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백신기업` 올리비에 샤메이 사노피 파스퇴르 CEO R&D는 열린 문이라 생각, 혼자하는건 리스크 더 커…파트너와 갈등도 비즈니스
지난겨울 내내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OST 중 `사랑은 열린 문(Love is an open door)`이라는 노래가 인기몰이를 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올리비에 샤메이 사노피 파스퇴르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제약업계 트렌드를 `연구개발(R&D)은 열린 문`이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제품 연구개발과 상업화 과정에서 다른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ㆍ지식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경영전략이다.
샤메이 CEO는 "과학은 점점 복합해지고 있기 때문에 한 기업이 내부적으로 모든 필요한 역량을 갖추기 어렵다"며 "조금 더 광범위한 영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외부와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샤메이 CEO가 한국을 찾은 이유도 `협력` 때문이다. 사노피 파스퇴르와 SK케미칼은 지난 19일 서울에서 `차세대 폐렴 구균 백신`에 대해 글로벌 공동ㆍ판매 계약을 맺었다. 사노피 파스퇴르는 콜레라, 뇌수막염 백신 등 20여 개 감염성 질환 백신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1위 백신 기업이지만 아직 폐렴 백신에 대한 연구는 경쟁사에 비해 부족했다. 두 회사는 앞으로 2020년 제품 개발을 목표로 전임상 단계부터 연구를 같이 진행하게 된다.
그는 "과거에는 대부분 연구소들이 깊은 산 속에 떨어져 있었지만 이제는 산 밑으로 내려와 다양한 기업과 사람을 만나고 아이디어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샤메이 CEO 말처럼 사노피 연구소는 세계 곳곳에 퍼져 있다. 일례로 대전에도 본사 소속 R&D연구소를 마련해 연구 인력이 상주 중이다.
하지만 사실 이들이 하는 주요한 일은 실험실 연구보다는 `발품`이다. 함께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할 기업을 찾고, 기술 제휴와 라이선싱, 합작 투자 등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2012년 한국에서만 국내 바이오 벤처ㆍ연구소들과 총 8개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성사시켰다.
샤메이 CEO는 "이 밖에도 전 세계 주요 연구단지에 상주하며 좋은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평가하는 데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포함해 총 500건이 넘는 프로젝트를 검토해 선별하고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랑은 열린 문` 이라는 노래로 애니메이션과 함께 큰 인기를 끈 `겨울왕국`.
사실 좋은 파트너를 구해서 이들에게 외부 수혈을 받는다면 창의적이고 성공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진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제약업계를 포함해 많은 산업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이 활성화하지 못한 이유는 `리스크` 때문이다. 자칫하면 동일산업군 경쟁자에게 자신들 기술만 노출하고 시간과 비용을 낭비한 채로 돌아서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샤메이 CEO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하지 않는다면 두 회사에서 생길 수 있는 리스크가 오히려 더 크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아무리 우리가 백신 제조ㆍ개발 경험이 많다고 해도 새로운 분야에서는 우리보다 더 뛰어난 파트너에게 도움을 구하는 게 시간과 리스크를 감축하는 데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샤메이 CEO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도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 중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도 조언한다. "파트너와 일을 할 때는 갈등이나 위험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갈등이 전혀 없다면 제대로 된 도전을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때야말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공법`이 답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파트너사에 대해 철저히 공부하고, 그들이 귀찮아할 때까지 찾아가 만나면서 협력사 역량과 가치를 잘 평가해야 한다.
사노피 파스퇴르와 SK케미칼 간 협력 프로젝트는 성사되기까지 2년 반 이상 소요됐다. 돌다리를 두드리듯 많은 사람이 매달려 지속적으로 기술력과 회사 자체 구조적 안정성과 가치를 평가하고 공장을 일일이 둘러봤다. 프로젝트 성사 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만큼 진행 이후에는 리스크가 줄어든다. 다만 프로젝트 성사 직전이라도 작은 균열이 발견되면 무조건 해결해야 한다.
오픈 이노베이션 세계로 진입하기 위한 시발점으로 그는 `조직 내 다양성 확충`을 꼽았다."서로 다른 배경과 경험, 다양한 관점을 지닌 사람들이 협력할 수 있는 조직을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단순히 연구개발 부서 간 소통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 간 장벽을 없애는 게 중요해요. 한 물질이 제품화될 때까지 서로가 보유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나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
샤메이 CEO는 조직 내외부 사람과 기관, 조직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형태를 `R&D 생태계`라고 표현한다. 유기적인 R&D 생태계에는 연구소, 제약사, 병원 등 보건의료계뿐 아니라 정부와 IT기업, 벤처캐피털 회사까지 포함된다.
"기억하세요. 외부로 향하는 문을 여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됩니다(Don`t be scared to open your doors to the outside world). 외부와 협력하는 게 늘어날수록 새로운 것에 대한 이해 폭은 넓어집니다."