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말띠들 3월 빛고을에서 술한잔 하십시다.
37년간의 죄스러움 그리고 그리움,
늘 5월을 찾아와도
벗처럼 만나 술 한잔 마음 나눌 수 없이 돌아섰던 곳.
3년을 머무르며 따스하게 다가와 주셨던 한 분과의 소중한 인연도
미완의 이별로 끝나고
이제 그의 인도를 따라 지난3년 빛고을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
서로도 몰래 스치고 만났던 사람들을 뵙니다.
그리고 그들 중 동갑내기 세분을 보며
54년 말띠 동갑내기를 핑계로 술 한잔 청합니다.
동족상잔의 전쟁이 끝나던 해.
이승만 정권에서 태어나 철모를 어린 시절을 지내고
초등 학교 들어가던 해 5.16을 만나고
박정희대통령이란 이름아래 초중고 학창시절,
요대,각반입고 목총들고 열병분열 준비하며
중학입시부터 예비고사.
국민교육헌장,계엄령과 긴급조치에 익숙하고
스물넷에 10.26
서울의 봄 지나
여의도 광장에서 마포를 거쳐 백만 벗들과 걸으며
난생처음 꿈 피우던 민주주의.그리고 좌절.
스물여섯에 오월.그리고 다시 위수령 계엄령 속에
찬탈된 주권.
서른즈음 그 아픔,남 몰래 되새기다 맞은
서른 셋의 87년6월.
서른아홉 마침내 그나마 문민정부..
그리고 마흔 넷에 생애 첫 정권교체.
마흔여섯에 처음 만났던 통일.
하지만 쉰 넷에 다시 분단.
예순 다가가며 그렇게도 어렵게 피눈물로 가꾸며 키워왔던 역사의 후퇴.
오십중반부터 환갑 넘기며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서며
명박산성에서 탄핵정국까지.
예순한 살 환갑맞던 그 해부터 이 시간까지.
노란리본 달지 않으면
그저 한갓 불통의 늙은이로 오해받는 나이,부류.
그래도 예순넷 나이의 소수자.
54년 말띠, 37주기 5월,30주년6월을 준비하는 이 봄에
망월동 9묘역,
같이했던 그 예순해를 의지로 채우고 먼저 떠나간
처음 만나는 벗들 곁에서 술한잔 나눕니다.
54년 말띠로
서로 다른 곳에서 그래도 비슷한 여정으로 살아온 벗 있거든
약속 주십시요.
3월이 가기 전에 옛 운정동 산34번지에서 만나 어운 혹은 주룡길에서
술한잔 나눕시다.
살아있을 때 만나고 싶은 그리운 누군가에게 편지 띄우고
기다립니다.
강섭,한오,재철 세 분과 약속 정하려 합니다.
무등산 멀리 보이는 마을길 전선주에 날아온 새 한 마리
오래도록 머물며 그분들도 오월,참배차 걸었을 이길에서 그립게 바라봅디다.
2017년 3월 7일 화요일오전 10:28:01
..
(이름 없는 공연 [40일간의 봄,사순절][518민주묘지9묘역] 작업노트 중에서)
카페 게시글
예기와의 만남(공개편지)
54년 말띠들 3월 빛고을에서 술한잔 하십시다.
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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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10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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