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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이이이잉~~~
어디선가 멀리, 날카로운 굉음이 흐르면서 뭔가가 이쪽으로 날아왔다.
"윽"
화살이었는데 녀석들 중 한명의 정수리에 정통으로 박혔다. 그 녀석의 급소에 맞은 듯 한마디 비명만을 지른체 곧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나머지 두 녀석은 동료가 눈 앞에서 죽는 것을 보자 분노섞인 두려움에 질려, 화살을 쏜 누군가를 필사적으로 찾으려고 하였으나 이미 어둠이 산속을 덮은 후요. 한치 앞도 보기 힘든 새까만 밤중이었다.
"거기!, 도대체 어떤놈이냐! 고양이에게 쫒기는 쥐새끼처럼 비겁하게 숨지 말고 어서 이리로 나오거라!
"나와라 이 비겁자야, 그러고도 니가 사내냐?"
하지만 그 잘난 호기들도 잠시, 다른 녀석 역시 앞선 녀석과 비슷한 운명이었다. 순식간에 녀석은 화살에 급소를 관통당한체 비명소리조차 못지르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짧은 순간에 두 명의 패거리를 잃은 마지막 녀석은 곧 두려움에 질려 밧줄에 매인 나를 버려둔 체 두목과 패거리들이 있는 마굿간 쪽으로 필사적으로 뛰기 시작했으나 의문의 활잡이는 마지막 녀석 역시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세 녀석들이 눈 앞에서 그럴듯한 반항 한번 못하고 쓰러진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굉장한 활쏨씨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거기 누굽니까?"
"....................."
어둠속의 상대는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그가 누군지 몰라도 나를 해치려 온 것은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수도사입니다. 기구하게도 길을 가다가 강도들에게 붙잡혀 밧줄에 묶여 있는 몸이지요. 부디 이 밧줄을 풀어 주십시오"
"하하하,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깐"
어둠속의 사내는 호탕하게 웃었다. 하지만 사내의 웃음과 달리 내마음이 유쾌할리는 없었다. 은연 중 부아가 일었으나 사내의 웃음소리를 듣자, 곧 안도감이 밀려들었다. 이젠 살 수 있다...사지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 말이다. 사내는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엇! 당신이 여길 어떻게?"
콧수염이 인상적이었던 낮에 본 그 사내였다. 우람한 체구에 얼굴을 대부분 덮고 있는 콧수염, 등에 비스듬히 맨 위압적인 양날도끼.....분명 낮의 그 사내였다. 덩치가 우람해 웬지 둔 한듯 보였지만 수준급의 화살실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역시 사람은 겉으로만 판단하면 안된다는 것을 배웠다.
"눈 앞에서 그 가증한 년에게 뻔히 속아 넘어가고 있는 자네를.....어떻게 나 몰라라하고 그대로 갈 수 있겠나? 그래서 자네 모르게 내가 뒤를 밟았지. 역시나 자네는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더군........그런데 아까 말일세 자네 멀리서 싸우는 것을 보았는데 한 실력하는 것 같던데? 그런 검술은 도대체 누구에게 배웠나?....꽤 실력자일 것 같은데....어쨋든 자네!. 지옥에서 빠져나온 것을 축하하네"
"제 목숨을 살려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좀 있으면 녀석들이 이상한 낌새를 체고 몰려올테니 시체를 우선 다른 곳으로 치우던가, 아니면 어서 이곳을 빠져 나가도록 하지요,"
속으로는 뻔히 보고 있었으면서도 나를 도우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 은근히 부아가 일었지만.....그것을 불평하기 전에 내가 한 짓이 있었다.
"그럴 필요없어, 아마 그 녀석들 지금쯤이면 마굿간에서 나와 벽난로앞에서 모여 술에 한바탕 취해 곤드레 만드레 자고 있을 걸? 그래서 말인데 여기까지 온 김에 아예 녀석들의 뿌리를 뽑아 버리자고!"
