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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방투지(孫龐鬪智)
손빈(孫臏)과 방연(龐涓)이 지혜를 다투다는 뜻으로, 대등한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지모를 다하여 경쟁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孫 : 손자 손(子/7)
龐 : 클 방(龍/3)
鬪 : 싸울 투(鬥/10)
智 : 지혜 지(日/8)
출전 : 사기(史記) 손자오기열전(孫子吳起列傳)
손자병법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손무(孫武)가 죽고 백 년쯤 지나 이 성어의 주인공인 손빈이 태어났다. 손빈은 손자의 후손으로, 일찍이 방연과 함께 병법을 배웠다.
방연은 공부를 마친 다음 재빨리 위(魏)나라에서 벼슬하여 혜왕(惠王)의 장군이 되었다. 그러나 스스로 손빈을 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으므로, 미리 손빈을 제거해 버릴 계획을 세우고 은밀히 사람을 보내 손빈을 불러들였다.
손빈이 찾아오자 방연은 없는 죄를 뒤집어씌워 벌로 그의 두 다리를 끊고 이마에 묵(墨)을 넣었다. 그러면 손빈이 부끄러워서 숨어 살리라 생각했던 것이다.(손빈의 이름인 빈臏은 정강이뼈를 베는 형벌을 말한다)
손빈은 위나라의 수도 대량(大梁)을 방문한 제(齊)나라 사신을 비밀리에 찾아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자기를 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사신은 손빈의 재능을 알아보고 몰래 자기 수레에 숨겨 제나라로 데리고 갔다. 손빈은 곧 전기(田忌) 장군의 인정을 받아 그의 빈객이 되었다.
전기는 때마침 내기에 빠져 공자(公子)들과 경마를 즐겼다. 어느 날, 손빈은 그 내기를 구경하다가 경마의 허점을 간파하였다.
당시의 경마는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를 한 조로 해서 3개 조가 각 한 번씩 차례로 세 번 경기를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손빈은 그 3개 조의 말을 각각 비교한 끝에 속력 역시 3등급으로 나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손빈은 전기를 부추겼다. “내기를 다시 해 보십시오. 제가 장군을 이기게 해 드리겠습니다.”
전기는 손빈을 믿고 왕과 공자들에게 다시 천금을 걸고 내기를 하자고 제안했다.
경기 시작 전에 손빈은 전기에게 승리할 수 있는 비방을 알려 주었다. “장군의 제일 느린 하등 수레를 상대방의 가장 빠른 상등 수레와 달리게 하고, 장군의 상등 수레는 상대방의 중등 수레와, 장군의 중등 수레는 상대방의 하등 수레와 달리게 하십시오.”
손빈의 계책에 따른 결과, 전기는 2승 1패의 전적으로 승리하여 천금을 얻었다. 이 일로 손빈을 더욱 신임하게 된 전기는 그를 위왕(威王)에게 천거했다. 위왕 역시 손빈과 병법에 관한 문답을 가진 뒤로는 그를 스승으로 받들었다.
BC 354년, 위나라 장군 방연이 혜왕의 명을 받고 조(趙)나라의 수도 한단(邯鄲)을 공격했다. 과거 위나라의 영토이던 중산(中山)을 위나라가 국상을 당한 틈을 타 조나라가 강점한 데 대한 설욕을 위한 공격이었다.
방연은 중산이 아주 작은 땅이며, 조나라와 아주 가까운 지역이므로 차라리 직접 조나라의 수도 한단을 치고 들어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혜왕에게 진언했고, 혜왕은 방연의 계책을 받아들여 방연을 대장으로 삼아 한단을 치게 한 것이다.
일 년여의 장기전에 위나라와 조나라 양측 모두 지친 상태에서, 조나라는 제나라에 구원을 요청하면서 구해 주면 중산 땅을 주기로 약속했다. 제나라 왕은 이를 수락하고 군대를 출병시켰다.
제나라 위왕은 손빈을 장군으로 삼으려고 했으나, 손빈은 자신이 형여(刑餘)의 몸(전과자)이라는 이유로 고사했다. 위왕은 전기를 장군으로 삼고 손빈을 군사(軍師)로 삼되, 손빈은 치차(輜車, 포장마차) 속에 들어앉아 작전 지휘를 하도록 했다.
