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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한 말기 발달한 현학이, 토론과 시시비비 가리는 것 자체를 쓸데없다고 한
바보 놀음 청담으로 엉뚱하게 변질되면서 위진 그리고 남조를 망쳤었죠.
이후 이는 단단히 반면교사가 되어 수당송 거치면서 거의 천 년 가까이 철저하게 까이게 됩니다.
그러나 토론과 자기계발 자체를 부정하는 이런 허탄한 반지성주의가,
의외로 명나라 중기 때 이름을 바꿔 근 천 년 만에 다시 등장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양명좌파 무리들이었습니다.
일단 성리학 같은 경우 격물치지라고 해서 여러 사물들에 담긴 어떤 이치를 깨달은 다음(=격물), 지식을 깨우쳐 (=치지)
욕망으로 왜곡되기 쉬운 나의 '성'(性) 즉 본성을 다스려 올바른 모습으로 구현되게 하는 걸 기본으로 합니다. 그래서 먼저 아는 게 중요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선행후, 지행병진하게 된다고 하게 되죠.
그리고 만인의 본성은 바르지만 수양이 되지 않았기에 욕망으로 왜곡되는 탓에,
격물치지란 수양을 꽤 오래도록 한 성리학자들의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헌데 명나라에 왕수인(=호 양명)이 나타나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합니다.
어떤 게 이치인지 정하는 건 사람의 마음인데 어떻게 이치와 마음이 구분될 수 있겠는가, 모든 건 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인식이 문제 아닌가? 이런 주장을 하면서 심즉리 설을 주장합니다.
고로 꼭 성리학자들같이 격물치지 하지 않아도, 만인이 모두 자기 맡은 바 할 일 제대로 하면서 일상생활의 여러 하는 일을 통해 수양하여 선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어떻게 보면 꼭 서양 종교개혁 때 벌어진 만인사제설 비슷한 주장 같기도 합니다. 뭐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저도 여기까지 읽어봤을 때는 그냥 현상 자체가 다 옳은 것이고 이 세상에 옳다고 정해진 건 없으니 토론과 자기계발 따위 다 필요 없다고 외쳐대던 극단 양명좌파 X신들이 명나를 망쳐먹었다는 FACT를 잠시 잊은 채, 역시 성리학은 병맛돋는 엘리트들 헛소리였어.....할 뻔 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왕양명은 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면서, 지선행후, 지행병진을 부정하고 '지행합일'을 주장하였습니다. 뭐 여기까지도 좋습니다. 지행합일! 입으로만 떠들어서는 안 된다, 행함과 앎이 하나되어야 한다! 좋습니다.
하지만 대체 뭘 해야 하고 뭘 알아야 하는가가 빵꾸가 난다면.....?
그냥 지꼴리는 대로 아무렇게나 살고 , 남이 뭐라고 하든 신경도 안 쓰고 지할말만 하며, 이세상 모든 기준을 거부한 채
지꼴리는 대로 살 자유가 곧 앎이고 선이라고 주장하면서 행동을 개판으로 하는 놈들이 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왕양명보다 천 년 전에 살았던 돌대가리 현학 청담파들이 했던 바로 그 행태 그대로였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문제의 단초는 왕양명의 주장 중 다음에서 드러납니다.
왕양명은 '치양지설'을 주장합니다. 뭔가 선행을 하려면 저으기 어느 나라 성리학자들이나, 옛 고대 이스라엘 파루쉬인들처럼 그걸 의식적으로 자기 잘난 척 한답시고, 못난 것들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마음' (=양지)으로 하란 얘긴데.
이건 일견 예수님 가르침하고 비슷한 부분도 있어서 참 신선하고 납득가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왕양명이 앞서 주장한 심즉리설과 연결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내 마음이 곧 사물과 우주의 이치인데, 내 꼴리는 대로 뭘 하던 그게 다 수양이 되면 뭣하러 배워서 성인이 된담? 그냥 내가 지금 성인의 상태에 있는데.....
이 지경이면 이춘재도 유영철도 다 양명학에서 말하는 성인이 됩니다. 그들은 그때그때 자기 마음에서 떠오르는 심상대로 행동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물론 왕양명은 이러라고 심즉리설 주장한 게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왕양명은 선을 행하고 악을 제거하는 게 제대로 된 격물이고, 양지는 아무 거나 꼴리는 대로 하는 게 양지가 아니라 선을 알고 악을 아는 거라고 못박았습니다.
