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야외 체험학습
오월이 가는 마지막 날 주중 수요일이다. 새벽에 잠을 깨 전날 여정을 몇 줄 글로 적어두고 산딸기 소재로 시조도 한 수 남겼다. 날이 밝아오길 기다리면서 약차를 달여 놓았다. 평소처럼 자연학교 등교 시간에 맞추어 아파트 뜰로 내려가 이웃 동 뜰로 가서 꽃을 가꾸는 꽃대감 친구를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아래층 할머니 꽃밭에는 원예용 나리꽃이 예쁘게 피어 눈길을 끌었다.
친구와 헤어져 나는 나대로 일정을 수행하러 길을 나섰다. 엊그제 제법 많은 비가 왔기에 이즈음 내가 강변으로 나가 채집해 올 일거리가 생겼다. 그것은 다름 아닌 죽순으로 큰 강은 국가하천이라 강변 대숲을 찾아가면 죽순을 마음 놓고 꺾어올 수 있다. 사유지 대숲은 들어갈 수 없음은 당연하다. 양지바른 대숲 죽순은 이미 솟았으나 거기는 북향 응달이라 죽순이 늦게 솟았다.
언젠가 내가 자연에 절로 자란 죽순을 채집해 찬거리로 삼는다는 얘기를 주변에 흘렀더니 귀담아들은 지기가 동행을 청해 와 함께 가게 되었다. 이웃 아파트단지 지기는 차를 몰아 창원역 앞으로 가서 다른 지기를 한 분 더 태워 셋은 용강고개를 넘어 25번 국도를 따라 진영으로 갔다. 밀양으로 가는 길목에서 방향을 바꾸어 대산 우암 들녘 낙동강 강가로 차를 몰게 안내했다.
넓은 들녘 일부 구역은 비닐하우스에서 특용작물을 재배했고 나머지는 모를 내려고 무논을 다려 놓았다. 그걸 본 운전자는 ‘물을 잡아 놓았다’고 했는데 무척 오랜만에 들어본 적확한 표현이었다. 천수답이든 수리 안전답이든 선인들은 모를 내려면 일소가 끄는 쟁기로 논을 갈고 써레로 다렸다. 이때 흘러가 버리기 일쑤인 물을 논에 가두는 일이니, 이를 두고 물을 잡아 둔다 했다.
2번 마을버스 종점인 유등을 앞둔 유청의 대산미술관에서 강둑으로 올라 차를 세웠다. 하늘에서 춤추던 신선이 하강에 놀았다고 ‘무선지공원’으로 붙여진 강변은 절로 자란 대숲이 무성했다. 동굴 법당에 불상을 안치한 서원사를 지난 둔치 대숲으로 가니 죽순은 보이지 않아 며칠 더 지나야 솟을 듯했다. 셋은 금계국이 가득 핀 강둑 쉼터에서 가져간 차를 들면서 환담을 나누었다.
쉼터에서 무선지공원으로 되돌아오면서 길섶에 보이던 죽순을 몇 개 찾아 꺾어 껍질을 벗기니 노릇한 속살을 드러냈다. 차를 둔 강둑에서 둔치로 내려가니 자동차가 지난 바퀴 자국이 보였는데 낚시꾼이 다녀간 흔적이었다. 강가의 대숲도 북향 언덕이라 역시 철이 일러 죽순은 솟지 않았더랬다. 대신 높이 자란 뽕나무에 까맣게 익은 오디가 조랑조랑 달려 있어 손을 뻗쳐 따먹었다.
마지막으로 노부부가 어로 작업을 하는 강 언저리 대숲으로 가봤다. 거기 대숲 바닥에는 소뿔처럼 뾰족한 죽순이 여럿 솟는 즈음인데 채집 적기는 며칠 지나야 될 듯했다. 대숲이 워낙 넓어 주변부에 솟은 죽순을 몇 개 찾은 성과는 거두었다. 꺾은 죽순은 차를 둔 곳으로 옮겨와 껍질을 벗겨 속살을 꺼내니 적은 양이나마 셋이 나누어 유청 마을 삼거리 식당을 찾아 점심을 들었다.
점심 식후 오후 일과는 한림 들녘을 지나 산기슭 임도를 트레킹하면서 산딸기를 따 먹는 체험 활동이 기다렸다. 운전자가 차를 몰아 가동과 술뫼를 지난 한림배수장에서 모정마을 앞을 지났다. 경전선 철길이 복선화가 되면서 묵혀진 예전 철길은 산딸기나무가 침범 무성히 자랐다. 차를 세워 선홍색으로 익은 산딸기를 실컷 따 먹었다. 초여름에 자연이 주는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달콤한 산딸기를 원 없이 따 먹고 금곡리 본동을 지난 쇠실고개로 이동해 차를 세웠다. 작년 가을 행정 당국에서 작약산 임도를 개설해 올봄 내가 한 차례 걸었던 적 있었다. 한낮의 볕살이 뜨거웠지만 산마루로 오르니 바람이 스쳐 시원했고 바위로 흐르는 석간수도 받아 마셨다. 한 시간 남짓 트레킹을 마치고 골짜기를 빠져나오다가 산딸기 군락지를 만나 손을 뻗쳐 더 따먹었다. 23.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