출병 전에 손빈이 계책을 올렸다. “실이 엉킨 것을 풀려면 잡아당기거나 두들겨서는 안 됩니다. 싸움을 편들려면 덮어놓고 주먹만 휘두른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이 노리는 점을 가로막을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무방비 상태의 허점을 칠 때 싸움은 자연 풀립니다. 지금 위나라와 조나라가 마주 싸우기 때문에 위나라에 남은 자는 다만 노약자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제 장군께서는 군사를 이끌고 위나라의 수도 대량을 신속히 점령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적의 허점입니다. 위나라의 군대는 자기 도성을 구하기 위해 조나라에 대한 공격을 포기하고 말 것입니다. 이야말로 한 번 움직여 조나라의 포위를 풀고 동시에 위나라를 피폐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전기는 손빈의 계책을 받아들여 위나라 수도를 공격하는 한편, 위나라 군대가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계릉(桂陵)에 병사를 매복시켰다.
수도 대량이 위기에 처하자 방연의 위나라 군대는 과연 본국을 구하기 위하여 회군하기 시작했다. 위나라 군대는 급히 대량으로 달려가다 계릉에서 매복에 당해 대패했으며, 방연은 패잔병을 이끌고 대량으로 달아났다.
조나라의 포위는 자연스럽게 풀렸다. 이 전투가 바로 위위구조(圍魏救趙, 위나라를 포위하여 조나라를 구하다)의 전략을 낳게 한 계릉의 전투이다.
그로부터 15년 뒤, 위나라 방연은 조나라와 더불어 한(韓)나라를 공격했다. 한나라는 제나라에 구원을 요청했다. 제나라 대장 전기와 참모 손빈은 또다시 '위위구조'의 전략을 사용하여 군사를 이끌고 위나라 수도 대량으로 진격했다.
위나라의 대장 방연은 급보를 받자 즉시 한나라에 대한 공격을 중지하고 귀로에 올랐다. 국경을 넘어선 제나라의 군대는 15년 전과는 달리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보려는 듯 계속 진격해 들어갔다.
방연과 위나라의 군대가 평소 제나라의 군사를 겁쟁이라고 우습게 여기고 있으며 방연의 성격이 교만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손빈은 이를 역이용하는 계책을 올렸다. “적이 우리를 겁쟁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그들에게 더욱 약한 것을 보여 주면 적은 우리 꾀에 빠져 급히 추격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군대가 위나라 땅을 넘어선 오늘부터 숙영지를 움직일 때마다 아궁이 수를 줄이는 것이 상책입니다. 즉, 오늘은 10만 개, 내일은 5만 개, 모레는 3만 개, 이렇게 줄여 나가는 겁니다.”
전기는 손빈의 책략을 그대로 실행했다.
한나라에서 철군하고 되돌아온 방연은 제나라 군대를 추격한 지 사흘째에 이르자 탄성을 질렀다. “나는 처음부터 제나라 군사가 겁쟁이란 것을 알고 있었는데, 역시 내 생각과 다름이 없구나. 벌써 도망병이 반을 훨씬 넘었다니.”
방연은 보병을 남겨 두고 기병 등 정예부대만 이끌고 이틀 길을 하루로 단축시켜 급히 제나라 군대를 추격했다. 손빈은 위나라 군대의 속도를 계산해 보고, 저녁때쯤 마릉(馬陵)에 도착할 것으로 예측했다.
마릉은 길이 좁고 양쪽에 험한 산이 많아 복병을 두기에 알맞은 곳이었다. 손빈은 길옆에 있는 큰 나무를 골라 껍질을 벗긴 다음, 그 흰 부분에다 ‘방연은 이 나무 밑에서 죽으리라.(龐涓死於此樹之下.)’고 써 두었다.
그리고 군사 중에서 활 잘 쏘는 사람을 뽑아 쇠뇌를 가지고 길 양쪽에 숨어 있도록 한 다음, 날이 저문 후에 이곳에 불이 밝혀지는 즉시 일제히 쏘도록 지시했다.
제나라 군대는 손빈의 지시대로 진지를 구축하고 매복에 들어갔다. 손빈의 예측대로 날이 저물 무렵 방연은 그 나무 밑에 이르렀고, 나무의 흰 부분에 쓰인 글씨를 보기 위해 불을 밝혔다.
방연이 그것을 미처 다 읽기도 전에 제나라 복병의 수많은 화살이 일제히 날아들었다. 위나라 군대는 갈팡질팡 앞뒤를 분간할 수가 없었다.
방연은 더 이상의 지혜를 써 볼 수도 없이 싸움에 패했음을 알고 “기어코 그 녀석의 이름을 떨치게 만들었구나!” 하고 탄식하며 스스로 칼로 목을 찔렀다.
