해사 김남촌 스님은 "공사가 시작된 뒤로 사찰 건물 곳곳에 균열이 생겨 어른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틈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며 "건물이 기울어져 문이 뒤틀린 탓에 제대로 닫히지도 않아 항상 열어놓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H빌라 3층에 사는 정영석(33) 씨는 "지난주 비가 왔을 때 집안 천장에서 물이 계속 흘러내려 혹시 누전으로 인해 불이라도 날까봐 불안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취재진이 H빌라 지하에 위치한 정화조에 들어서자 악취가 진동했다. 정화조에 균열이 생겨 오수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바닥에는 오수가 흥건히 고여있었다. H빌라 B동 이경수 주민대표는 "아파트 시공사에서 3, 4차례 정화조 보수공사를 해줬지만 소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D건설 관계자는 "외관상으로 기존 주택의 균열이 확대된 점은 인정하지만 공사 중지까지 고려할 만한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혁 판사는 "현장검증에서는 현재 주택의 균열상황을 파악하고 공사현장과 주거지와의 거리 등을 살펴봤다"며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해 이른 시일 내에 추가 심리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