그러나.....항시 그렇듯 뭔가 토론하거나 공부하기 싫은 걸 별 말도 안 되는 핑계 대면서 합리화하는 X신들은 나타나기 마련인바.
이런 부류의 인간들이 등장하는 게 그게 바로 양명좌파 중 극단들입니다.
이놈들은 심, 즉 마음의 본체가 본디 무선무악하면 의도 지도 양지도 다 무선무악하다면서 수양의 필요성을 부정했습니다.
왕양명은 이에 대해 이런건 수양이 극도의 상태에 도달해서 70 이후 공자처럼 원하는 걸 해도 그게 다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이 되는 상태에 있는 자에게만 허용된다고 못박았습니다만.
양명학 자체에 저렇게 잘못 해석할 수 있는 맹점이 있었던 탓에 이런 유의 또라이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이런 놈들이 사회 전반에 만연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당연히 나라가 망하게 됩니다. -_-
한때 각광받았던 양명학이 명나라가 망한 이후로 적어도 중국에서는 철저하게 배격된 건 바로 이런 이유였습니다.
성리학이 도덕 깡패들을 양산하는 단점은 있으나, 반면 시시비비를 칼 같이 가린다는 장점은 분명했기에 이 부분은 높이 사줘야 함 또한 분명합니다. 적어도 조선에서는 저런 유의 X신들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황이 왕양명의 지행합일에 대경실색해서 바로 그것을 철저하게 까댄 게 바로 이것이 이유였던 게 다시 마음에 깊이 와닿습니다.
......
근데 말이죠. 이 얘기들 어째 어디서 많이 본 얘기들 같지 않습니까?
자기 주장에 대한 반박 자체를 봉쇄하려들고, 아예 론 자체를 배격하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중립척 빠돌이들 하는 소리하고 어째 토씨 하나 안 빼고 똑같은 게 충공깽입니다.
아마 대한민국이 망한다면, 성리학이 망친 구한말과는 상당히 다른 측면에서 망할지 모른다고 걱정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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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tropoo23.04.24 14:53
꽉 막힌 놈도 병신이지만 그보다 더 노답인 병신은 뭣도 없어 막힐게 없는 병신이고 더 하급은 그게 좋은 줄 아는 놈들이죠.
마법의활 23.04.24 15:10
결론은, 성리학 병신이 그나마 양명학 병신보다는 나았다는 거죠.
메갈이 일베보다 병신이고, 포스트모더니즘 신봉하는 PC충들이 그런거 모르는 정상인보다 명백히 하급인 것과 일맥상통하는 현상입니다.
일베는 최소한 지네가 X신인 걸 안다는 점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으나, 근자감에 쩔은 PC충들은 구제불능입니다. 희망이 없습니다.
나아가는자23.04.24 17:33
잘 읽었습니다. 워낙 성리학 중심이 강했기에 양명학이면 더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많은 것 같은데, 이걸보니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있겟군요.
마법의활 23.04.24 18:08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실상을 알고 나면 영.... 양명 선생도 생전에 어느 정도 예측을 했습니다만, 중립척 빠돌이들의 반지성주의적 광기는 그 이상이었습니다.
구경하는사람2423.04.25 08:46
내 마음의 기준을 제대로 세울줄 아는 갓갓갓 한 사람들이나 마음대로 행해도 그것이 도이자 덕이니 휼륭하지 아니한가지
지 마음에 지주 하나 못 박는 병신이 꼴리는 대로 행하면 병신짓 밖에 더하겠습니까.
저랩이 아닌 고랩용인듯
마법의활 23.04.25 10:17
그래서 양명 선생이 분명히 '그것은 고렙용이다'라고 못박았지만....
일단 돌대가리 중립척 빠돌이들은 핑계 하나 생기면 그걸 절대 포기하지 않는 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리학은 쿨찐따들의 핑계 자체를 원천봉쇄하니 참 훌륭한 학문체계가 아닐 수 없습니다.
현대 대한민국에 오히려 성리학이 필요한 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