제나라 군대는 승세를 몰아 위나라 군대를 전멸시키다시피 하고 위나라 태자 신(申)을 포로로 잡아 귀국하였다. 손빈은 이 승리로 천하에 이름이 알려졌고, 세상에 그의 병법이 전해지게 되었다.
손빈과 방연의 대결에서, 재능이 비슷한 사람들이 기량을 겨루거나 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원수가 되어 생사를 다투는 것을 비유하는 말인 '손방투지'가 나왔다.
▶️ 孫(손자 손)은 ❶회의문자로 孙(손)의 본자(本字)이다. 아들(子)이 이어짐(系)으로, 곧 자식에서 자식에게로 이어지는 것으로 손자(孫子)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孫자는 '손자'나 '후손'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孫자는 子(아들 자)자와 系(이을 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系자는 명주실을 손으로 엮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이어지다'라는 뜻이 있다. 이렇게 '이어지다'라는 뜻을 가진 系자에 子자가 결합한 孫자는 '아들이 이어지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본래 갑골문에서는 子자와 糸(실 사)자만이 있었으나 소전에서는 뜻을 명확히 하기 위해 系자로 바뀌었다. 그래서 孫(손)은 (1)후손(後孫)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손자 ②자손(子孫), 후손 ③움(나무를 베어 낸 뿌리에서 나는 싹), 돋아난 싹 ④맥락(脈絡) ⑤겸손하다(謙遜--) ⑥공손하다(恭遜--), 순종하다(順從--) ⑦달아나다 ⑧물려주다 ⑨~보다 못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자손 윤(胤), 자손 주(胄), 후손 예(裔),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할아버지 조(祖)이다. 용례로는 아들의 딸을 손녀(孫女), 손자 며느리를 손부(孫婦), 손녀의 남편을 손서(孫壻), 손자와 증손을 손증(孫曾), 아들의 아들을 손아(孫兒), 아들이 낳은 아들을 손자(孫子), 가지에서 또 새로 돋아 나온 곁가지를 손지(孫枝), 고생 속에서 열심히 공부함을 이르는 말을 손강영설(孫康映雪), 대대로 이어오는 자손을 일컫는 말을 대대손손(代代孫孫), 자손 대대로 이어져 내림을 일컫는 말을 세세손손(世世孫孫), 자손의 여러 대 또는 자손의 끝까지를 일컫는 말을 자자손손(子子孫孫), 자자손손의 썩 많은 세대를 일컫는 말을 자손만대(子孫萬代), 명당자리에 묻힌 사람의 자손을 일컫는 말을 명당자손(明堂子孫), 남의 집의 양자가 되어 성을 이어받은 자손을 일컫는 말을 계성자손(繼姓子孫), 매우 많은 자손을 일컫는 말을 백자천손(百子千孫), 천륜을 어긴 자손을 일컫는 말을 패자역손(悖子逆孫), 정략 결혼의 희생양이 된 슬픈 운명의 연인을 일컫는 말을 오손공주(烏孫公主), 자손을 위하여 계획을 함 또는 그 계획을 일컫는 말을 위자손계(爲子孫計), 대대의 자손에게 전하여 줌을 일컫는 말을 전지자손(傳之子孫), 화가 자손에게 미침을 일컫는 말을 앙급자손(殃及子孫), 차윤의 반딧불과 손강의 눈雪이라는 뜻으로 어려운 처지에서의 면학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차형손설(車螢孫雪), 착하고 옳은 일을 하면 자손까지 복이 미친다는 말을 선선급손(善善及孫) 등에 쓰인다.
▶️ 龐(어지러울 방, 충실할 롱/농)은 형성문자로 龎(방)은 통자(通字), 庞(방)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용 룡(龍; 용)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龍(롱)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龐(방, 롱/농)은 ①어지럽다 ②크다 ③높다 ④성(姓)의 하나, 그리고 ⓐ충실하다(充實--)(롱) ⓑ두텁고 크다(롱) ⓒ어지럽다(롱) ⓓ크다(롱) ⓔ알차다(롱) ⓕ살지다(살이 많고 튼실하다)(롱) ⓖ난잡(亂雜)한 모양(롱) ⓗ성(姓)의 하나(롱)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무리 도(徒), 무리 등(等), 떼 부(部)이다. 용례로는 손빈과 방연이 지혜를 다투다는 뜻으로 대등한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지모를 다하여 경쟁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을 손방투지(孫龐鬪智) 등에 쓰인다.