난 도저히 싸울힘이 없었지만 생명의 은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내의 말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사내는 나의 초췌한 몰골을 보던가 싶더니 다행스럽게도 한마디 덧붙혔다.
"내가 보기에 자네는 이미 싸울힘도 없을 정도로 녀석들에게 다친 것 같구만. 하지만 재미있는 구경을 다쳤다는 이유로 놓치게 할 순 없지! 따라오기만 해! 내가 알아서 처리할테니....
녀석들은 술에 취해서 위험할 것도 없으니 자넨 옆에서 구경만 하라고!"
마치 이 상황을 즐기는 듯한 사내의 말투가 마음에 안들었지만 나는 따라 나서기로 했다.
조금 걷자 마굿간이 나왔는데 사나이의 말대로 안에 사람의 인기척이라곤 전혀 없었다. 난 아까 녀석들에게 빼앗긴 웨일스산 단검을 되찾았다. 다행이 녀석들은 볼품없는 이 단검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았다.
"거봐! 모두들 술 마시러 방안으로 갔다니깐, 어때 내 말이 맞지?"
"그냥 이쯤에서 여기있는 말을 취해 이곳을 벗어나는게 어떨런지? 제가 바쁜 공무가 있어서 말이죠"
나 역시 당한게 있어서 억울하였고 특히 카산드라라고 하는 여자를 죽이리라고 마음먹었지만 우선 복수보다 중요한 것은 플랑드르에 제 시간에 도착하는 일이었다. 만약 일이 잘못되어 합류하는 시간을 놓치기라도 한다면 분노한 아버지를 어떻게 볼 것이며 그 밖의 나를 아는 다른사람들에게 했던 약속은 어떻게 될것인가?
그런데 만류하는 나를 보더니 콧수염의 사내는 이렇게 핀잔을 놓았다.
"자네 수도사 맞긴 맞나? 만약 자네가 진정한 수도사라면? 다음에 또 그 녀석들에게 봉변을 당할 자들을 불쌍히 여겨서라도 반드시 그 녀석들을 이번 기회에 없애자고 하는 것이 옳은게 아닌가? 눈 앞에 사악함을 놔두고 제 목숨만 부지하려고 도망치자고? 정말 실망인걸"
"사제는 싸움을 즐기는 자가 아닙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시길 오른쪽 빰을 때리거든 왼쪽 빰 역시 대주라고 하셨습니다."
성경적인 지식은 전무한 나였으나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닌 이유로 줒어들은 이야기는 꿰많았다.
"누가 수도사 아니랄까봐....허허 하지만 말일세.......예수께서는 악을 보면 참지 못하셨다네, 예수께서는 광야에서 40일을 금식하시면서도 악마와 타협하지 않으셨어, 그리고 성전에서 소란을 피우는 환전쟁이들을 채찍으로 내쫒으셨지, 아무리 자네가 수도사라고 해도 완벽한 평화주의를 실천할 수는 없네. 게다가 아까 자네! 강도들에게 칼을 휘두른 것은 뭔가? 아마도 내가 보기엔 싸우기 싫은 핑계로만 보이는데...."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하지만 사실은 싸우기 싫은 것이 아니라 싸울 수가 없어서 그런 것이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자네는 구경만 하고 있으라고! 내가 그놈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말일세"
우린 한동안 말없이 어둠속을 걸었다. 통나무집의 불빛이 가까워지자 나는 잠시 긴장을 했으나 콧수염 사내의 말처럼 모두들 술에 취해 잠이든 것 같았다. 창문살에서 몰래보니 깨어 있는 놈들은 두세명밖에 안되었으나 가관인 것이 깨어있는 녀석들 역시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나와 함께 보낸 그 세녀석을 너무도 믿는 듯 했다. 보초 한명이 없으니....오늘저녁에 눈과 입을 가지러 온다던 두목 역시 벽난로 옆의 의자에 앉아 비스듬히 기대 있었는데 이미 눈에는 취기가 잔뜩 올라 있었다.
