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끝났다.
단지 방송이 하나 끝난 것이 아니라 ‘평균 이하’라 자칭하며 무모한 도전을 했던 그들의 도전이 끝났다. 인생의 다른 골목에서 또다른 도전을 할지 모르지만, 어쨌건 내가 13년 동안 지켜본 그들의 도전은 끝났다.
토요일이면 외출을 했다가도 서둘러 돌아오곤 했다. 무한도전을 보기 위해서. 재미없다는 방송편도 라디오처럼 틀어놓곤 했다. 어떤 사람들은 유치하다느니, 예의가 없다느니, 이제 지겹다느니 평했지만 나는 애착을 쉽게 버릴수 없었다. 멤버들이 바뀔 때에도, 슬럼프에 빠진 듯 웃음을 잃었을 때에도, 나는 무한도전이 좋았다.
평균 이하, 보통 이하를 외치며 시청자들 앞에서 자신을 ‘탈탈 털어’ 보여주는 그들에게 애정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누가 내 앞에서 이토록 못나게 굴 수 있을까. 나를 웃기기 위해서. 오로지 자신의 몸 하나로 누군가를 웃고 울게 하는 것은 살신성인보다 더 어려운 일 아닐까.
무한도전을 보며 어쩌면 내 속에 있는 평균 이하의 자아를 위로했는지 모르겠다. 잘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 애쓰는 나에게, 좋은 사람, 똑똑한 사람이 되어보겠다고 이를 악물고 버티는 나에게, 무한도전은 허례허식을 내려놓고 웃고 울게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다.
이십대 후반의 어느 토요일, 그날따라 엄마가 내 옆으로 스윽, 다가와 앉았다. 평소 엄마는 무한도전을 보며 낄낄거리는 나를 한심하게 여겼는데, 그날따라 엄마는 무한도전을 유심히 보셨다.
우리 둘은 등을 둥그렇게 말고 앉아 목을 내민채 낄낄거렸다. 엄마는 눈물까지 닦으며 웃었다. 엄마의 그런 웃음은 흔한게 아니어서 지금도 그날의 엄마가 생각난다.
우리가 무엇을 보며 그렇게 웃어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그런 시청률을 낸 편이었을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날의 피로와 걱정과 불안을 잊고 함께 웃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날이 그립다. 보통 이하의 사람들, 엄마도 나도, 당신도, 보통 이하의 사람으로 살아가며 유치하고 의미없는 한마디에 낄낄거리다가 하루를 마감하는 그런 날. 그렇게 하루를 마감해도 아무도 나를 꾸짖지 않는 날. 잘난체 하지 않고 사는 하루.
첫댓글 우리 가족도 이 프로그램 애청자였는데, 많이 아쉬워요.
마지막 방송 보며 너무 아쉬워서 눈물이 다 나더라구요 ㅠㅠ
우리아이들이 무한도전을 보며 웃는것을 이해를 못한 1인입니다 ㅋ 그러나 어느새 나도 빠져들어서 웃고 울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특히 울 둘째는 고 3때 11시 넘어 밤마다 거실에서 무한도전을 봐서 한때는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무한도전이 고3을 이겨내는 매개체가 되곤 했지요. 프로그램 종영이 너무 아쉽습니다 ㅜㅜ
고3을 무한도전 덕분에 이겨냈나 보네요! 역시 무한도전! 저도 저의 2,30대를 무한도전과 해왔는데.. 종영이 넘 아쉬워요.아주 가까운 친구를 하나 잃은 듯한 기분..ㅠㅠ
저도 마지막회 본방사수하며,, 눈물 흘렸네요ㅠㅠ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