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언성을 높이고 이해시키기 힘든 부분이 혈압(血壓)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혈압이 높으면 큰일 날 수 있으므로 혈압 약을 먹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잠시 혈압이 높아지거나, 뒷목이 뻣뻣하고 두통이 오면 혈압 약을 생명줄로 알고 드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에게 묻습니다. 왜 고혈압이 생기는지를 말입니다. 그러나 이 질문에 정확히 대답하시는 분들은 별로 없습니다. 혈압이 높아지면 위험하다고만 생각할 뿐, 혈압이 왜 높아지는지에 대한 이유를 아시는 분들이 없습니다.
심지어 의사들도 이유를 잘 모릅니다. 그래서 고혈압의 진단명이 본태성 고혈압(本態性高血壓)인 것입니다. 즉 이런 진단명은 당신이 원래 타고난 고혈압 환자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유전적 고혈압이었을까요? 할아버지 세대? 아니면 그 위에 증조할아버지, 고조할아버지인가요? 그것도 아니면 단군 할아버지일까요? 조금만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되는 진단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의사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환자들에게 혈압이 높아지면 안 되니 혈압 약을 먹어서라도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안 그러면 쓰러질 수 있다는 협박을 덧붙이면서요.
혈압은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수도꼭지를 열면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옵니다. 물론 수압(水壓)이 낮은 곳에서는 졸졸 나오겠지요. 이는 수도꼭지 뒤에 있는 수도관에 어떤 힘이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바로 수돗물을 밀어내는 수압이 존재하는 거지요. 수압이 존재하니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 몸에서도 혈관(血管)을 따라 혈액(血液)이 움직입니다. 그런데 혈관으로 혈액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바로 혈압입니다. 혈압 때문에 혈액은 우리 몸속 곳곳에 혈액을 보내줄 수 있는 것이고, 그래야만 우리 몸은 힘차게 움직이면서 활동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혈압은 항상 같은 정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는 상황은 화가 났을 때를 생각해보면 됩니다. 화가 나면 혈액이 머리 쪽으로 솟구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요? 화가 났다는 것은 바로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이고, 이럴 때 머리가 팽팽 돌아가야 하니 혈액이 머리로 쏠리는 것입니다. 이때 혈압은 떨어질까요? 올라갈까요? 당연히 올라갑니다. 혈압이 올라가야 머리로 충분한 혈액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죠. 머리가 심장보다 위에 있기 때문에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올려 보낼 힘이 있어야 합니다. 거꾸로 이런 힘이 없는 사람들은 자주 어지러움을 호소합니다. 누웠다 일어날 때 또는 앉았다 일어날 때 눈앞이 노래지면서 픽 하고 쓰러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낮 시간 동안에 활동하기 위해서는 머리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한 정도 이상의 혈압이 꼭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화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도 정상적인 혈압의 범위를 벗어나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바로 머리로 혈액이 잘 가지 않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때문에 우리 몸은 혈압을 높여서라도 머리로 혈액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머리로 왜 혈액이 잘 가지 않는 것일까요? 원인은 혈관의 노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수돗물을 보내는 수도관도 오래되면 내부에 때가 끼게 되고 심해지면 막힐 수 있습니다. 또 어떤 부위는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모두 수도관이 낡아서 나타납니다. 그런데 정상적인 노후 현상보다 빨리 일어나는 요인은 수도관을 돌아다니는 수돗물이 탁해질때 진행이 빨라질 수 있습니다. 즉 수돗물 속에 수도관의 때를 만들 수 있는 노폐물이 많으면 노후 현상이 빨라지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몸속에 있는 혈관도 노화 현상을 겪는데 노화가 빨라지는 것은 혈액이 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혈액을 탁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항상 말씀드리지만 혈액은 무엇으로 구성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입니다. 우리 몸이 해독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음식을 먹으면 혈액이 탁해질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동물성 음식입니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과도한 동물성 식사는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을 높입니다. 콜레스테롤은 어느 정도 있어야겠지만 수용 범위를 넘어서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수도관의 예를 들었지만, 사실 혈관은 수도관과 다르게 움직입니다. 그래서 혈압을 재면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의 두 가지 수치가 나오는데 이렇게 혈관은 수도관과 달리 움직이면서 혈액순환을 합니다. 그런데 혈관이 노화되면 혈관의 움직임이 둔해집니다. 말랑말랑한 상태가 아니라 딱딱해지는 것이죠. 이를 동맥경화(動脈硬化)라고 부릅니다. 바로 이 동맥경화가 고혈압의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고혈압의 치유는 동맥경화를 막아주면 됩니다.