"자네 여기 안에 든 것이 뭔줄아나?"
창문살에서 몰래 집안을 살펴보던 콧수염의 사내는 호리병 비슷한 것을 품안에서 꺼내 흔들어댔다. 나는 호리병안에 코를 갖다댔으나 곧 구토를 일으켰다.
"그렇게 들이쉬면 안돼! 이 친구야! 여기 안에 든 액체는 지옥의 번개라고 불리우지, 며칠 전 아는 지인에게 높은 갚으로 산거야, 터지면 지옥의 번개와 같이 큰 굉음을 낸다고 하더군....나도 이게 뭔지는 자세히 몰라.....다만 불에 붙혀 안에 던지면 저놈들 대부분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은 확실해....."
"지옥의 번개? 흠......이처럼 작은 병안에 든 것이 그렇게 무서운 위력을 가지고 있다니....정말 못 믿겠습니다."
사내의 말에 문득 호기심이 일었으나......허풍인 것 같았다. 하지만 사내는 믿는 구석이 있는 듯 했다.
"내가 아는 지인은 절대 거짓말 할 사람이 아니야, 몇년간 거래해왔어도 사기치는 것은 한번도 못봤거든..."
"그나저나 불은 어디서 구합니까?"
"바보같은 친구!, 저기위에서 타는 불은 불이 아닌가?
마침 집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는 기름 램프가 훨훨타고 있었다. 사나이는 문 위에 걸려있는 기름램프를 가져오더니 곧 호리병에 갖다대고 불을 붙혔다. 그리고.......
"자 내가 창문을 열고 던질테니 똑똑히 구경만 하라고! 허나 던진 후에는 조심해야 해! 바로 구경해선 안된다는 말이지! 던진 후에는 반드시 땅바닥에 없드려야 하네, 잘못하면 우리까지 죽는 수가 있어"
이 말을 끝으로 창문을 세차게 연 사내는 그 조그만 호리병을 패거리들이 모여있는 방안으로 냅다 던졌다. 그 후........
콰아아아아아아앙!
사내의 손을 떠나간 호리병은 천지가 떠나갈 정도의 굉음을 내며 폭팔했다. 난 그 굉음에 압도되어 도저히 고개를 못들었으나 사내는 엎드린 나를 부축해 세우며 말했다.
"자 안을 보게! 한 놈도 남김없이 다 쓰러졌네..간혹 산 녀석이 있다하더라도 치명상을 입었을 거야"
사내의 말대로 집 안 광경을 보니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손 혹은 팔이 날아간 녀석,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불에 그을린 시체들.....알수없는 비명을 지르는 녀석,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녀석...하지만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녀석들은 없는 것 같았다. 이 무서운 위력의 호리병은 그야말로 지옥의 번개였던 것이다. 게다가 불은 계속해서 옮겨 붙어 통나무집마저 태울 기세였다.
"이제 못된 녀석들을 모두 징벌했으니.....우리 일은 끝난 것 같네....이곳은 이순간부터 없는 곳이네.....마굿간마저 타기전에 어서가서 말을 취해 이곳을 빠져나가자고"
나와 콧수염의 사내는 마굿간으로 달려가서 마음에 드는 말을 취해 채찍을 가했다. 다행히도 좋은 말을 고른 탓인지 그곳을 빠져나가는 것은 금방이었다. 한숨을 돌리고 멀리서 바라보니 통나무집은 산속의 깊고 깊은 어둠속에서 유달리 밝게 타오르고 있었다.
'카산드란가 하는 계집을 못 죽이는 것이 원통하지만 오늘만 날이랴'
나는 한동안 생각에 빠져 들었다. 콧수염의 사내는 내 어깨를 가볍게 치더니 말했다.
"자네 오늘 좋은 구경 한 줄 알라고!"
계속됩니다.......
첫댓글 폭팔한 게 뭔가요? 화약인가요?
네 화약이죠^^ 그냥 흥미를 위해 집어넣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