▶️ 鬪(싸울 투/싸움 투)는 ❶형성문자로 鬭(투)의 본자(本字), 斗(투), 閗(투), 鬥(투)는 동자(同字), 闘(투)는 와자(訛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싸울 투(鬥; 싸우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착)으로 이루어졌다. ❷형성문자로 鬪자는 '싸우다'나 '승패를 겨루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글자입니다. 鬪자는 鬥(싸울 투)자와 尌(세울 주)자가 결합한 모습입니다. 尌자는 북을 세우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세우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鬥자는 머리를 흩날리는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싸우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鬪자는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것을 뜻한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그러나 鬪자는 단순히 豆(콩 두)자가 소리역할을 하고 寸(마디 촌)자가 손동작을 표현하는 것으로 본래의 의미를 강조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鬪(투)는 ①(두 병사가 손에 병기를 들고)싸우다 ②싸우게 하다 ③승패를 겨루다 ④투쟁하다 ⑤(두 사람이 손에 물건을 들고)다투다 ⑥경쟁하다 ⑦당하다 ⑧맞서다 ⑨한데 모으다 ⑩맞추다 ⑪합치다 ⑫싸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싸움 전(戰)이다. 용례로는 상대를 쓰러뜨리려고 싸워서 다툼을 투쟁(鬪爭), 끝까지 투쟁하려는 기백을 투혼(鬪魂), 전장이나 경기장에 싸우려고 나선 사람을 투사(鬪士), 싸우고자 하는 의지를 투지(鬪志), 닭끼리 싸움을 붙임을 투계(鬪鷄), 소싸움 또는 싸움 소를 투우(鬪牛), 개끼리 싸움으로 붙임 또는 거기에 쓰이는 개를 투견(鬪犬), 더위를 이겨내기 위하여 피서하지 않고 더위와 싸움을 투서(鬪暑), 적극적으로 질병과 싸움을 투병(鬪病), 서로 다투거나 싸우며 때림을 투구(鬪毆), 싸움이나 교전으로 넓은 뜻에서는 적을 쳐서 승리를 얻기 위한 수단 좁은 뜻으로는 규모가 작은 전쟁을 전투(戰鬪), 있는 힘을 다하여 싸움을 분투(奮鬪), 양손에 글러브를 끼고 상대방의 상반신을 치고 막는 운동 경기를 권투(拳鬪), 원한 따위가 있을 때 무기로써 싸워 승부를 결정하는 일을 결투(決鬪), 힘써서 다툼을 역투(力鬪), 몹시 심하게 싸움을 격투(激鬪), 과감하게 싸움을 감투(敢鬪), 겉으로 드러내지 아니하고 서로 적대행위를 하는 일을 암투(暗鬪), 죽을 힘을 다하여 싸우거나 목숨을 내어 걸고 싸움 또는 그 싸움을 사투(死鬪), 양편이 서로 뒤섞여서 어지럽게 싸움을 난투(亂鬪), 사납게 하는 싸움질을 맹투(猛鬪), 힘에 겨운 싸움을 함을 고투(苦鬪), 성을 내어 싸움을 노투(怒鬪), 죽음을 무릅쓰고 맹렬히 하는 싸움을 혈투(血鬪), 개가 싸워도 잠시는 쉰다는 뜻으로 계속 싸우지 말고 화목하게 지내라는 뜻으로 이르는 말을 구투아식(狗鬪俄息), 위급한 경우에는 짐승일지라도 적을 향해 싸우려 덤빈다는 뜻으로 궁지에 빠지면 약한 자가 도리어 강한 자를 해칠 수 있다는 말을 곤수유투(困獸猶鬪), 후원이 없는 외로운 군대가 힘에 벅찬 적군과 맞서 온힘을 다하여 싸움 또는 홀로 여럿을 상대로 싸움을 고군분투(孤軍奮鬪), 진탕에서 싸우는 개라는 뜻으로 강인한 성격의 함경도 사람을 평한 말 또는 명분이 서지 않는 일로 몰골 사납게 싸움을 일컫는 말을 이전투구(泥田鬪狗), 어려운 싸움과 괴로운 다툼이라는 뜻으로 강력한 적을 만나 괴로운 싸움을 함 또는 곤란한 상태에서 괴로워하면서도 노력을 계속함을 이르는 말을 악전고투(惡戰苦鬪), 고래 싸움에 새우가 죽는다는 속담의 한역으로 강자끼리 싸우는 틈에 끼여 약자가 아무런 상관없이 화를 입는다는 말을 경투하사(鯨鬪鰕死), 두 마리의 호랑이가 서로 다툰다는 뜻으로 힘센 두 영웅 또는 두 나라가 서로 싸움을 이르는 말을 양호상투(兩虎相鬪) 등에 쓰인다.
