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 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어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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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라고 했다.
웬만큼 세상을 살아본 사람은 안다.
사람을 오래 좋아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그렇기 때문에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고,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그런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는 시인의 소망은 또한 우리 모두의 소망이 된다.
한평생 살아가면서 한 사람을 만나게 되기까지 과정을 보면
수 십년 소꼽친구도 자기 이익을 위해 배반하는 등
중간에 어느 사소한 것 하나가 틀어져도 인연으로 맺어지지 못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 좋은 사람과의 만남이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며
아름다운 인연이야말로 큰 축복이다.
다시금 ‘우화의 강’을 떠올려보면서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그리워한다.
더위를 식힐 실비가 촉촉히 내리는 초여름 이 아침, 시가 좋아 암송할 마음이 생기네요
저의 18번 유진표의 천년지기https://youtu.be/UaY5LVbINhI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평소 좋아하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