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바라키현 가스미가우라시에서 1.8ha(5400평)의 과수원에서 배 농사를 짓고 있는 A씨는 올해 78세이다. 고령으로 농사를 그만 짓고 싶어 아들에게 물려 주고 싶지만 아들 둘은 농사를 지을 생각이 없다.
A씨는 과수원에서 사용하는 스피드스프레이어(SS기)와 트랙터, 지게차 등 비싼 농기계를 다 갖추고 있고 직매소까지 있어 판로 걱정이 없는 한 농장을 소유하고 있다.
A씨는 농장을 아들에게 물려주는 대신 경영계승종합사업에 지원했다. 자신이 가진 농사경험, 농업기술, 그리고 농장을 그냥 포기하기 아까웠기 때문이다.
2012년 귀농을 준비하는 32세의 B씨는 상담을 통해 경영계승종합사업에 신청한 A씨를 소개받고 직매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경영계승을 체결했다. B씨는 수확과 판매 등 일을 배우며 연수를 시작해 2013년 1월 농업경영을 계승받았다.
일본의 농업종사자 평균 연령이 66.8세로 일본 농업의 고령화도 상당히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이런 고령화를 늦추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하기 위해 신규 청년 취농을 적극적으로 모집하고 있다. 세대 간 균형 잡힌 농업 취업 구조를 만들기 위해 신규 취농하고 정착하는 청년 농업인에게 경영계승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경영계승사업은 농장을 물려받을 후계자가 없는 농업인과 신규 취농 청년을 연결해 농장을 인수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일본 농수산성의 위임을 받은 농민단체가 경영을 승계할 신규 취농자와 경영을 이양할 농업인을 모집한 승계자와 이양자가 1~2주 농장 사전 체험을 기간을 갖게 한다. 이 기간 동안 복수의 농장에 경영승계 파견을 갈 수 있으며 정부는 체험비용으로 농장주에게 건당 2만엔을 지급한다.
체험기간을 거쳐 경영계승을 하기로 양측이 합의가 되면 농업기술과 경영승계 실천연수가 6개월에서 최대 2년간 실시된다. 연수기간 동안에는 고용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최대 2년까지 매월 9만7000엔(한화 약 100만8000원)을 지원해 안정적인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연수가 시작되면 지역농업위원회, 농협, 관계기간 등이 참여하는 코디네이터를 설치해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사업에 대한 조언을 하게 된다. 또한 경영을 이양하기 위해 필요한 농지, 농기계, 농업시설, 주택 등에 대한 감정평가도 실시된다.
농지는 지역농업위원회와 농지이용개선단체 등에서 감정 평가하고 축사, 비닐하우스 등 농업용 시설은 부동산감정사 등 전문가가 평가를 한다. 농업용 기계는 중고농기계 판매 담당자가 농기계 상태를 평가한다. 또한 농가가옥과 택지도 부동산감정평가사가 하게 돼 있다. 이렇게 각종 자산을 평가해 합리적인 방식으로 승계하도록 한다.
안심하고 경영을 이양·계승할 수 있도록 전문가가 승계 매뉴얼을 만들고 필요할 경우 세무사 등 전문가를 파견해 재산의 권리 관계도 명확하게 관리한다. 농업인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5년 이내에 경영을 중지하고 양도할 의사가 있어야 한다.
경영을 승계할 희망자에게 농업 기술, 경영 노하우 습득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승계 희망자에게 자산과 부채 상황을 포함한 경영 상황을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또한 승계 후 경영이 순조롭게 영위하도록 필요한 조언을 하고 판매처와 브랜드, 신용 등 무형 자산도 상속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경영승계 합의서를 작성하면 경영승계가 시작된다. 경영승계는 양측의 합의에 의해 승계되며 즉시 계승하는 방법과 공동경영 후 계승, 법인을 설립해 대표로 취임해 승계하는 방식이 있다. 농업경영계승지원사업은 훗카이도 지역에서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제도는 가족상속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일본 역시 자식에게 상속해야 한다는 문화가 팽배해 있어 제 3자에게 승계하는 것에 대한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농촌의 마을단위 커뮤니티는 폐쇄적이어서 쉽사리 타지역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는 문제도 있다.
출처 귀농人 연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