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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기
이 세상에는 많고 많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수술을 받으면서 살고있지만 나는 아
직까지 그런 걸 받아 본 적이 없다.특별히 우량하지도 않았지만 수술이란 나하고
는 관계가 없는 다른 나라 이야기였다.그러던 내가 수술을 받았다.언제부터인지
왼쪽 옆구리 아래 허리 잘룩한 부분에 늘 가시지 않는 통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니 그 것은 통증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일상적인 현상이었다. 그럴 때 나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땀을 낸후 깊은 잠을 한 잠 자고 나면 저절로 없어지는
그런 정도였다.그런데 그 통증 아닌 통증이 최근들어 빈번 해지더니 어느날 아랫
배가 쌀쌀 아파 오면서 허리 부분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까지도 통
증의 진원지가 콩팥 쪽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통증은 배에서부터
시작됐으니까.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것은 착각이었다.통증은 점점 더 세력을 확
장하더니 두시간 쯤 지난 뒤에는 온 몸을 뒤 덮었다.그 것은 마치 질금질금 내리던
빗줄기가 어느 순간 폭우로 변해 눈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현상과
비슷했다. 흠, 토사곽란이군.스스로 진단을 마친 후 평소 응급약으로 가지고 있던
한약을 삼키고는 기약 없는 안정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그 유명한 한약은 아
무 효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나는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달해 제우스의 분노를
산 프로메테우스는 아니었지만 복부는 독수리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몸을 훑어
낸 후 부리로 내장을 쪼아대는 것처럼 아팠다.옛날 그리스 사람들도 이와 비슷한
증상을 경험했던가 보았다. 집사람에게는 밑도 끝도 없이 '아퍼, 아퍼 - - '를 되
뇌었다. 평소에 아프다는 말을 별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사람은 그런 응급 상
황에 전혀 준비가 돼있지않았다.통증은 폭풍우가 지나간뒤 소강 상태를 유지하는
것 처럼 잠시 잠잠하다가 다시 또 벼락 같이 나를 짓눌렀다. 그러면서도 통증 발
발후 서너시간이 될 때 까지 이 것이 수술이 필요한 증상이라는 것을 알아 채지
못했다. 참다 못해 나는 응급실로 가자고 졸랐다. 응급실에서 뭐 이딴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아 왔냐는 핀잔을 들을 각오를 하고 - -언제나 그렇듯이 한참을 기다
린 후 내 차례가 됐다.설명을 들은 의사는 짚히는게 있는지 좀 더 자세히 말해 보
라고 하면서 몇가지 질문을 더 하더니 사진을 찍어 보자고 한다. 엑스레이를 찍
고 또 한참을 기다린 후 나타난 의사는 키드니에서 돌이 발견 되었다고 하면서 제
거 수술을 받아야한다고 선언을 했다.아직까지 토사곽란으로 알았던 복통(요통)
의 원인이 신장결석이었다는 것이 판명이 난 순간 나는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쉬
었다. 무엇 때문인지 원인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이틀 뒤 수술 스케줄을 받아들
고 혹시라도 그 전에 통증이 재발될 경우에 복용하라는 진통제를 처방 받은후 응
급실을 떠났다.옷을 홀딱 벗은 후 부직포로 된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몇가지 절차
를 밟고 나서 수술시간을 기다렸다. 그 동안 몇몇의 수련의와 간호원이 와서 모
르모트 같은 나에게 로보트 같이 똑 같은 질문을 반복하였다. 드디어 수술실로 갈
때가 되었다.의사들은 눈치를 챘는지 공포에 젖어있는 나에게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다. 나는 그렇게 믿었다.환자의 가족이 더이상 접근할 수 없는 문앞에서 집사람
과 마지막 작별을 고하고 혼자 침대에 뉘인채 떠밀려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나
는 광야에 버려진 고아와같은 외로움과 공포에 휩싸였다. 수술실에는 가운과 마스
크로 자신의 신분을 숨긴 또 다른 의료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위생모와 마스
크로 무장한 그들은 나를 아무 감정 없이 다루고 있었다. 그들 의료진은 컨베이어
벨트에서 일하는 조립공 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그들에게는 하루에도 몇 번
씩 반복되는 일상일지 모르나 나에게는 평생에 한 번 당하는 일이었다. 수술대로
옮겨지니 천장에서는 영화 ER에서나 봤음직한 눈부신 형광등 빛이 위협이라도 하
는듯이 내려 쪼이고 있었다. 한 여인이 마스크를 가져 오더니 코와 입을 덮은 후에
크게 숨을 들이 쉬라고 명령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주 먼 곳에서 내 이름
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힘껏 대답했다. 내가 내 목소리를 들었는데 이상하
게도 그건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 오줌 - - 나는 온 힘을 다하여 오줌이 마렵다고
호소했다. 옆에 있던 여인이 물병 비슷하게 생긴 플라스틱 통을 대 주었다.그러나
오줌은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보다 못한 다른 여인이 나를 화장실로 데려 가라고
명령한다. 수술대 위에서 내려와 화장실에 갔다 올 때까지 나는 두여인의 부축을
받았다.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으면서 화장실에 갔다 오기는 이 번이 처음이었다.
어느 한순간부터 나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용변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일주일 전에 있었던 일이다. 내일 의사를 만나 경과를 점
검하는 절차만 남았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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