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이야기를 일주일에 2회씩 올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불교 이야기만으로는 계속하여 글을 올리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불교 이야기는 주 1회로(월요일)로 하고
수필 관련 글을 1회(금요일)씩 올리겠습니다. 많은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믿는 체 하기 놀이
이동민
작품을 감상할 때 감상자와 작품과의 관계에 관하여 윌턴은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1990) 그 중에서 예술작품을 허구라고 보고(수필도 언어이론으로 보면 허구이다.), 감상자와 허구인 작품과의 관계를 다룬 것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윌턴의 핵심 이론은 예술 수용자 또는 감상자의 역할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수필 감상에서 독자의 역할을 말하는 것과 서로 통하기도 한다.
윌턴은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상상하기’ 또는 ‘믿는 체 하기 놀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예술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감상자가 필요충분 조건이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감상자가 없어도 예술작품으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믿는 체 하기 놀이’라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독자 없는 문학작품을 상상하기란 어렵다.
윌턴은 우리가 존재하지도 않는 세계(작품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열광하거나 슬퍼하는 이유를 물으면서 자기의 논지를 펼친다. 윌턴의 답은 ‘감상자가 참여하기 때문이다.’ 참여란 우리가 작품을 감상할 때 우리 스스로 작품 속의 인물과 같다고 상상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동일시라고 말한다.) 이것은 어린아이들이 믿는 체 하기 놀이를 하는 것과 같다.
‘믿는 체 하기 놀이’란 어떤 실제의 실물(장난감을 말하나 작품감상에서는 작품이다)을 가지고 상상하기를 하는 놀이를 말한다. 이때는 수필작품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 해당한다. 이렇게 보면 작품은(허구이든, 사실이든) 참(=진실)을 규정하는 소도구의 역할을 한다. 상상하기란 소도구를 가지고 상상을 통해서 ‘참’을 읽어내는 것이다. (여기서 수필작품을 언어이론으로 보아서 허구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믿는 체 하기 놀이로서 수필은 ‘참’이라고 가정한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참이라 생각하고 상상한다.)
상상하기란 결과적으로 상상하는 사람 자신에 관한 것이라고 윌턴은 말한다. 어떤 허구적 사실을 상상한다는 것은 어떤 인식자가 허구적 참을 인식한다는 것을 말한다. 놀이는 참여를 함으로 이루어 진다. 방법은 심리적 참여와 신체적 참여가 있다. 영희가 소꿉놀이를 한다면 신체적으로 직접 밥도 하고, 설거지도 한다. 그러나 심리적 참여란 엄마로서 역할을 하면서 어머니가 되는 것을 말한다.
예술을 감상할 때는 감상자는 주로 심리적으로만 참여한다.
(*허구적 ‘참’을 인식한다는 것은 상상을 통하여 작품에 내재 되어 있는 참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작가의 경험이 독자에게도 경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상상을 통해서 자기의 경험으로 인식하고, ‘참’을 찾아내는 놀이를(감정적으로 반응하여,) 독자의 감상이라고 하였다. 즉 믿는 체 하기 놀이인 것이다. 상상을 할 때는 독자가 자신에 관한 것(경험이나 자신이 상상 등)으로 상상한다.)
예술작품을 허구라고 할 때 감정반응을 일으키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1) 우리는 허구적 사건이나 등장인물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2) 우리는 존재한다고 믿는 것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3) 우리는 허구적 사건이나 등장인물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수필은 언어적으로는 허구이지만 수필의 정의로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수필 감상에서 ‘1)’은 해당되지 않는다. 우리는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그러나 수필 작품을 읽으면서도 사건이나 등장 인물로 허구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거부반응이 나타남으로 참여가 일어나지 않는다. 상상도 되지 않으므로 수필작품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기 어렵다.
윌턴은 작품의 인물을 나와 동일시하는 방법이 아니고, 상상하는 방법으로 감상할 때는 ‘안으로부터 자신에 관해 상상하기’라고 했다. 안으로부터 상상할 때 상상되는 ‘나’는 내가 선험적으로 경험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나’이다. 이 말은 예전에 자신이 경험하였던 사실과 결부시켜서 상상한다는 것이다.
게임으로서 상상하기를 아이들이 목마 타기 놀이로 설명해 보자. 빗자루를 목마라면서 타고 놀 때의 빗자루는 소도구로서 허구이다. 진짜 말이 아니다. 놀이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자신이 말을 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말을 탈 때 자신이 느끼는 감각 등 자신에 관한 모든 것을 참으로 상상한다.(수필도 아이들의 놀이에서 말처럼, 사실 또는 진실이라고 믿고)
그러면 작품과 감상자의 관계에 대해서 대답을 해보자.
작품 세계에 참여하기란 상상 활동을 통해서 감상자가 스스로 작품 세계에 동화되는 것이다. 그래서 작품 속의 인물인 체 한다. 이것이 작품과 감상자 관계의 특징이다. 작품을 허구로 생각하면, 즉 허구라고 생각되어지면 작품에 동화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