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세출(不世出), 또는 전무후무(前無後無), 이런 말은 왠만한 천재나 위인에게 함부로 붙일 수 없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저 수식어를 붙이는 순간, 그 이전 사람들 뿐만 아니라 미래에 나타날 사람들 마저 그를 능하하면 거짓말이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매우 신중하게 붙여야 할 말입니다. 음악에서 바흐나 베토벤 정도 되어야 붙일 수 있는 엄청난 찬사죠.
그런데 우리 등려군님에게는 이 수식어를 감히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등려군님의 미성을 따라갈 목소리가 아무리 생각해도 나타날 것 같지 않습니다. 포근하면서도 어딘가 슬픔을 어렴풋이 품고 있는, 밝으면서도 어두운 목소리. 마치 지휘자 브루노 발터(Bruno Walter)가 모차르트의 교향곡을 리허설 할 때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슬프게, 아름답도록 슬프게"연주하라고 주문한 것과 같은... 밝기 그지 없는 모차르트 곡을 연주한 레코드 중 명연이라고 이름 난 연주는 하나같이 그 "질주하는 슬픔"을 그 이면에 그려낸 연주라지요. 등려군님의 목소리는 천연적으로 그런 아스라한 슬픔을 담고 있는 목소리라서 더욱 듣는 이로 하여금 감상에 젖게 합니다.
또한 등려군님의 생애는 철저하게 고독하면서도 굳건하게 가수의 자부심을 가지고 해쳐나온 삶입니다. 보통 여장부로서는 엄두도 못 낼 생애입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 없이 자기의 발전을 추구한 삶. 그래서 중학교 자퇴라는 학력으로, 또 바쁘디 바쁜 스타의 처지로서 도저히 엄두도 못 낼 어학 능력과 여러 풍부한 지식을 체득하셨죠. 홍콩 최고의 백화점이라는 샹그릴라의 주인 아들과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그 집안에서 가수를 포기라하고 했을 때, 과감히 결혼을 포기한 당찬 여장부. 물질 만능 시대에 이런 인물이 잘 나오겠습니까.
그리고 너무나 비극적인 죽음. 고독한 일생에 늘 기대고 같이 할 짝을 찾으셨고, 마지막에 프랑스 사진가에게 정을 주고 사랑을 했건만 돌아온 것은 어이 없는 천식으로 인한 죽음. 그리고 그 사후 애인의 돌변한 태도... 너무나 가슴 아픈 최후죠. 이런 일생이 역설적으로 장수하며 백년해로한 일생보다 더욱 등려군님을 그리게 만듭니다. 제임스 딘이 일찍 죽어 더욱 스타가 되었듯이, 등려군님의 비극적인 최후가 그녀를 더욱 높이 올렸습니다. 그래도 제 맘은 오래오래 사셔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하셨으면 하는거죠. 아직 한창 활동하실 연세인데...
술 먹고 들어와서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듣다가 갑자기 등려군님 노래를 듣고싶어 틀어 놓고는 사무치는 그리움에 뻘글 좀 적어봤습니다.
지금 들리는 눈물의 이슬비(淚的少雨)가 더욱 구슬프게 들리는군요...
첫댓글 감수성이 예민한 분이시군요. 鄧麗君님의 목소리는 늘 저에게는 뛰는 심장을 차분하게 가라않게 해주죠.
잘 머물다 갑니다...
중국집주인님도 등려군증후군이 좀 있는지요, 저는 한 3기쯤인데요..
좋은 글 잘 이해하였습니다.
찬사의 글 마음에 담아갑니다.
조물주가 인간에 10가지 중 모두 주지는 않는다 합니다.
요절하여 아쉽지만 영원히 기억해주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