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저녁 식사
석야 신웅순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해줄 수 있을까?”
생선을 발라주면서 아내가 내게 한 말이다.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뜻일까. 아프지 말라는 얘기일까.
뜸금 없는 말에 그만 울컥했다. 아내는 그런 말을 한 적도, 해주고도 말이 없는 우렁각시였다. 많은 생각들이 무더기로 스쳐간다.
툭 던진 이 말 한마디가 며칠을 봄비처럼 나를 서성거리게 했다. 세월이 무섭다. 남몰래 적시고간 비바람이 있었는가, 남몰래 왔다간 눈보라가 있었는가. 고맙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세월은 순간 40년을 엎질러놓고 가버렸다.
혼자 밥을 먹을 때는 국이나 찌개에 김치나 나물이면 되는데 둘이 먹을 때는 임금 수라상이다. 우리쯤 나이가 되면 부부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인가. 아내는 나이 들수록 좋은 것을 먹어야한다며 한살림에서 무공해 찬거리를 산다. 손녀부터 챙기고 다음은 우리 것, 딸과 사위 것도 챙겨준다.
아내는 젊어서야 공부만해도 아무 말도 안했는데 이제는 반찬도 할 줄 알아야한다며 채근한다.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니 아이들도 아빠를 많이 걱정한다. 전에 없었던 새로 생긴 일들이다. 남아선호사상에서 살았던 우리들이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쉽게 바뀌어지질 않는다.
“항상 젊은 줄 알아요?”
병이 나면 어쩔거냐고 한다. 알아서 건강을 챙기라는 얘기이다. 삐끗하면 둘 중 하나가 돌봐야한다. 누가 먼저 당할지 모르는 일이다. 생각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다.
“여보, 천변 다녀올께요.”
빨리 걸어야 운동이 된다는데 소걸음이라 그도 잘 안 된다. 그래도 많이 걷는 게 편하다.
“언제까지 나는 이렇게 걸을 수 있을까.”
언제일지 아무도 모른다. 그날은 아내가 내게 해 줄 수 있을 때까지일 것이다. 오늘따라 천변의 개개비 울음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려온다. 오늘따라 천변 물빛이 유난히도 반짝거린다.
구름 낀 하늘이 노을보다 더 멀다.
2023.6.17.석야 신웅순의 서재, 여여재.
첫댓글 읽다보니 안타깝고 가슴이 막히네요
요지음 나이탓인지 친구들에게서 자주오는 카카오 편지에는 왜그리 서글픈 얘기만 오는지 !
"야 차라리 신나는 노래라도 한곡조 보내라"
어제도 초딩친구 다섯이서 등산을하고 하산길에 정자에 앉아 씩썰객썰 합니다
"우리가 앞으로 몇년을 더 산에 다닐가?"
"그동안 잘살았지 우리는 추억이 많은 세대에서 살았으니 축복이 아닌가 오늘도!
6.25의 추억. 보리고개의 추억. 누룽지추억. 냉이찔레 소나무껍질핧아먹던 추억 .걸어서 십리길학교 .
어디 그뿐일가?
때로롱! 친구의 전화가 울립니다
또누구한테서 신세타령이라도 듣는것일가
아님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지워야 하는것은 아닐가 ?
자꾸자꾸 초라해지는것 같아 술로서 이기려고 술잔을 입에 대지만 예전의 술맛이 아닙니다
좋은글 자주 읽는것으로도 위로가 됩니다 잘읽었슴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
신나는 이야기를 썼으면 좋겠는데
그게 맘대로 안되옵니다.
살아가는 그대로가 솔직하고 좋아 씁니다.
이런 넉두리라도 있고 아직도 받아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행복입니다.
얼마 더 지나면 이도 없을 것이니 널리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냥 받아주셔 감사합니다.
어쩌다 '나의 수필'에 엊그제 들어와 보고 오늘 또 왔는데
두 분의 이야기 꺼리와 그 뒷 모습들이 너무나 와닿고 공감이 갑니다.
종종 찾아와 쉬었다 가겠습니다.
앉아 쉴 자리가 불편하시는 않으셨는지요.
먼 하늘 바라보시며 잠시 쉬었다 가신다니 더 없는 행복입니다.
자꾸만 행동 반경이 좁아져 제 주위 얘기만 하게 됩니다.
널리 이해해주셔 감사합니다.
살아가는 삶이 도토리 키재기
충분히 공감 입니다
살아가는 스토리 주셔서 좋았습니다.
늘 행복을 걸어놓고 가십니다.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