그런데 이런 우리 몸의 생리(生理)를 이해하지 못하면 혈압이 높을 때 꼭 혈압 약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동맥경화는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에서 생기므로 혈압 약이 동맥경화를 막아주지 못합니다. 혈압 약은 혈관이 수축하는 힘을 약화시킴으로써 혈압을 떨어뜨려줄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혈압 약을 먹으면 혈액순환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혈액순환이 더 잘될까요? 늘어진 혈관으로 혈액을 잘 순환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혈압 약을 오래 먹게 되면 오히려 혈액순환에 문제가 일어납니다.
지난 겨울 진료실을 찾은 50대 후반의 남자분은 운전 일을 하는데 자주 손이 저리고 밤에는 다리에 쥐가 나서 힘들다고 했습니다. 제가 그분에게 혈압 약을 드시냐고 물었더니 3년 전부터 협심증이 있어 스텐트 시술을 받았고 지금은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진료실에 찾아와서 손발 저림을 호소하는 사람 중에 많은 분들이 오랫동안 혈압 약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런 증상이 있는 분들에게는 꼭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그럼 혈압 약이 왜 손발 저림을 만들까요? 우리 몸에서 손발을 움직인다는 것은 그곳까지 혈액이 가야 가능한 일입니다. 추운 곳에 갔을 때 손가락이 굳어버리는 이유는 손이 차가워지면서 일시적으로 혈액이 없기 때문이죠. 이처럼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손발을 움직여야 하는데 혈압 약은 혈관의 움직임을 방해하게 됩니다. 그러니 혈압이 떨어져도 상대적으로 손끝 발끝으로 혈액이 잘 가지 않게 됩니다. 그때 우리 몸은 혈관을 확장시키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런 노력을 하게 되면 곧바로 불편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혈관을 확장할 때 저린 증상이 생기는 것입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 몸에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분에게도 이런 설명을 해준 뒤 혈관이 막히는 동맥경화를 막을 수 있다면 혈압 약을 비롯한 심장 약도 끊을 수 있고 그래야만 증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와 더불어 이분의 직업상 운전을 오래 해야 하는데 어차피 식사는 해야 하니 아침은 집에서 드시고 현미밥을 도시락으로 싸 가지고 나갈 것을 조언하면서 운전 중에 소금을 자주 드시게 했습니다. 그런 다음 지속적으로 혈액검사를 하면서 추적 조사를 했을 때 너무나도 성실히 잘 따라 준 결과, 몰라보게 몸이 회복되었습니다.
이분에게서 나타난 저린 증상 외에 혈압 약은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머리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어야 하는데 혈압 약을 먹음으로써 두뇌에 혈류가 감소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뇌 조직이 손상될 수 있는데 이때 생기는 것이 바로 치매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다가 결국 자신이 누군지도 모른 채 생을 마무리해야 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치매는 사회적으로 가정적으로 개인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고혈압 환자가 늘어나면서 치매 환자도 늘어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머리에 혈액을 보낼 만큼 충분한 혈압을 확보하지 못하면 뇌 조직은 손상을 받게 되고, 심한 경우 혈관성 치매로 발전하는 것입니다. 혈압 약을 먹어봐야 득 될 것이 없습니다.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은 혈관이 노화되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혈관이 젊어질 수 있도록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결입니다.
출처 : 신우섭 저 '의사의 반란'
첫댓글 복사 할려고 하는데
이내용 이메일로 주실수 있나요?
타이핑을 하시거나 책을 사서 보세요.
그래야 공부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