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들이 소복하게 다 모여사는 그곳엔 첫눈(初雪)이 왔다는데 여기는 아직 가을 속에 있습니다. 어느 날, 마을 가까이로 가을이 서서히 잠입하는가 싶더니 이제 가을은 마을 안으로 녹아 내렸습니다.
가을이, 단풍이,
짓푸른 무성한 잎들로 술렁이던 온 누리를 차츰 차츰 채색하더니 自然이 풀어 놓은 물감 속으로 마을 전체가, 거리가, 小都市가, 뉴욕이, 온 미국이 이제 아주 잠겨 버린 것입니다.
가게에서 차를 타고 15 분쯤 오면 저가 사는 마을 어귀에 이르지요. 초겨울의 해는 짧아서, 더구나 썸머타임이 해지 되어 서울과는 밤과 낮이 뒤바뀌고도 이곳이 두 시간 늦게 가지요. 저녁 여덟시(주중) 혹은 아홉시(주말) 에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오면 이미 해는 저물어 마을 어귀에서 부터 이웃의 집들엔 外燈이 켜져 있지요. 앞뜰의 잔디밭에 낮으막하게 켜져 있는 두 개의 동그란 외등은 마치 밤하늘의 달님이 내려 앉기라도 한 듯 따뜻하고 다정한 情感으로 다가오지요.
여름 내내 늘 푸르던 마을은 가을이 들면서부터 또 그리도 풀벌레 울음소리로 떠들썩 하더니 한 집, 두 집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한 지금은 온 길거리가, 이웃의 온 잔디밭이, 떨어진 낙엽들로 부산 합니다.
가을이 지나가는 길목은 迷路를 지나가듯 참으로 絶妙하였습니다. 자그마한 마을이 한꺼번에 물들지 아니하고, 그렇다고 길목의 순서대로 물드는 것도 아니고, 오늘은 길모퉁이의 집이, 내일은 마을 어귀의 집이, 또 그 다음 날은 옆 집을 건너 뛰어 저희 집이, 그러다가도 다시 또 뒤돌아가 뒷집이...이렇게 이유 모를 差順로 물들어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하루 하루 지켜보며 저는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을, 태양이 쉬어가는 방향을, 혹은 나무들의 壽命과 그 젊고 늙음의 차이를 짐작해 보기도 합니다. 아마도 무슨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아침이 되어 창의 커튼을 젖히면 와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납니다. 그렇게 저희 집 앞 마당은 서럽도록 곱게 단장을 하고 있지요. 서양 푸라타나스 인 줄 알고 있었던 뜰 앞의 단풍나무는 샛노랗게 은행나무처럼 물이 들었고 늦 여름부터 애기 단풍잎의 끝으머리가 발그스럼하게 물들던 단풍나무는 이제 드디어 다홍빛으로 완연히 물들어 창 가리개를 걷어 올리자 마자 다홍치마 노랑저고리로 곱게 차려 입은 새각시를 바라보듯 감탄사가 절로 나오지요.
뒷마당에 뭇 새가 날아와 모이를 쫓던 나무는 잎파리가 검붉게 물들어 햇빛 속에서 불 타오르고 가을 들어 전잎을 다 날려버린 소나무만 유독히 청청하게 푸르르며 햇빛 아래에서 윤기있게 반짝이지요.
더러 비라도 내리는 날은,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은, 온 잔디밭이, 집 앞과 뒤의 온 뜰이, 그리고 모든 길목이, 온 마을이 떨어진 낙엽들로 인하여 다 파묻힐 것 같습니다. 다행히 주말이면 잔디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집집마다 울타리를 열고 들어와서 등에 짊어진 바람통으로 바람을 불어내어 낙엽들을 한 곳으로 모아서 싣고 갑니다.
만약 그들이 아니었다면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그 떨어지는 수많은 낙엽들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수 십년간 都心 인 서울살이를 하면서 가을이란 단어를, 단풍이란 단어를 느껴 왔지만 요즘처럼 가을 속에 푹 잠겨서 살아가기는 또 처음입니다. 저가 글을 쓰는 책상은 뒷뜰을 바라보고 앉아 있는데 그 무성하던 잎새들이 내려앉은 뜰악은 완연히 彩色畵가 펼쳐진 느낌이지요. 그런 반면 무수한 잎새들을 떨구고 선 고목 단풍나무는 수척하게 여윈 듯 듬성듬성 가리웠던 하늘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추수감사절과 년말을 앞두고 10월 초부터 직원들을 늘리고, 물건(술) 을 대량으로 들여놓고, 가게 안팎을 정돈하고... 부산하게 준비 해놓고 이번 주부터는 초 읽기에 들어가 수 많은 고객들을 맞으며 정신없이 보내고 있습니다.
글자 한 자 쓸 만한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며 나날을 보내다가 오늘 새벽엔 서울의 첫눈 소식을 읽고는 도저히 더 이상 참지 못하여 남아 있는 이곳의 가을일기를 그쪽으로 띄웁니다.
이제 11월을 보내고 또 남아있는 마지막 달 인 12월을 부산하게 보내고 나면 또 한 해가 바뀌겠지요. 가장 할 얘기가 많은 달(12月), 가장 緖情어린 달( 12月)을 앞두고 나날이 쌓이는 그리움들을 또 어찌 감당할지... 그게 참 걱정입니다.
첫댓글고국의 늦가을이 그곳의 초가을 인듯합니다. 언제나 많은 것들을 아름답게 보아주시고 모든 것을 넓은 이해심으로 받아드리고 감싸주시던 다정하신 선배님을 우리 많은 재경 동문들은 그리워 할 것 같습니다. 동문들의 선배님들을 깎듯이 모시고 후배들을 사랑으로 챙겨주시는 마음 그마음 본 닫아야하는데...모두들 보고 싶어하리라 생각됩니다. 애창곡-'청실 홍실'은 언제 쯤 ? 들을 수 있으려나....언제???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실른지요.
