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성경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이렇게 서론으로 말씀드린 내용들 다음에, 성경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살펴볼 차례입니다.
구약성경은 천지창조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그리스도 이전의 시기에 이르는 기간동안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계시한 바를 집대성한 것으로 인류의 기원, 죄로 인한 인류의 타락, 타락한 인류의 구원을 위한 계획으로서 이스라엘 백성의 선택, 출애굽, 모세의 율법, 가나안 정착, 이스라엘 왕국의 흥망, 포로기의 이스라엘 백성 등으로, 구약시대 전 역사를 통하여 하느님의 구원사업이 어떻게 펼쳐지는가를 예시하고 있다.
신약성경은 예수 그리스도의 길잡이인 세례자 요한, 예수의 탄생과 활동 및 교훈,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사도들의 활동, 세상의 종말 등에 관한 기록으로 하느님의 구원사업이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새로운 차원으로 승화되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즉, 천지창조로부터 시작된 구약의 구세사(救世史)는 신약을 통하여 완성되어 세상의 종말로 나아가게 된다는 점을 알려준다. 이렇게 요약해서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이 어떤 것인지를 간단하게 설명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중요한 것은 여러분들이 성경을 읽는 것입니다. 다른 보통의 책을 읽는 것과는 분명 다른 삶의 결실을 맺게 될 것입니다.
<모세 오경과 여호수아기>
오경의 처음인 창세기에는 인류의 창조와 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담고 있습니다. 창세기에 나오는 인류의 창조와 범죄, 하느님의 구원 약속과 노아의 홍수, 바벨탑 이야기는 역사 이전의 이야기로서 ’원역사’라고도 합니다. 이 내용을 통하여 창세기를 쓰고 기록한 사람이 가졌던 의도는 ‘있는 사실 그대로의 보고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인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손길을 담고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신앙의 기록이라고도 합니다. 그 신앙을 통하여 인류에게 다가온 선물은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여 사는 것이었습니다. 이어지는 창세기의 내용은 아브라함의 선택과 하느님 은총의 흐름을 따라 우리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 이야기, 이사악과 요셉의 이야기,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로 이주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것이 창세기입니다.
다음에 읽을 수 있는 탈출기에는 이집트 땅에서 400년간을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께 부르짖고 그 소리가 전달되어 모세라는 인물을 통하여 그 뜻을 전달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모세의 탄생과 성장, 모세를 하느님이 부르시고 파견하시는 이야기, 이집트 백성을 치는 10가지 재앙 이야기, 탈출기의 절정인 홍해를 건너는 이야기. 광야 생활과 시나이에서 십계명을 받는 이야기, 당신의 백성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공경하는 법의 내용들을 담고 있는 것이 두 번째 책 탈출기의 내용입니다.
레위기는 사람들이 가장 읽기 껄끄러워 하는 내용입니다. 탈출기 다음에 나오는 성경으로, 사랑받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지켜야 할 규정들을 잔뜩 그려놓은 율법서로 그래서 유다인들은 자녀에게 성경을 가르칠 때 제일 먼저 이 책부터 알려주었다고도 합니다. 법이라고 치부하면서 요즘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생각하기도 어렵다고 하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은 법을 사랑한 민족답게 우리와는 달리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하느님의 뜻에 맞는 생활을 어떻게 하면 실천할 수 있는지, 각종 제사 의식과 깨끗하고 거룩하게 사는 모습에 관해 자세한 지침으로 마련한 것이 레위기입니다. 따라서 레위기는 겉으로 우리가 보는 것처럼 딱딱하고 형식적인 율법서라기보다 거룩하게 살기 위한 삶의 길(토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수기는 레위기에 이어지는 성서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 광야에서 출발하여 약속의 땅 입구인 모압평야에 이르기까지 겪었던 갖가지 광야 체험을 기록한 책입니다. 내용에는 일관성이 없다고 하는 편입니다. 율법과 설화 등 성격이 다른 여러 이야기가 섞여 있는 것이 특색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경이라는 전체 흐름에서 읽어야 잘 이해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민수기에는 특별히 광야에서 저지른 이스라엘 백성의 불평과 반역 행위, 그에 대한 하느님의 처벌과 용서, 자비들이 잘 나와 있습니다.
다음에 볼 수 있는 성경이 신명기입니다. 모압 광야에 도착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모세는 지나온 역사를 회고하면서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서 지켜야 할 규정들을 다시 한번 일러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탈출기와 레위기, 민수기에 나오는 율법들이 반복해서 나오기 때문에 두 번째 법전이라고도 할 수 있기도 합니다. 이 신명기는 모두 34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과거의 사건을 회상하면서 현재와 미래를 하느님의 백성답게 율법에 충실하게 살아가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모세는 이런 내용을 조금씩 달리하면서 세 번 걸쳐 설교합니다.
여호수아기는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의 후계자인 여호수아의 지휘를 받아 가나안 땅에 사는 다른 민족을 무찌르고 그 땅을 차지하여 지파별로 분배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가나안 땅을 주시겠다던 하느님의 약속이 마침내 이루어집니다. 이 여호수아기는 모두 24장입니다. 야훼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약속한 가나안 땅이 어떻게 정복되었고 분배되었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역사서와 예언서. 시서와 지혜서>
이처럼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하느님이 약속하신 땅에 도착한 이스라엘 백성이었지만, 그들이 언제까지나 하느님의 뜻에 따라 완벽하게 살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정치적으로 안정된 국가에 이르자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체제에서 벗어나 왕정체제로 갑니다. 사울과 다윗, 그리고 솔로몬으로 이어지던 이스라엘 백성은 결국 남쪽 유다 왕국과 북쪽 이스라엘 왕국으로 갈라집니다. 기원전 935년의 일입니다. 이후 두 나라는 서로 다른 인생길을 걸어가는 쌍둥이가 됩니다. 그러다가 결국 북쪽의 나라는 기원전 721년에, 남쪽의 나라는 기원전 587년에 멸망합니다. 그 이후 국가가 다시 서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7년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느님이 바라시고 원하던 길에서 멀어지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끊임없이 다가온 것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던 예언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시종일관 목소리를 높이어 마음과 행동을 돌려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오라고 권고합니다. 그러나 정치권력자들을 선두로 해서 그들이 가던 길은 점점 멀어지는 방법을 택합니다.
하지만, 예언자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위협도 가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말하던 내용은 세상의 징조를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훗날 예수님도 당신의 비유(루가 12,54-55) 가운데서, "너희는 구름이 서쪽에서 이는 것을 보면 곧 비가 오겠다고 말한다. 과연 그렇다. 또 바람이 남쪽에서 불어오면 날씨가 몹시 덥겠다고 말한다. 과연 그렇다. 이 위선자들아 너희는 하늘과 땅의 징조는 알면서도 이 시대의 뜻은 왜 알지 못하느냐?"하는 말씀을 하십니다.
성경의 내용을 자세하게 말하면 한이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성경을 자주 읽고 그 뜻을 알아들으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그 맛을 더 훌륭하게 느끼실 것이며, 거기에서 더 커다란 삶의 의미를 찾으실 것입니다. 한가지 바람이기는 합니다만, 백 번 인간의 말을 듣고 감탄하는 것보다는 단 한 번만이라도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거기에 푹 잠겨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