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로보틱스
우린 스스로 종족 이름을 호모사피엔스라고 부릅니다. 그 뜻은 지혜로운 사람, 슬기로운 사람을 의미하지요. 굳이 영어로 표현하면 wise man입니다.
학자들은 인류가 지혜로움을 갖추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신체 변화는 직립보행에 있다고 합니다. 엎드려 있는 것보다 서 있으면 시야가 더 확장되고 그만큼 멀리 이동할 수 있으며 사냥이나 식량 확보가 유리하지요.
특히 자유로워진 손으로 도구 사용이 가능해졌고 결정적으로 두개골이 발달하여 뇌의 용적 면적이 커진 것이 지혜로움의 단초가 됩니다. 그 위대한 두뇌의 힘으로 육체의 약함을 이기고 지구에서 만물의 영장으로 군림하게 되지요.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에선 인어가 인간이 되기 위해서 아름다운 목소리를 포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인류는 이 목소리를 통하여 제어되는 섬세한 언어와 문자를 가지게 되었고 그것이 인류의 지식을 축적하는 데 엄청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지구상에서 인류에 비견될 수 있는 존재는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20년 안에 집마다 로봇이 보급되리라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입니다. 앞으로 노동은 모두 로봇이 하고 인간은 출산과 노동이 없는 사회에서 행복과 기쁨을 누리게 되리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인공지능이 너무 지나치게 똑똑하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잠을 자지도 무언가를 요구하지도 월급을 올려 달라고 하지도 않지요. 그저 시키는 대로 충실하게 일을 할 뿐입니다.
대부분 어린아이를 길러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어린아이의 특징은 호기심이 왕성하여 하루 종일 무엇인가를 물어본다는 것입니다. 지친 부모는 건성으로 대답하거나 별걸 다 묻는다고 핀잔을 주게 되지요. 그때부터 아이들의 물음은 점점 줄어듭니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지적 호기심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인공지능은 전혀 지루해하지 않습니다. 반복적으로 천천히 알 때까지 친절하게 더 정확하게 설명하고 안내하지요. 어쩌면 현실적으로 화를 내거나 감정 기복이 심한 부모나 교사보다 아이들은 인공지능 교사를 더 좋아할는지 모릅니다.
인공지능 로봇이 아내보다 더 음식을 잘하고, 정리를 잘하며, 더 상냥하고 아이들 잘 보살핀다면 남편은 더 이상 아내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잘난 맛에 사는 것이 인생인데 생각지도 않았던 기계가 나보다 훨씬 더 강하고 똑똑하며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면 그래서 열등의식에 시달려야 한다면 아무리 노동 없는 미래라고 하더라도 인간은 행복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하여 생물종의 멸종만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AI 로봇으로 인하여 멸종될 직업도 걱정해야 합니다. 준비 없는 미래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없습니다. 지금도 부의 불균형이 심한데 앞으로의 미래는 그것이 더욱 심화 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러니 흘러가는 물살에 떠밀려 갈 것이 아니라 선도할 수 있도록 깨어있어야 합니다. 준비 없이 미래를 맞이하면 호모 로보틱스에게 인간의 자리를 내가 주어야 할는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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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에 이어 오늘도 <정운복> 님의 글입니다.
컴퓨터를 조금은 안다고 자부하는 나로서는 인공지능이 두렵습니다. 공상과학에 나오는 이야기로는,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역으로 인간을 공격할 수는 없게 프로그래밍한다는 설정이 있지만, 해킹이 날로 발전하는 것을 보면, AI가 그런 프로그래밍을 푸는 것은 일도 아닐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너무 빨리 발전하는 것이 두렵기만 한 것은 늙었다는 징조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