지난밤 내린 눈이 얼어붙은 빙판길- 여러건의 사고를 목격하며 출근했는데 아침에 카페를 열자 곧바로 선배님의 글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기다리고 있었네요. 글을 쓸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사업이 번성하고 바쁘게 살아가시는 모습이 정말 축복할 일입니다. 그러나 선배님의 화려한 문체가 없는 사랑채는 왠지 썰렁하게 느껴지는 거 아세요? 선배님께서 묘사한 그곳의 정경이 마음속에 그림으로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항상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선배님! 보고 싶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남혜란 올림
오랜만에 보내주신 선배님의 글 아껴 두었다가(조용히 읽을 틈을 얻지 못했지요) 외출에서 돌아온 늦은 시간에 봅니다. 낼은 일과후에 연수(부장모임)라는 명목으로 대천으로 가면 개인적인 시간이 없어서요. 선배님이 계신 곳을 한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로 그려 주셨네요.제가 가장 좋아하는 수채화로 말이어요. 저의 집 옆 골목의 풍경도 빼어나게 아름답지만 표현할 재주가 없었는데...바쁘신 중에도 동문들을 사랑하시는 맘 가득담아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몸 상하지 않도록 조심하시길 빕니다. 김소영드림
남혜란 수석부회장님! 새 술은 새 푸대에 담으랬다고 지난 임기의 사람이 이렇게 저렇게 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여 말없이 지켜보고만 있었습니다만, 동문 여러분께 보낸 남교장선생님의 명문의 안내장을 읽으며, 재경 동문회를 위하여 붉은 마음으로 뛰고 있는 저 아랫기수의 기라성 같은 후배님들을 바라보며, 더욱 젊고 새롭게 거듭나는 우리 동문회의 홍복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선배는 후배를 이해하며 따뜻한 조언 아끼지 않고 후배 또한 선배의 그 폭넓은 사랑을 이제서야 이해하는 아름다운 모습들을 느낄 때 참으로 기뻤습니다. 배찬복회장님의 젊고 푸른 꿈이 이뤄져 가는 우리 동문회가 자랑스럽습니다.
첫댓글 고국의 늦가을이 그곳의 초가을 인듯합니다. 언제나 많은 것들을 아름답게 보아주시고 모든 것을 넓은 이해심으로 받아드리고 감싸주시던 다정하신 선배님을 우리 많은 재경 동문들은 그리워 할 것 같습니다. 동문들의 선배님들을 깎듯이 모시고 후배들을 사랑으로 챙겨주시는 마음 그마음 본 닫아야하는데...모두들 보고 싶어하리라 생각됩니다. 애창곡-'청실 홍실'은 언제 쯤 ? 들을 수 있으려나....언제???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실른지요.
지난밤 내린 눈이 얼어붙은 빙판길- 여러건의 사고를 목격하며 출근했는데 아침에 카페를 열자 곧바로 선배님의 글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기다리고 있었네요. 글을 쓸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사업이 번성하고 바쁘게 살아가시는 모습이 정말 축복할 일입니다. 그러나 선배님의 화려한 문체가 없는 사랑채는 왠지 썰렁하게 느껴지는 거 아세요? 선배님께서 묘사한 그곳의 정경이 마음속에 그림으로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항상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선배님! 보고 싶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남혜란 올림
정 금자 동문 우선 사업이 번창 하고 있다니 다행 이네요 그곳 가을 정취를 여기서도 느낄수 있도록 섬세한 글을 올려서 잘 읽었읍나다. 또 언제 만날수 있을지..,, 건강하세요,
오랜만에 보내주신 선배님의 글 아껴 두었다가(조용히 읽을 틈을 얻지 못했지요) 외출에서 돌아온 늦은 시간에 봅니다. 낼은 일과후에 연수(부장모임)라는 명목으로 대천으로 가면 개인적인 시간이 없어서요. 선배님이 계신 곳을 한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로 그려 주셨네요.제가 가장 좋아하는 수채화로 말이어요. 저의 집 옆 골목의 풍경도 빼어나게 아름답지만 표현할 재주가 없었는데...바쁘신 중에도 동문들을 사랑하시는 맘 가득담아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몸 상하지 않도록 조심하시길 빕니다. 김소영드림
이고문님! 감사합니다. 바로 곁에서 이고문님의 너털웃음이 들리는 듯 합니다. 얼마나 뵙고 싶은지... 소영후배 고마와요. 이렇게 늘 잊지 않고 따뜻이 대해주어서. 김숙자 전사무국장! 반갑구료. 여전히 동문회를 위해서 열심히 뛰고 있는 모습 아름답습니다.
남혜란 수석부회장님! 새 술은 새 푸대에 담으랬다고 지난 임기의 사람이 이렇게 저렇게 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여 말없이 지켜보고만 있었습니다만, 동문 여러분께 보낸 남교장선생님의 명문의 안내장을 읽으며, 재경 동문회를 위하여 붉은 마음으로 뛰고 있는 저 아랫기수의 기라성 같은 후배님들을 바라보며, 더욱 젊고 새롭게 거듭나는 우리 동문회의 홍복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선배는 후배를 이해하며 따뜻한 조언 아끼지 않고 후배 또한 선배의 그 폭넓은 사랑을 이제서야 이해하는 아름다운 모습들을 느낄 때 참으로 기뻤습니다. 배찬복회장님의 젊고 푸른 꿈이 이뤄져 가는 우리 동문회가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