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의 태양>은 그 전 시간에 감상했던 <러브오브시베리아>의 영화의 감독인 니키타 미할코프의 작품이다.
1970년대 소련영화의 기수로 손꼽히는 감독 겸 배우이며 베니스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수상 경력의 니키타 미할코프는 이영화에서도 실제 딸과 함께 부녀간으로 출연하면서 감독과 주연을 모두 맡아 훌륭한 작품을 만들었다.
이 영화의 러시아어 원제를 직역하면 '태양에 지쳐 시들어버린 모든 것들' 인데 미할코프 감독은 매우 정치적이고 서사적인 소재를 화면을 압도하는 회화적 아름다움 속에 담아내었다.
러시아의 자연을 잡아낸 아름다운 영상,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 애절하고 섬세한 음악이 잘 어우러진 이 영화는 1994년 칸느 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고 1995년 아카데미에서는 <파리넬리>,<음식남녀>를 물리치고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 혁명의 배반자들에 의해 희생된 이들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 "는 후기를 남긴 미할코프 감독은 다음영화 <러브오브시베리아>의 성공으로 대통령 후보로 거명되기까지 한다.
# 영화의 시대적 배경
1917년 볼셰비키들은 혁명에 성공하여 구 왕조를 무너뜨리고 붉은 정권을 수립한다. 그 이후 혁명의 지도자 레닌이 죽자, 그의 후계자 스탈린은 트로츠키등 자신의 정적들을 제거하고 정권을 잡는다. 20년대 인민들의 수많은 희생 위에 전통적은 러시아 농촌을 재조직한 그는 30년대에 이르러 부하린, 지노비에프 등 그의 과거 동지들을 완전히 제거하고 독재정부를 완성시킨다. 그들은 스탈린 사후인 1950년대 중반에 가서야 명예를 회복한다.
영화의 시대적배경은 스탈린의 숙청이 한창 진행되던 30년대이며, 비밀경찰의 일원이 된 드미트리가 세르게이를 체포하여 복수하는데에는 잃어버린 자신의 과거와 사랑을 다시 찾으려는 숨겨진 염원이 배경이 되고있다. 반면 세르게이는 끝까지 자신이 스탈린에게 직접 얘기하면 자신에게 씌어진 누명이 벗겨질 수 있으리라고 믿지만, 몇 분 전까지 자신에게 존경을 표하던 비밀경찰요원들에게 잔인하게 구타당한다. 이 때 스탈린의 초상이 그려진 비행선이 떠오른다. 이 부분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이다
혁명이란,일종의 메카니즘과도 같은 거대한 기계장치일 뿐이며 인간은 언제든지 그것에 치여 압살당할 수 밖에 없는 미력한 존재라는 메세지는 세르게이의 길다란 울음소리에 섞여 가슴을 흔든다. 리고 드미트리 역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반혁명 역시 개인을 무너뜨리기는 마찬가지라는 씁쓸함. 이 곳에서 영화는 단순히 정치적인 것에서 인간 자체의 비극으로 격상된다.
#비밀요원KCB( Komitet Gosudarstvennoy Bezopasnosti)
소련의 국가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소련 국민과 외국인의 활동을 감시,통제하던 비밀경찰 및 첩보조직이다. 1917년12월 20일 체카 (Cheka:전 러시아 반혁명 태업단속 비상위원회)라는 비밀경찰기구로 발족하여 베체카(Vecheka:전러시아 비상위원회)라는 중앙집권적 행정조직으로 확대하였다 . 그후 게페우(GPU: 국가정치보안부), 오게페(OGPU:연방국가정치보안부)등으로 개칭하였다가 1934년 7월 10일 엔카베테(NKVD:내무인민위원회)에 흡수되었다. 엔카베테 국가보안국에 흡수된 비밀경찰은 1941년~ 1943년 분리,통합을 거듭하면서 개편되어 오다가 1943년 4월 엔카게베(NKGB:국가보안인민위원부),엠게베(MGB:국가보안부)로 개칭하고, 1954년 4월 27일 이후 국가보안위원회가 이를 담당하였다. 국가보안위원회는 공식적으로 정부기구로 되어 있으나, 당서기국과 직접 연결되어 있어 수백만 명의 협력자를 가진 거대 조직으로서 막대한 실권을 갖게되었다. 또한 그 예하에 10개 부서와 국경경비대를 관장하고 첩보,방첩 활동을 비롯하여 고위간부 및 중요시설에 대한 경후, 군대내의 보안활동감시와 통제, 통신과 암호해독, 경비등 국가안보에 관련된 모든 분야를 취급했다. 그 후 체첸사태 등으로 정보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당시 대통령 보리스 옐친은 1995년 러시아연방안전국(FSB)로 개편, 정보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강화하였다. 2002년 현재 러시아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도 동독에서 오랫동안 KGB요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