▶️ 智(슬기 지/지혜 지)는 ❶형성문자로 세상을 두루 밝게 안다는 뜻을 나타내는 날 일(日; 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신(神)의 말씀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知(지)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지식(知識)이 있다의 뜻으로 知(지)와 통한다. ❷회의문자로 智자는 '슬기'나 '지혜', '재능'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智자는 日(해 일)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사실은 曰(말씀 왈)자가 쓰인 것이다. 그래서 智자는 曰자와 知(알 지)자가 결합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智자는 '화살(矢)이 순식간에 구멍(口)을 통과하듯이 말(曰)을 잘한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말을 잘하려면 지식이나 지혜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智자는 '아는 것이 많아 말함에 거침이 없다'라는 의미에서 '지혜'를 뜻하게 되었다. 참고로 소전에서는 智자가 知자를 파생시키게 되었는데, 知자는 배워서 알게 됐다는 의미에서 '알다'로 智자는 지식이 아닌 사람이 타고난 '지혜'를 뜻하게 되었다. 즉 선천적인 '지혜'와 후천적인 '지식'을 구분한 것이다. 그래서 智(지)는 (1)사물의 도리(道理), 시비(是非), 선악(善惡)을 분별(分別) 판단하고 처리하는 마음의 작용. 지혜(智는 知로도 쓰임) (2)시비(是非), 정사(正邪)를 분별(分別), 단정(斷定)하여 번뇌(煩惱)를 뿌리째 없애는 정신(精神) 작용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슬기, 지혜 ②재능(才能) ③꾀, 기지(奇智), 모략(謀略) ④지혜로운 사람, 총명한 사람 ⑤슬기롭다 ⑥지혜롭다, 총명하다 ⑦알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슬기로울 혜(慧),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어리석을 우(愚)이다. 용례로는 삶의 경험이 풍부하거나 세상 이치나 도리를 잘 알아 일을 바르고 옳게 처리하는, 마음이나 두뇌의 능력을 지혜(智慧), 새로운 사물 현상에 부딪쳐 그 의미를 이해하고,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사용하여 해결하는 능력이나 지력을 지능(智能), 안다는 의식의 작용을 지식(智識), 지혜의 힘을 지력(智力), 슬기로운 계략을 지략(智略), 슬기가 있는 사람을 지자(智者), 지혜가 많은 장수를 지장(智將), 슬기로움과 어리석음을 지우(智愚), 지혜가 많은 사람을 지낭(智囊), 슬기로운 사람도 많은 생각 중에서 간혹 실수가 있음을 이르는 말을 지자일실(智者一失), 사리에 밝은 사람은 사리에 통달하여 정체함이 없는 것이 마치 물이 자유로이 흐르는 것과 같으므로 물을 좋아함을 이르는 말을 지자요수(智者樂水), 지혜는 작은 데 꾀함은 크다는 말을 지소모대(智小謀大), 지략이 보통 사람보다 매우 뛰어나다는 말을 지과만인(智過萬人), 슬기는 모르는 것이 없고 행실은 방정하다는 말을 지원행방(智圓行方), 지혜와 용기를 함께 갖춤을 일컫는 말을 지용겸비(智勇兼備), 지혜가 소중한 것은 화를 면하는 데에 있다는 말을 지귀면화(智貴免禍), 늙은 말의 지혜라는 뜻으로 연륜이 깊으면 나름의 장점과 특기가 있음 또는 저마다 한 가지 재주는 지녔다는 말을 노마지지(老馬之智), 큰 지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공명정대하여 잔재주를 부리지 않으므로 언뜻 보기에는 어리석게 보인다는 말을 대지여우(大智如愚), 큰 지혜는 어리석은 것처럼 보인다라는 뜻으로 현인은 재능을 뽐내지 않아 어리석어 보일 뿐이라는 말을 대지약우(大智若愚), 듣지 못한 것이 없고 보지 못한 것이 없으며 통하지 않은 것이 없고 알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뜻으로 성인의 네 가지 덕을 이르는 말을 총명예지(聰明睿智), 까치의 지혜라는 뜻으로 하찮은 지혜를 비유해 이르는 말을 조작지지(鳥鵲之智)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